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소송 남편의 '자녀 동반' 직장 습격…'정서적 아동학대'일까?
이혼 소송 남편의 '자녀 동반' 직장 습격…'정서적 아동학대'일까?
변호사들 '업무방해·스토킹' 가능성 한목소리…아동학대 여부엔 의견 분분. 양육권 다툼서 '자충수' 될 수도

이혼 소송 중 부모 싸움에 자녀를 동원하는 행위는 '정서적 아동학대'에 해당할 수 있다고 법조계가 경고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아이 손 잡고 아내 직장 습격한 남편, 법조계 '명백한 정서적 아동학대' 경고
이혼 소송 중인 남편이 어린 자녀들의 손을 잡고 아내의 직장을 습격했다. 법조계에서는 아빠의 이런 행동이 아이들의 마음을 멍들게 하는 '정서적 아동학대'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아빠 손 잡고 엄마 직장으로'…경찰까지 출동한 진흙탕 싸움
은행원 A씨에게 그날은 지옥과 같았다. 이혼 소송 중인 남편이 어린 두 자녀를 데리고 고객인 척 A씨의 창구에 나타난 것이다.
남편은 A씨의 안내 손짓을 문제 삼아 고성을 질렀고, A씨가 자신도 모르게 내뱉은 혼잣말 욕설을 꼬투리 잡아 “고객에게 욕을 했다”며 경찰까지 불렀다. 남편은 A씨를 모욕과 아동학대로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남편의 행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A씨의 직장에 오기 전, A씨의 상간남으로 지목한 남성의 직장까지 아이들을 데리고 찾아가 30분 넘게 앉아있기도 했다.
이혼을 거부하며 양육권을 가져오려는 남편이 A씨를 사회적으로 압박하기 위해 아이들을 '수단'으로 동원하고 있다는 정황이 뚜렷하다.
부모 싸움에 아이 동원…'보이지 않는 학대' 쟁점
다수의 변호사들은 남편의 행위가 '정서적 아동학대'에 해당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대한중앙의 조기현 변호사는 “남편이 직장에 아이들을 데리고 와 고성을 지르고 업무를 방해했다면 이는 아동에 대한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고 단호하게 지적했다.
김경태 변호사 역시 “자녀를 분쟁 상황에 고의로 노출시키거나, 부모 간 갈등에 이용하는 행위는 정서적 학대로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 아동복지법 제17조 제5호는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명백한 범죄로 규정한다.
백인화 변호사는 “부모가 진흙탕 싸움을 한다고 해서 그 싸우는 장면 모두를 아이들이 지켜보게 하는 것은 정서 발달에 아주 큰 해악을 끼칠 여지가 높다”며 아이들 연령이 어릴수록 학대 인정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학대 단정은 '시기상조'…'업무방해·스토킹'은 별개
반면, 아동학대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신중론도 제기됐다. 법무법인 LKB평산의 정다미 변호사는 “아동학대로는 어려우나 반복되는 경우 스토킹처벌법위반죄로 고소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무법인 유안의 안재영 변호사도 “아동학대까지는 성립하기가 다소 힘들 수 있다”면서도 “업무방해 혐의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변호사들은 아동학대 혐의의 무거움을 고려할 때, 법원이 그 성립을 매우 엄격하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남편의 행위가 아동학대에 이르지 않더라도, A씨의 업무를 방해하고(업무방해죄) 반복적으로 찾아가는 행위(스토킹처벌법 위반)에 대해서는 다른 형사적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양육권 뺏으려다 '자충수'…법원의 시선은 '아이의 행복'
변호사들은 남편의 이런 행동이 양육권 다툼에서 오히려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법원이 양육권자를 정할 때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기준은 바로 '자녀의 복리'이기 때문이다. 아이를 분쟁의 도구로 삼는 부모는 양육자로서 부적격하다고 판단될 수 있다.
법무법인 베테랑의 김재헌 변호사는 “상대방이 아이들에게 부적절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입증하는 자료(CCTV, 목격자 증언, 문자, 녹취 등)를 철저히 준비해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모의 비뚤어진 싸움이 아이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있다는 경고음이 법조계에서 울리고 있다. 어른들의 싸움터에 끌려 나온 아이들은, 그 어떤 판결로도 온전히 치유될 수 없는 가장 깊은 상처를 입는다는 사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