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워서 귓속말 했을 뿐인데…클럽서 말 걸었다 성추행범으로 몰렸습니다
시끄러워서 귓속말 했을 뿐인데…클럽서 말 걸었다 성추행범으로 몰렸습니다
CCTV가 핵심 증거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클럽에서 여성에게 귓속말을 건넨 20대 남성 A씨가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당해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 사건은 지난 9월 7일 서울의 한 클럽에서 시작됐다. A씨는 여성에게 말을 걸기 위해 시끄러운 음악 소리를 뚫고 귓속말을 시도했다. 바로 그때, 여성의 친구가 둘 사이를 가로막으며 A씨를 제지했다.
A씨가 친구의 팔을 치우려던 순간, 손이 친구의 얼굴에 맞으며 의도치 않은 폭행 사건으로 번졌다. A씨는 2주 뒤 경찰 조사에서 폭행 혐의를 인정했다.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폭행 사건을 조사하던 형사는 A씨에게 "당시 말을 걸었던 여성이 별도로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했다. A씨는 폭행 피해자와는 원만히 합의해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마무리지었지만, 성추행이라는 또 다른 족쇄가 A씨의 발목을 잡았다.
A씨는 "도의적 책임을 느끼고 여성에게 사과 문자를 보냈지만, 읽고 답이 없는 상태"라고 토로했다.
연락 없는 경찰, 내 사건은 어떻게 됐나
고소 사실을 들은 지 한 달이 다 돼가지만, 여성청소년과(여청과)에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다. A씨는 "차라리 빨리 조사를 받고 싶지만, 사건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 피가 마른다"고 호소했다.
변호사들은 현재 A씨의 사건이 정식 수사 전 단계인 '내사' 과정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장휘일 더신사 법무법인 변호사는 "경찰이 고소장 접수 후 피해자 조사, CCTV 분석 등 기초 조사를 진행 중인 단계일 것"이라며 "혐의 유무를 판단하기 전까지 피의자에게 연락하지 않는 것은 자연스러운 절차"라고 설명했다.
이재용 JY법률사무소 변호사 역시 "내사 단계에서 혐의가 없다고 판단되면 피의자 소환 없이 '내사 종결'로 처리될 수 있다"면서도 "이 경우 당사자에게 별도 통보가 가지 않아 본인은 사건 종결 사실조차 모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CCTV에 접촉 없는데…귓속말도 처벌되나
A씨가 가장 믿는 구석은 CCTV 영상이다. A씨는 폭행 사건 조사 당시 형사와 함께 영상을 확인했으며, "귓속말을 위해 가까이 다가간 것 외에 어떤 신체 접촉도 없었다"고 확신했다. 그렇다면 신체 접촉 없는 귓속말도 강제추행이 될 수 있을까.
변호사들은 '추행의 고의성'과 '기습성'이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법률사무소 필승 김준환 변호사는 "강제추행죄는 폭행이나 협박, 또는 기습적인 신체 접촉이 성립 요건"이라며 "시끄러운 클럽에서 대화를 위해 접근한 것이고 실제 접촉이 없었다면 무혐의를 주장해볼 만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섣부른 대응은 금물이다. 강민기 법률사무소 새율 변호사는 "A씨에게 보낸 사과 문자가 조사 과정에서 '혐의를 인정하는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며 진술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먼저 가서 해명하면 유리할까?
답답한 마음에 경찰서로 달려가고 싶지만, 이 또한 위험한 선택일 수 있다.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섣부른 자진 출석은 피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변호사 서아람 법률사무소의 서아람 변호사는 "수사 기록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섣불리 진술하면, 불필요한 말이 불리한 증거로 기록될 수 있다"며 "정식 소환 통보를 받은 뒤 변호사와 함께 출석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한 달간의 해외 일정도 A씨의 고민거리다. 만약 출국 중 경찰의 출석 요구가 오면 도주 우려가 있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조기현 법무법인 대한중앙 변호사는 "해외 일정이 있다면 반드시 사전에 경찰에 연락해 출국 및 귀국 일정을 알려둬야 한다"며 "조사에 불응하거나 회피한다고 판단되면 최악의 경우 체포영장이 발부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준성 법무법인 공명 변호사는 "성범죄 사건은 객관적 증거가 부족한 경우 진술의 신빙성 싸움으로 흐르기 쉽다"며 "무혐의를 주장해야 하는 사안인 만큼, 모든 것이 기록으로 남는 첫 조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