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 약 먹고 운전, 10년 만에 '약물운전' 딱지…2년 면허취소 피할 수 있나?
공황장애 약 먹고 운전, 10년 만에 '약물운전' 딱지…2년 면허취소 피할 수 있나?
새벽 근무 중 공황발작에 처방약 먹고 귀가하다 접촉사고…경찰, 상태 이상하다며 소변 채취

10년간 공황장애 약을 복용한 운전자가 사고 후 약물운전으로 면허취소 위기에 처했다. / AI 생성 이미지
10년 넘게 공황장애 약을 복용해 온 A씨. 그에게 약은 일상을 지탱하는 수단이었다. 그런데 최근 이 약 때문에 하루아침에 2년간 운전대를 잡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새벽 근무 중 공황장애 증상이 나타나자 A씨는 늘 먹던 알프라졸람 4~5정을 먹고 5분 거리의 집으로 차를 몰았다. 그러다 다른 차와 아주 가벼운 접촉사고가 났다. A씨 차에는 흠집조차 나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A씨의 상태가 안 좋아 보인다며 소변 채취를 요구했고, 결과는 '약물운전'이었다. A씨는 10년간 약을 먹으면서도 운전이 금지된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항변했지만, 경찰은 그 자리에서 운전면허를 회수하고 2년 면허취소 사전통지서를 건넸다.
A씨는 "수없이 공황 발작을 겪었고, 약 때문에 상태가 안 좋았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정말 약 때문에 이런 일이 생겼다는 걸 믿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 10년간 먹어온 처방약 때문에 '약물 운전자'가 된 A씨. 2년 면허취소 처분을 피할 방법은 없을까?
'약물 검출'이 곧 '약물운전'일까?…쟁점은 '정상 운전 곤란 상태'
결론부터 말하면, 단순히 약물 성분이 검출됐다는 사실만으로 약물운전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변호사들은 법적으로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였는지를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호안 조선규 변호사는 "약물운전은 약을 먹었다는 사실만으로 바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고,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운전했는지가 핵심"이라고 짚었다. 대법원 판례 역시 단순히 약을 투약했다는 사실만으로 약물운전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는 것이다.
하지만 A씨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법무법인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4~5정을 한꺼번에 복용한 뒤 접촉사고가 발생하고 경찰이 상태 이상을 관찰했다는 부분은 상당히 불리하다"며 "과거 더 많은 양을 복용하고도 이상이 없었다는 경험 역시 이번 사고 당시 약물 영향이 없었다는 것을 직접 증명하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도로교통법은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 운전이 우려되는 상태에서 운전할 경우, 형사처벌과 함께 운전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운전금지 몰랐다" 항변, 통할까…'공황발작'과 '약물 영향' 분리가 관건
A씨는 10년간 약을 먹으면서도 운전금지 경고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변호사들은 이런 주장이 처분을 뒤집는 결정적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고 봤다.
제이디종합법률사무소 전종득 변호사는 "처방약이었고 운전금지인 줄 몰랐다는 주장은 보통 취소사유를 뒤집는 근거로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행정법규 위반에 대한 제재는 고의나 과실이 없더라도 객관적인 위반 사실 자체에 대해 부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변호사들은 다른 방향의 대응을 조언했다. 당시 A씨의 상태가 약물 때문이 아니라 '공황발작' 증상 자체 때문이었음을 의학적, 법률적으로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도모 김상훈 변호사는 "핵심 쟁점은 검출된 성분이 실제 운전 장애를 초래했는지에 대한 인과관계"라며 "사고 당시 상태가 약물 영향 때문이 아니라 공황발작의 급박함으로 인한 것이었음을 의학적 소견과 블랙박스 영상 등으로 입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대응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베테랑 황윤경 변호사 역시 "그날의 상태가 약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공황발작 자체 때문이었는지를 의학적으로 구분해 설명해야 한다"며 "주치의 소견서와 10년치 처방 기록 등을 확보해 반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면허취소' 확정 전, 지금 당장 할 일은
A씨가 받은 것은 최종 처분이 아닌 '사전통지서'다. 아직 다툴 기회가 남아 있다는 의미다. 변호사들은 처분이 확정되기 전 의견제출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는 "의견 제출 기간 내에 처분의 부당성이나 감경 사유를 다퉈야 한다"며 "당시 투약량, 짧은 운전 거리, 경미한 사고, 생계형 운전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소명하여 면허취소 처분을 정지나 감경 처분으로 변경하기 위한 법적 대응을 신속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면허취소 처분은 행정처분이지만, 별도의 형사 절차도 진행될 수 있다. 법률사무소 유 (唯) 박성현 변호사는 "형사처벌 수위가 낮아지거나 혐의를 벗어야 행정처분을 뒤집을 가능성도 높아지는 만큼, 사전통지 단계부터 수사 및 행정 절차에 풍부한 경험을 갖춘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면허취소 처분이 확정되더라도 이의신청이나 행정심판, 행정소송을 통해 불복 절차를 밟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