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쩌다 '절도범'이 됐나…셀프계산대, 20만원 긁고도 경찰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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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쩌다 '절도범'이 됐나…셀프계산대, 20만원 긁고도 경찰서행

2025. 11. 13 16:55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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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계산대 보편화 속 결제 누락으로 형사 입건되는 사례 속출... 전문가들 "고의성 없었다는 점, 첫 조사 전 입증이 관건"

셀프계산대에서 실수로 결제를 누락해 절도범으로 몰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20만 원어치 화장품을 사고도 경찰서에서 절도죄로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면?


한 화장품 업체 셀프계산대에서 20만 원 넘게 물건을 사고도 절도범으로 몰린 한 시민의 사연이 법률 플랫폼을 뜨겁게 달궜다.


무인점포와 셀프계산대가 늘어나면서, 의도치 않은 실수가 한순간에 '범죄'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불안감이 시민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


"직원도 봤는데…억울하게 도둑으로 몰렸어요"


사건의 주인공 A씨는 매장 직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셀프계산대에서 다량의 물건을 구매했다. 결제한 금액만 20만 원.


하지만 며칠 뒤, A씨의 손에 들린 것은 쇼핑백이 아닌 경찰의 출석요구서였다. "매장에서 일부 물건 값을 계산하지 않았다며 절도죄로 신고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었다.


A씨는 "워낙 여러 개를 사느라 정신이 없었고, 직원이 쳐다봐 급하게 하느라 실수가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손에 쥔 20만 원짜리 영수증이 무색하게 A씨는 한순간에 절도 혐의 피의자가 됐다.


'실수'와 '고의' 사이, 운명을 가르는 한 끗


변호사들은 유무죄를 가르는 핵심은 '고의성'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형법상 절도죄(형법 제329조)는 타인의 물건을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고의적인 마음, 즉 '불법영득의사'가 있을 때 성립한다.


계산 과정에서 벌어진 단순 실수는 범죄가 아니다. 법무법인 에스엘 이성준 변호사는 "고의가 아니라 과실이라면 처벌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문제는 그 '마음속 의사'를 어떻게 증명하느냐다. 결국 수사기관은 CCTV 영상 속 A씨의 행동을 통해 고의성을 판단하게 된다.


법무법인 대환 김상훈 변호사는 "구매한 물품 수량 대비 누락된 물품의 비율, 물건을 숨기려는 듯한 특이 행동 여부, 결제 후 행동 패턴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해 실수를 가장한 것인지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내 편이 아니다…'무혐의 골든타임'은 첫 조사


많은 이들이 A씨처럼 '실수니 경찰이 알아서 잘 판단해주겠지'라고 믿고 안일하게 대응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이것이 가장 위험한 생각이라고 경고한다.


서아람 변호사는 "경찰이 소환 조사를 한다는 것은 이미 절도 혐의로 정식 입건(피의자 신분 전환)되었다는 뜻"이라며 "경찰 조사 때부터 확실하게 대응해 무혐의를 받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변호사들은 첫 경찰 조사를 받기 전이 바로 '골든타임'이라고 말한다. 법무법인 베테랑 윤영석 변호사는 "첫 조사를 받은 이후에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며 변호인 조력을 받으려면 반드시 첫 조사 전에 선임할 것을 권했다.


법원의 저울, '숨기는 행동' 없었다면 무죄에 무게


실제 판례도 고의성 여부를 엄격하게 따진다. 법원은 단순히 계산대를 통과했다는 사실만으로 절도죄를 인정하지 않는다. 관련 판례(서울동부지방법원 2015노1699)는 "절도의 고의는 관련 간접사실들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A씨의 경우 ▲직원이 지켜보는 공개된 상황에서 계산한 점 ▲20만 원이라는 상당 금액을 정상 결제한 점 ▲다량의 물건을 구매해 실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었던 점 등은 절도의 고의가 없었음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정황이 될 수 있다.


김경태 변호사는 "숨기려는 의도 없이 계산을 진행했다는 점을 CCTV로 확인하고, 영수증 등 증거를 통해 정상 구매 의사를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억울한 혐의를 벗기 위해서는 초기부터 법적 대응 전략을 세워 치밀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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