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고소 당했다면? '셀프 의견서'의 함정과 변호사 8인의 조언
형사고소 당했다면? '셀프 의견서'의 함정과 변호사 8인의 조언
전문가들 "피의자 직접 작성 가능하지만, 법리적 주장 없으면 단순 진술서로 취급될 우려 커"

형사 피의자가 직접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으나, 법리적 주장과 증거 분석이 담긴 변호인 의견서가 수사관에게 더 설득력 있다. / AI 생성 이미지
“제가 직접 쓴 의견서, 효과 있나요?”…형사 피의자의 질문에 전문가들이 답하다
형사고소를 당해 경찰 조사를 앞둔 A씨. 그는 법률 상담 플랫폼에 절박한 질문을 올렸다. “변호사 없이 직접 의견서를 써도 괜찮을까요? 변호사가 쓴 것과 비교해 감형에 불리하지는 않을까요?”
수사 절차의 첫 갈림길에 선 피의자들이 흔히 품는 궁금증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피의자 본인이 직접 의견서를 제출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 효과는 변호사가 작성한 '변호인 의견서'와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누구나 쓸 수 있다, 그러나 '무게감'이 다르다
결론부터 말하면, 피의자 본인이 직접 의견서를 작성해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것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이 점을 명확히 했다. 법률사무소 더든든의 추은혜 변호사는 "피의자도 의견서 작성이 가능하며 경찰조사 전후 모두 제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정성을 담은 자필 의견서 역시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본인이 작성한 서면과 변호사가 작성한 '변호인 의견서'는 수사관이 받아들이는 '무게감'에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경찰 간부 출신인 법무법인 신진의 문종원 변호사는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그 차이를 설명했다. 그는 "당사자가 써온 서면은 '진술서' 정도로 취급되는 반면, 변호인이 작성한 서면은 사실적·법률적 주장을 살펴봐야 하기 때문에 변호인의견서를 제출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수사관에게 법률적 검토 의무를 부여하는 효과가 있다는 의미다.
수사팀장 출신인 법률사무소 새율의 최성현 변호사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그는 "수많은 의견서를 검토해본 경험상, 변호사가 작성한 의견서는 법리적 해석과 판례 인용이 정확하고 증거자료의 증명력에 대한 분석이 전문적"이라며 "정상참작 사유나 법리적 쟁점을 체계적으로 전개해 수사관이 검토하기 용이하다"고 말했다. 감정에 호소하는 장문의 글보다, 잘 정리된 법적 주장이 더 설득력 있다는 것이다.
제출 시점은 언제? '조사 후 보완'이 일반적
의견서 제출 시점에도 정답은 없다. 조사 전, 조사 당일, 조사 후 모두 가능하다. 다만 많은 변호사들은 '조사 후' 제출을 일반적인 전략으로 꼽았다. 피의자 신문 과정에서 답변이 미흡했거나, 진술의 취지가 잘못 기록되었을 경우 이를 바로잡고 보충할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형사전문 윤형진 변호사는 "피의자 조사 시 진술을 미흡하게 한 경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조사 이후에 제출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오른의 백창협 변호사 역시 "통상적으로 의견서는 조사 이후에 제출한다"고 답했다.
물론 조사 전에 제출해 수사관에게 사건에 대한 사전 인식을 심어주는 전략도 가능하다. 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의 한장헌 변호사는 "사건 경위를 명확히 정리해 수사관의 이해를 돕는다"며 조사 전 제출의 장점을 언급했다.
의견서 낸다고 '감형'?…목표는 '무혐의' 또는 '선처'
A씨가 가장 궁금해했던 '감형' 효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단계별로 나눠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찰 수사 단계의 목표는 감형이 아니라는 것이다.
윤형진 변호사는 "경찰 단계에서는 감형이 불가능하고 혐의 유무(범죄성립 여부)만 결정을 한다"며 "검사 또는 기소 이후 판사가 형량을 결정한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즉, 수사 단계에서 의견서의 역할은 '혐의 없음(무혐의)'을 주장하거나, 혐의를 인정할 경우 '선처를 호소'하여 검찰 단계에서 기소유예 등 가벼운 처분을 이끌어내는 데 있다. 특히 무죄를 다투는 사안이라면 변호사의 조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에 가깝다.
윤 변호사는 "무혐의를 목표로 하는 사안이라면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절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형사사건에 연루되었다면 '셀프 의견서'라는 첫 단추를 끼우기 전에 신중해야 한다.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는 "법률적 내용과 판례 등 법리적으로 주장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변호사에게 맡겨 변론하는 것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비용 부담이 있더라도, 수사 초기 단 한 번의 기회인 의견서 제출이 사건 전체의 향방을 가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