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했더니 '전세계 취업금지'? 퇴사 전 '이 행동'이 신의 한 수
이직했더니 '전세계 취업금지'? 퇴사 전 '이 행동'이 신의 한 수
보상 없는 경업금지 약정, 법조계 “무효 가능성 높아...내용증명으로 반박해야”

한 퇴사자가 '1년간 전 세계 이직 금지' 경고를 받자, 법조계는 보상 없는 과도한 경업금지 약정은 무효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 AI 생성 이미지
이차전지 소재 업체에서 배터리 제조사로 직장을 옮긴 A씨. 퇴사 두 달 만에 '1년간 전 세계 어디에서도 일할 수 없다'는 경고장을 받았다. 연봉계약서에 명시된 조항이었지만, 그에 대한 보상은 한 푼도 없었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퇴사 전 A씨가 한 행동을 두고 '신의 한 수'였다며, 부당한 약정에 적극적으로 맞서 싸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족쇄가 된 연봉계약서"…1년간 전 세계 이직 금지
이차전지 양극재 제조업체에서 근무하던 A씨는 지난 1월 30일, 날벼락 같은 내용증명을 받았다. 두 달여 전인 11월 17일 퇴사한 전 직장이 보낸 경고장이었다.
내용은 A씨가 배터리 제조업체로 이직한 것이 '경업금지 의무' 위반이라며 법적 조치를 암시하는 것이었다. A씨의 연봉계약서에는 '퇴사 후 1년간 동종업계에 취업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었지만, 그 범위는 '전 세계'로 비상식적으로 넓었고, 의무에 대한 보상금은 단 한 푼도 없었다.
퇴사 직전 '서명 거부', 결정적 방어 카드가 되다
황당한 통보에 법률 상담을 시작한 A씨는 변호사들로부터 뜻밖의 칭찬을 들었다. 바로 퇴사 직전의 한 가지 행동 덕분이었다.
전 직장은 퇴사 절차 중, 기존 계약서의 효력이 약하다고 판단했는지 내용증명과 거의 동일한 '의무준수서약서'에 추가 서명을 요구했다. 하지만 A씨는 서명이 의무가 아니라는 사실을 회사로부터 직접 확인하고 서명을 거부했다.
한대섭 변호사는 이를 두고 "퇴사 시 의무준수 서약서 서명을 거부한 것은 신의 한 수였습니다. 전 직장도 기존 계약서의 효력이 약하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기에 퇴사 직전에 서명을 강요했던 것입니다"라고 분석했다. 이 거절 행위가 향후 법적 다툼에서 A씨를 지켜줄 핵심 방어 카드가 된 셈이다.
법조계 "명백한 자유 침해, 약정 자체가 무효"
A씨의 사연을 접한 변호사 대다수는 해당 경업금지 약정이 무효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진단했다. 대법원 판례는 경업금지 약정이 유효하려면 ▲보호할 가치가 있는 사용자의 이익 ▲합리적인 제한 기간·지역·업무 범위 ▲그에 상응하는 대가 지급 등이 모두 충족돼야 한다고 본다.
고용준 변호사는 "대가 지급이 전혀 없고 그 제한 범위가 전 세계로 지나치게 광범위하여 헌법상 보장된 직업 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므로, 그 효력이 없다고 보아야 합니다"라고 단언했다.
특히 A씨의 전 직장(양극재 소재)과 현 직장(배터리 완제품)은 사업 영역이 달라 직접적인 경쟁 관계로 보기 어렵다는 점도 약정의 효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혔다.
'내용증명'엔 '법적 경고'로…초기 기선 제압이 중요
전문가들은 회사의 내용증명에 위축되어 대응을 피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내용증명 자체는 법적 강제력이 없지만, 회사가 소송을 위한 명분을 쌓거나 직원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려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무대응은 상대방에게 약점을 보이는 것과 같아, 오히려 가처분 신청 등 무리한 법적 조치를 감행하게 만들 수 있다. 한대섭 변호사는 답변서에 담길 내용으로 "'만약 부당한 소송이나 방해 행위를 지속할 경우, 업무방해 및 손해배상 등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라고 강하게 경고하셔야 합니다"라고 조언했다.
전 직장의 부당한 압박에 법리적 근거를 들어 단호하게 맞서는 것이 불필요한 분쟁을 막고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