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연구와 비슷하다" 연구원 제재한 교육기관…법원 "법적 근거 없는 처분" 취소
"과거 연구와 비슷하다" 연구원 제재한 교육기관…법원 "법적 근거 없는 처분" 취소
보고서 유사도 30%대 '자기표절' 의심에 연구 참여 배제 조치
법원 "제재할 법적 근거 없고, 연구부정으로 단정하기도 어려워"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과거 자신이 수행한 연구와 유사한 보고서를 제출했다는 이유로 교육 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연구책임자가 소송 끝에 이를 취소시켰다.
법원은 해당 기관이 민간 계약 상대방에게 행정 처분을 내릴 법적 근거가 없으며, 내용상으로도 연구 부정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지난 3월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8부는 연구소 소장 A씨가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장을 상대로 낸 '연구부정조치결정 취소 청구의 소'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제주 연구와 비슷하다" 국정감사 지적에 조사 착수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24년 국정감사였다. 당시 국회에서는 A씨가 수행한 서울 교육 정책 연구보고서가 이전에 제주도 교육청에서 수행한 연구와 매우 유사하다는 '자기표절' 의심이 제기됐다.
A씨는 과거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이하 교육정보원)과 약 1,960만 원 규모의 'IB 사례를 중심으로 한 평가체제 혁신 방안' 연구 계약을 체결하고 최종 보고서를 발간한 상태였다.
교육정보원이 프로그램으로 검사한 결과, 두 보고서 간 표절률은 약 30~32%로 나타났다.
이에 교육정보원은 A씨가 출처 표시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부적절하게 활용했다며 '부당한 중복게재' 등 연구부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이후 A씨에게 주의 및 경고, 일정 기간 연구 참여 배제, 소속 기관 통보 등의 조치를 내렸다.
법원 "행정청이 법률적 근거 없이 제재 처분 내려"
하지만 A씨는 이러한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사건을 맡은 서울행정법원은 우선 교육정보원이 내린 조치가 '법률유보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피고가 근거로 제시한 연구윤리지침 규정은 대학 등의 장이 소속 연구자에게 징계 등을 취해야 한다는 의미일 뿐"이라며 "위탁연구 계약 상대방에게 직접 행정처분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즉, 국가연구개발혁신법 등 관련 법령을 살펴봐도 교육정보원장이 계약 상대방인 A씨에게 이러한 제재를 내릴 법적·계약상 근거가 없다는 취지다.
"자기표절 기준 엄격해야… 독창성 없다고 보기 어려워"
재판부는 처분의 절차적 결함뿐만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연구부정행위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이른바 '자기표절'이 연구부정행위가 되려면 ▲선행 저술의 존재를 아예 숨기거나 ▲후행 저술에 독창적인 부분이 없어 학문적 기여도가 없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번 사건을 분석한 재판부는 "A씨는 보고서에서 선행 연구의 존재를 여러 차례 밝혔고, 표절률이 30~32%라면 나머지 부분에서 독창성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한 "자신의 선행 연구물을 이용할 때는 타인의 저술을 인용할 때보다 출처 표시의 수준이 완화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법원은 교육정보원이 내린 모든 제재 조치를 취소하고 소송 비용도 교육정보원 측이 부담하도록 명령했다.
[참고] 서울행정법원 2025구53496 판결문 (2026. 3. 11. 선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