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낸 후 일으켜주고 도망간 운전자, 경찰은 뺑소니가 아니라고 한다
사고 낸 후 일으켜주고 도망간 운전자, 경찰은 뺑소니가 아니라고 한다
연락처 안 남기면 명백한 '도주'
잠깐의 구호 조치는 면죄부 될 수 없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칠흑 같은 어둠이 내린 지난 7월 2일 밤 11시. 우회전을 하던 A씨의 오토바이를 뒤따르던 승용차가 들이받았다.
'쿵' 하는 충격과 함께 도로에 나뒹군 A씨. 잠시 후 가해 운전자가 다가와 A씨를 일으켜 세웠다. 경황이 없는 와중에도 A씨는 '그래도 사람이 양심은 있구나' 안도했다. 하지만 그 안도감은 "보험사를 불러달라"는 요청 한마디에 산산조각 났다. 운전자는 그 말을 듣자마자 아무런 인적사항도 남기지 않은 채 차를 몰고 현장을 떠났다.
A씨는 즉시 경찰에 신고했고, 다행히 가해자는 곧 붙잡혔다. 그러나 A씨는 더 큰 절망에 빠졌다. 사고 영상을 확인한 경찰로부터 "뺑소니 혐의 적용은 어려울 것 같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가해자 측 보험사는 치료비 100만 원과 오토바이 수리비를 제시했다. 몸과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은 A씨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보상이다.
변호사들 "명백한 뺑소니"
A씨의 사례처럼 가해자가 피해자를 잠시 일으켜주는 등 일부 구호 조치를 했다는 이유로 경찰이 뺑소니 적용에 소극적인 경우가 있다. 하지만 변호사들의 시각은 다르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죄, 즉 뺑소니에 해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입을 모았다. 도로교통법 제54조는 교통사고 발생 시 운전자가 ▲즉시 정차해 사상자를 구호하고, ▲피해자에게 이름과 연락처 등 인적사항을 제공하도록 명확히 규정한다.
판례는 이 조치들을 '모두' 이행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하면 '도주'로 본다. A씨를 일으켜 세운 것은 구호 조치의 일부일 뿐, 가장 중요한 신원 확인 조치를 하지 않고 떠난 행위는 명백한 의무 위반이다.
한 변호사는 "사고 영상을 바탕으로 가해자의 도주 의도를 명확히 입증하고, 진단서를 제출해 상해 사실을 공식화해야 한다"며 "엄벌탄원서를 제출해 수사기관에 피해자의 강력한 처벌 의사를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치료비 100만원이 전부? '숨겨진 권리'까지 챙겨야
가해자 측이 제시한 '치료비 100만 원과 수리비'는 최소한의 민사적 보상에 불과하다. 변호사들은 A씨가 받아야 할 보상은 훨씬 크다고 강조했다.
만약 가해자의 행위가 도주치상으로 인정되면, A씨는 상당한 금액의 '형사합의금'을 받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사고로 입원하거나 치료를 받느라 일하지 못한 기간의 손해, 즉 '일실수입'도 청구할 수 있는 정당한 권리다.
여기에 더해 사고 자체의 충격과 가해자가 도주한 행위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인 '위자료'도 추가로 요구해야 한다.
법무법인 YK 동탄분사무소 김경태 변호사는 "제시된 100만 원이 적정한지, 추가 치료가 필요한지 등을 면밀히 따져 합리적인 수준의 배상을 요구해야 한다"며 "오토바이 수리비 역시 단순 외관 훼손을 넘어 기능 저하까지 고려해 실질적 손해액을 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