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신호위반 트럭이 무죄? 12주 중상 오토바이의 '중앙선 침범'이 가른 운명
[무죄] 신호위반 트럭이 무죄? 12주 중상 오토바이의 '중앙선 침범'이 가른 운명
법원 "중앙선 침범한 오토바이까지 예견할 순 없어" 반전 판결 울산지법
12주 중상 사고 낸 운전자에게 무죄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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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신호등이 빨간불임에도 교차로를 그대로 직진해 사고를 낸 운전자가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신호위반이라는 중과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상대방의 '이례적인 중앙선 침범'에 있다고 판단했다.
정지신호 무시하고 직진한 화물차, 오토바이와 충돌해 12주 중상 입혀
사건은 지난 2023년 11월 20일 오후 7시 20분경, 울산 남구의 한 삼거리 교차로에서 발생했다. 코란도 스포츠 화물차를 운전하던 A씨는 만수삼거리 방면에서 신여천사거리 방면으로 주행하던 중, 전방의 정지신호를 무시한 채 그대로 교차로에 진입했다.
이때 반대편 도로에서는 오토바이를 운전하던 64세 남성 D씨가 좌회전 신호를 받고 주행 중이었다. 교차로를 통과하던 A씨의 화물차 앞부분은 D씨의 오토바이를 그대로 들이받았고, 이 사고로 D씨는 비구 골반골 골절 등 전치 12주의 중상을 입었다.
검찰은 A씨가 신호를 위반하여 안전하게 운전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했다며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상)' 혐의로 기소했다. 신호위반 사실이 명백했기에 A씨의 처벌은 당연해 보였다.
"앞차가 안 가네?"…중앙선 침범해 추월 시도한 오토바이의 치명적 선택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사건의 흐름을 뒤바꾸는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났다. 사고 당시 D씨의 주행 방향에는 총 3개의 좌회전 차선이 있었고, 그중 2개 차선에서 다른 차량들이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좌회전 신호가 켜졌음에도 불구하고 대기하던 차량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신호를 위반해 교차로에 진입한 A씨의 차량을 발견하고 사고를 피하기 위해 정지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오토바이 운전자 D씨는 대기하던 차량의 뒤에서 멈추지 않고, 그대로 앞 차량의 왼쪽으로 중앙선을 침범해 추월을 시도했다.
블랙박스 영상 분석 결과, D씨는 좌회전 신호가 들어오고 약 3초 뒤에 중앙선을 넘기 시작했고, 반대 차선의 3분의 1 지점까지 들어왔을 때 A씨의 차량과 충돌했다. 법원은 D씨가 앞차들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교통상 문제가 발생했음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음에도, 무리하게 중앙선을 침범해 주행한 점에 주목했다.
울산지법 "신호위반과 사고 사이 상당 인과관계 인정 안 돼"
울산지방법원 형사1단독(2024고단1324)은 이 사건에 대해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의 신호위반 잘못은 크지만, 해당 사고가 신호준수의무가 보호하고자 하는 범위를 벗어난 곳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핵심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사고는 교차로 내가 아니라, 교차로를 통과한 후 반대편 정지선에서 약 4~8m 떨어진 지점에서 발생했다"며 "교차로 내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신호준수의무와 이 사건 사고 사이에는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특히 법원은 운전자가 '이례적인 상황'까지 대비할 의무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운전자는 교차로 반대편 차량이 추월을 위해 중앙선을 침범해 갑자기 자신의 차선으로 들어올 것까지 예상하여 방지 조치를 취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없다"며 "야간에 앞차 뒤에서 갑자기 나타난 오토바이를 예견하여 회피할 가능성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더 많이 다쳤다고 형사처벌 하는 것은 형법의 보충성에 반해"
법원은 또한 형벌 법규의 엄격한 해석과 보충성을 강조했다. 사고 기여도나 부상 정도만으로 운전자를 무조건 형사처벌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상대방이 많이 다쳤다는 이유만으로 더 큰 과실이 있는 상대방을 두고 운전자를 형사처벌 하는 것은 전과자를 양산하는 행위"라며 "운전자의 과실 부분은 민사상 손해배상으로 해결할 문제이지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비록 신호를 위반했더라도, 상대방의 이례적이고 비정상적인 주행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면 그 책임을 운전자에게만 물을 수 없다는 법리적 판단을 명확히 한 사례로 남게 됐다.
[참고] 울산지방법원 2024고단1324 판결문 (2025. 5. 22. 선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