"100% 당신 잘못"이랬는데…피해자에 850만원 소송 협박한 가해자
"100% 당신 잘못"이랬는데…피해자에 850만원 소송 협박한 가해자
교통사고 100% 과실 가해자, 보험처리 끝나자 "수리비 100만원 돌려달라" 역공

100% 과실 후방 추돌 사고 피해자가 보험 처리 후 가해자에게 보험사기꾼으로 몰려 소송 협박을 받았다. / AI 생성 이미지
신호 대기 중 후방 추돌을 당한 100% 과실 사고의 피해자가, 보험처리가 모두 끝난 뒤 가해자로부터 돌연 "보험사기꾼"으로 몰리며 형사고소와 850만원짜리 민사소송을 당할 위기에 처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가해자의 형사 처벌 감경을 위한 전형적인 '피해자 압박' 수법일 가능성이 높다며, 법적 근거가 매우 희박한 주장이라고 입을 모았다.
황당한 최후통첩, "100만원 뱉어내라, 아니면 고소"
올해 4월, A씨는 신호 대기 중 정차해 있던 자신의 이륜차를 들이받은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 명백한 후방 추돌, 가해자의 과실 100% 사고였다.
가해자는 책임보험만 가입된 상태였지만, 보험사를 통해 대인·대물 처리는 순조롭게 마무리되는 듯 보였다. A씨의 이륜차는 부품 단종으로 실제 수리가 불가능했고, 보험사는 자체 심사를 거쳐 '미수선 처리금' 명목으로 100만 원가량을 지급했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A씨에게 날아온 것은 가해자 측 법무법인이 보낸 한 통의 내용증명이었다.
내용증명은 A씨가 수리비 명목으로 받은 100만 원이 "허위·과장 청구"라며 반환을 요구했다. 또한 7일 내에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사기, 공갈,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으로 형사고소하고, 채무부존재확인, 부당이득반환, 손해배상(변호사비용 500만원+위자료 300만원 등)을 포함한 총 850만원 규모의 민사소송을 제기하겠다는 협박성 통보가 담겨 있었다.
하루아침에 교통사고 피해자에서 사기꾼으로 전락한 A씨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확인의 이익' 없어 각하될 소송…변호사들의 일침
A씨의 사연을 접한 변호사들은 가해자의 주장이 법리적으로 성립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우선, 이미 보험금 지급이 완료된 상태에서 제기하는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은 실익이 없어 각하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의 정진열 변호사는 "채무부존재확인은 보통 돈을 주기 전 '줄 돈이 없다'는 것을 확인받기 위함인데, 이미 지급된 사건에서는 부당이득반환청구로 다투는 것이 원칙"이라며, 이런 경우 소송 자체가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에스엘 이성준 변호사 역시 "상대방이 현재의 법적 불안을 구체적으로 주장·입증하지 못하면, 채무부존재확인 청구는 확인의 이익이 없어 각하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가해자가 직접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는 것 역시 자격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률사무소 상산 채한규 변호사는 "보험금 지급 관계는 귀하와 보험사 사이의 문제이고, 상대방은 그 법률관계의 당사자가 아니다"라며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직접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당사자 적격'이 있는지 자체가 매우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미수선 처리금은 정당한 보상…오히려 가해자에 불리한 증거"
가해자 측이 문제 삼은 '미수선 처리금' 역시 법적으로 인정되는 정당한 보상 방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진열 변호사는 "부품 단종으로 인한 '미수선 처리금'은 법적으로 인정되는 정당한 보상 방식"이라며 "실제 수리 여부와 상관없이 사고 당시 발생한 가치 하락분을 보상받는 것이므로 부당이득이라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다수의 변호사는 이 협박성 내용증명이 현재 진행 중인 가해자의 형사 사건에서 불리한 증거로 쓰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더신사 법무법인 장휘일 변호사는 "해당 내용증명을 가해자의 형사 재판부에 제출하여 피해자를 압박하고 2차 가해를 가하는 정황 증거로 역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해답의 김무룡 변호사 역시 "이번 내용증명이 현재 진행 중인 상대방 형사 사건에서 피해자 압박 정황 증거로 활용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보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가해자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처벌을 피하기 위해 피해자를 부당하게 압박하고 있다는 점을 재판부에 명확히 보여주는 자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