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갚겠다 약속했는데"…코로나 직격탄 사장님, 횡령범으로 몰린 사연
"꼭 갚겠다 약속했는데"…코로나 직격탄 사장님, 횡령범으로 몰린 사연
고용노동부 "보험료 미납은 행정절차 우선"…법조계 "코로나 특수성, 재판 변수될 것"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으로 직원 4대보험료를 미납한 자영업자가 업무상횡령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 AI 생성 이미지
직원 4대보험료 미납한 사장님, 횡령죄 송치…'코로나 경영난'이냐 '고의'냐
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 경영난에 빠져 직원 4대보험료를 내지 못한 자영업자가 업무상횡령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그는 직원들에게 사정을 알리고 양해를 구했으며 폐업 후에도 상환을 약속했지만, 형사 고소를 피하지 못했다.
"빚내서 월급 줬는데"…벼랑 끝에 몰린 사장님
2021년 12월 13일, 정부의 백신패스 정책이 시행되던 날 A씨는 암담한 심정으로 가게 문을 열었다. 예상대로 매출은 곤두박질쳤지만, 미리 마련해 둔 운영비로 약 6개월을 버텼다.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2022년 8월부터는 직원 월급조차 제때 주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A씨는 대출을 받고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가며 직원들의 실수령액 만큼은 지키려 애썼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의 4대보험료가 미납되기 시작했다.
A씨는 이 사실을 직원들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았고, 직원들은 가게의 어려운 사정을 안다며 그를 이해해 주었다. 그는 "실급여만 챙겨줘서 미안하다"고 사과했고, 직원들의 이해에 고마움을 느꼈다고 한다.
그러나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결국 A씨는 2023년 8월 가게 문을 닫았다. 그는 폐업을 결정한 뒤 직원들의 급여와 퇴직금을 최우선으로 정산했다. 그리고 남은 직원들에게 "그동안 미납된 4대보험료는 직장생활을 해서라도 몇 년이 걸리든 꼭 완납하겠다"고 약속하며, 진행 상황을 언제든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당시 직원들도 수긍하며 상황은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3개월 뒤인 2023년 11월, A씨는 경찰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전 직원 2명이 그를 업무상횡령 혐의로 고소했다는 것이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미납 사실은 인정했지만, 경영난으로 인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뿐 고의는 없었다고 항변하며 2년 치 매장 계좌 내역을 증거로 제출했다. 얼마 후 1건은 '무혐의'로 종결됐지만, 나머지 1건은 최근 검찰에 송치되며 법적 다툼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월급서 뗀 보험료 미납, 무조건 횡령일까?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A씨에게 '불법영득의사(타인의 재물을 자기 소유물처럼 이용·처분하려는 의사)'가 있었는지 여부다. 업무상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고의로 그 재물을 가로챌 때 성립한다.
주목할 점은 고용노동부의 유권해석이다. 고용부는 과거 유사 질의에 대해 "임금에서 공제한 사회보험료를 사업주가 미납한 것은 국민건강보험법 등 관련 법령에 따른 징수 및 압류 절차로 처리할 사안"(근로기준정책과-1939)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
이는 경영난으로 인한 보험료 미납이 형사상 '횡령'으로 곧바로 연결되기보다, 건강보험공단 등의 행정적 절차를 우선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법률사무소 새율의 최성현 변호사는 "①직원들에게 미납 사실을 사전에 고지하고 양해를 구했던 점 ②대출을 통해 실급여는 지급하려 노력한 점 ③폐업 시 변제 계획을 설명한 점 등을 고려할 때,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 역시 "고의가 아닌 경영난으로 인해 미납이 발생했음을 강조하고, 매출 감소와 대출 상황, 상환 의지를 밝혔던 기록 등을 증거로 제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법무법인 경천의 김명수 변호사는 "업무상횡령죄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이라도 피용자 부담 부분은 빨리 납부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유죄가 인정될 경우 벌금형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코로나 특수성, 법원 판단 변수 될까?
결국 A씨의 운명은 검찰과 법원이 그의 '고의성'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달리게 됐다. 한 변호사는 "횡령 사건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와의 상담을 통해 구체적인 경위와 증거자료를 검토하여 면밀히 대응해야 한다"며 "1건이 무혐의로 종결된 점은 고의가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법조계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례 없는 재난 상황이 재판의 중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회적 재난에 가까운 특수한 상황이 '사용자의 귀책사유'나 '불법영득의사'를 판단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