붐비는 엘리베이터서 받은 '의심의 눈초리'…성추행범 될 뻔한 남성의 1분
붐비는 엘리베이터서 받은 '의심의 눈초리'…성추행범 될 뻔한 남성의 1분
법조계 “고의성 없으면 범죄 아냐…억울한 상황, CCTV·일관된 진술로 대응해야”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붐비는 출근길 엘리베이터, 한 남성이 찰나의 오해로 성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에 휩싸였다.
아들과 함께 출근하던 A씨는 등과 벽 사이에 빈틈 하나 없이 밀착된 상황에서, 옆 사람의 움직임에 떠밀려 앞에 선 여학생과 원치 않는 접촉을 했다. 돌아보는 여학생의 갸우뚱한 표정. 그 짧은 순간 A씨의 등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나를 의심하는 건가?’
“만질 생각 없었는데요?”…법원, ‘고의성’ 없으면 무죄
A씨의 사례처럼 혼잡한 공간에서 의도치 않은 신체 접촉으로 성추행 오해를 받는 일은 드물지 않다. 만약 그날 여학생이 A씨를 신고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이론적 기준은 명확하다. 바로 ‘고의성’이다. 형법상 강제추행죄는 상대방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려는 ‘의도’를 갖고 추행 행위를 해야 성립한다.
법무법인 태강 정재영 변호사는 “성추행은 성적 의도를 갖고 행위를 했을 때 성립하는 목적범”이라며 “단순한 신체 접촉이나 공간적 밀착만으로 곧바로 추행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즉, A씨가 여학생을 만지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고, 실제 접촉도 다른 사람 때문에 발생한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면 범죄가 아니라는 의미다. 법률사무소 새율 강민기 변호사 역시 “혼잡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접촉은 법적으로 성추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못 박으며 고의성의 중요성을 재차 확인했다.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면? 당신의 운명을 가를 ‘두 가지’
물론 법조 전문가들은 A씨의 경우 실제 신고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다. 하지만 만에 하나 경찰 조사를 받게 된다면,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사실관계를 설명하는 것이 운명을 가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두 가지 핵심 대응 방안을 제시한다.
첫째는 객관적 증거인 ‘CCTV’ 확보다. A씨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는 엘리베이터 내부의 CCTV였을 것이다. 법무법인 선승 안영림 변호사는 “혹시 모를 가능성에 대비해 관리사무소에 영상 보존을 요청해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CCTV 영상은 A씨의 손 위치, 주변 사람들의 움직임 등 고의가 없었음을 증명할 결정적 자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일관되고 구체적인 진술’이다. 법무법인 클래식 이경복 변호사는 “당시 엘리베이터에 함께 탔던 아들의 존재, 자신의 손 위치, 옆 학생이 게임하던 상황 등을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진술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억울한 마음에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기억을 복기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정리하는 것이 무혐의를 입증하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법무법인 영웅 박진우 변호사는 “설령 상대방이 오해하여 신고하더라도 실제 사건화되어 처벌받을 가능성은 없다”며 A씨와 같은 상황에 놓인 이들을 다독였다.
출근길 찰나의 눈빛 하나에 가슴을 졸여야 했던 A씨. 법은 그의 억울함에 ‘고의가 없었다면 범죄가 아니다’라고 답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