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사고 냈는데 피해자가 잠수탔다…'합의' 막히면?
음주사고 냈는데 피해자가 잠수탔다…'합의' 막히면?
초범 음주운전자, 연락두절 피해자에 처벌 가중 공포…변호사들 "이것부터 하라"

혈중알코올농도 0.13%의 만취 운전자가 인명 사고를 낸 후, 피해자가 연락을 피해 합의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 AI 생성 이미지
혈중알코올농도 0.13% 만취 사고, 피해자는 "묵묵부답". 합의길 막힌 초범 운전자, 가중처벌 위기다.
처벌 수위를 낮출 최후의 카드로 변호인들이 일제히 '형사공탁'과 '합의 시도 증거'를 지목했다. 사과조차 할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법적 대응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합의하고 싶은데…" 만취사고 후 연락 끊은 피해자
안산에 사는 A씨는 최근 악몽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새벽 시간, 혈중알코올농도 0.13%의 만취 상태로 운전대를 잡았다가 앞서가던 카니발 차량을 추돌하는 사고를 냈기 때문이다.
A씨의 차량은 번호판이 찌그러지고, 상대 차량은 뒷범퍼가 손상되는 수준의 경미한 사고였다. A씨는 음주운전 초범이었다.
문제는 사고 이후에 터졌다. 처음엔 괜찮다던 상대 차량 탑승자 2명이 병원 진료를 받으면서 '대인 접수'가 이뤄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피해자들은 보험사의 전화를 일절 받지 않으며 합의를 위한 소통을 완전히 차단했다.
A씨는 경찰 조사를 앞두고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피해를 복구해 주고 싶어도 방법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는 신세가 됐다.
초범도 '위험운전치상' 적용되면 벌금 1000만원 훌쩍
A씨처럼 인명 피해가 발생한 음주사고는 단순 음주운전보다 훨씬 무겁게 처벌된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는 "단순 음주운전 외에 인적 피해가 발생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또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죄가 적용될 수 있다"며 "약식기소로 진행될 경우 일반적으로 1000만 원에서 1500만 원 사이의 벌금형이 처분될 가능성이 높으나 대인 피해의 정도에 따라 유동적입니다"라고 전망했다.
특히 A씨처럼 혈중알코올농도가 0.13%로 높은 경우, '음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로 인정돼 처벌 수위가 훨씬 높은 '위험운전치상'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법무법인 오른의 백창협 변호사는 "인사 사고가 발생해 상해 진단서가 제출되면,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상으로 사건이 진행될 수 있습니다"라고 경고했다. 이 경우 법정형은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뛴다.
합의가 막혔을 때 최후의 카드, '형사공탁' 시기와 금액은?
그렇다면 A씨처럼 피해자가 연락을 피하는 경우, 속수무책으로 무거운 처벌을 기다려야 할까? 변호사들은 '형사공탁' 제도를 적극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형사공탁은 피해자와 합의에 이르지 못했을 때, 가해자가 법원에 합의금을 맡겨 피해 회복 노력을 증명하는 제도다.
법률사무소 평정 이시완 변호사는 "피해자가 연락을 받지 않더라도 법원에 형사공탁을 진행하면 피해 회복 의사를 공식적으로 남길 수 있고, 이는 양형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반영됩니다"라고 설명했다.
공탁 시기는 빠를수록 좋다. 경찰 출신의 법률사무소 새율 최성현 변호사는 "공탁 시기는 피해자가 경찰 조사 전에 진행하는 것이 감경 효과 면에서 유리하므로, 지금 즉시 준비하시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피해자의 인적 사항을 몰라도 사건번호만으로 공탁이 가능하다. 다만 금액에 대해 법무법인 에스엘 이성준 변호사는 "(일률적인 정답 금액은 없습니다)"라며 피해 정도에 따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했다.
변호사 선임, '자동 감형'은 아니지만…'결정적 차이' 만들 수도
초범 음주사고에서 변호사 선임이 반드시 필요한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법무법인 로웰 김훈희 변호사는 "다만 초범 음주사고 사건에서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해서 벌금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식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라고 현실적인 조언을 했다.
하지만 이번 사례처럼 피해자와의 소통이 막히고 '위험운전치상'이라는 무거운 혐의가 걸린 경우, 변호사의 역할이 중요해질 수 있다.
법률사무소 유(唯) 박성현 변호사는 "변호사를 선임할 경우 법조 인프라를 통해 피해자 측의 의사를 객관적으로 타진하고, 합리적인 선에서 형사 합의 및 공탁 절차를 조율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경찰 조사 단계부터 동석해 진술을 조력하고, 체계적인 양형자료를 담은 변호인 의견서를 제출해 실질적인 감형을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 수 있다고 다수의 변호사들은 입을 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