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해줬더니 가해자 '기소유예'…검찰 처분에 불복, 항고 가능할까?
합의해줬더니 가해자 '기소유예'…검찰 처분에 불복, 항고 가능할까?
합의는 '용서'가 아니었는데…다시 법정에 세울 수 있을까

형사 합의 후 내려진 기소유예 처분에 피해자는 항고할 수 있다. / AI 생성 이미지
형사 사건 가해자로부터 합의금을 받았지만, 검찰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통보받자 피해자의 허탈감이 크다. 가해자가 응당한 처벌을 받길 원하지만 이미 합의서에 도장을 찍은 상황.
과연 이 결정을 뒤집고 가해자를 다시 법정에 세울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절차상 불복은 가능하지만, 합의서를 작성한 사실이 발목을 잡을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합의는 '용서'가 아니었는데…기소유예 통보에 '분통'
형사 사건의 피해자는 가해자로부터 일정 합의금을 받고 합의서를 작성해주는 경우가 많다. 피해 회복과 사건의 조속한 마무리를 위해서다.
하지만 이후 검찰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는 통보를 받으면, 피해자는 당혹감에 휩싸인다. 기소유예란 범죄 혐의는 인정되지만, 여러 사정을 고려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검사의 결정이다.
법무법인 조이의 윤관열 변호사는 "기소유예는 검사가 피의자의 범죄 혐의는 인정하지만, 여러 사정을 고려해 처벌을 유예하는 결정"이라며, 이 결정이 내려지면 원칙적으로 피해자가 직접 불복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합의서를 작성하고 합의금을 받았다면, 이는 피해자가 민사적 해결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되어 추가적인 법적 조치를 취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항고'라는 마지막 카드, 그러나 '합의서'라는 높은 벽
그렇다면 피해자는 속수무책으로 검찰의 결정을 받아들여야만 할까? 그렇지는 않다. 기소유예는 불기소 처분의 일종이므로, 피해자는 검찰청법에 따라 상급 검찰청에 '항고'를 제기해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는 "기소유예는 불기소 처분의 일종이므로, 이에 대해 「검찰청법」에 따라 상급 검찰청에 항고를 제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경태 변호사 역시 "처분을 통지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관할 고등검찰청에 항고를 제기하실 수 있다"며 구체적인 절차를 안내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항고가 가능하다는 사실과 별개로, '합의서'의 존재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검찰은 피해자와의 합의를 기소유예 처분의 중요한 근거로 삼기 때문이다.
"왜 합의 번복하나" 소명해야…오히려 역공 맞을 수도
항고를 통해 기소유예 결정을 뒤집기 위해서는 합의 과정을 문제 삼아야 한다. 단순히 처벌 수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는 부족하다.
법무법인 우승의 전영경 변호사는 "항고 이유에서 '합의'를 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하였음에도 왜 이를 뒤늦게 철회하고자 하는 것인지, 합의서를 작성해주는 과정에서 속거나, 강요, 회유당한 사실이 있는지 등의 사유를 자세히 기재하여야만, 기소유예 결정을 내린 원처분에 대하여 재기수사명령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즉, 합의를 번복하려는 타당한 이유와 함께 합의 과정 자체에 문제가 있었음을 입증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합의서의 내용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항고가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이다.
법적 분석에 따르면, 만약 합의서에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있다면 가해자 측에서 합의 위반을 이유로 합의금 반환을 요구하거나 민사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 "법적 가능해도 실익 따져야…합의서 내용이 관건"
결론적으로 전문가들은 기소유예 처분에 대한 항고가 법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익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미 합의가 이루어진 상황에서 검찰이 처분을 바꾸거나,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매우 낮기 때문이다.
특히 합의서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처벌불원' 의사가 명확히 담겨 있다면 불복은 더욱 어려워진다.
따라서 섣불리 항고를 진행하기보다는 합의서 원본을 가지고 법률 전문가와 상담해 불복 절차의 가능성과 그에 따른 법적 위험성을 정확히 파악한 후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현명하다. 모든 것은 당신이 서명한 '합의서'의 구체적인 내용에 달려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