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소송 중 별거, 파탄일까 아닐까? 판례로 본 기각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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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소송 중 별거, 파탄일까 아닐까? 판례로 본 기각의 조건

2026. 04. 23 11:04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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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의 일방적 이혼 통보, '회복 노력' 없는 별거는 파탄의 증거가 될 수 있다

배우자와 별거 중 이혼 소송을 당했을 때, 법원은 단순히 별거 기간 만으로 혼인 관계 파탄을 인정하지 않는다. / AI 생성 이미지

사소한 부부싸움 끝에 시작된 별거. 배우자는 이혼 소송을 예고했고, 가정을 지키고 싶은 쪽은 애가 탄다.


소송이 길어지며 별거 기간도 함께 늘어나는 이 상황이 혹시 혼인관계 파탄의 결정적 증거로 작용하진 않을까?


법률 전문가들은 물론, 과거 판례 역시 이혼 기각을 원한다면 반드시 '이 행동'을 통해 '이 증거'를 남겨야 한다고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민법 제840조와 구체적인 판결을 통해 그 해법을 알아본다.


쌍방폭행 후 별거…"이혼만은 막고 싶습니다"


배우자와 이혼 갈등을 겪고 있는 한 의뢰인은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배우자가 과거 있었던 쌍방 폭행과 폭언을 근거로 이혼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뢰인은 "과거 폭언, 폭행 사실들은 쌍방이며 오히려 상대 측이 저를 강제로 집에서 내쫓는 행동들을 많이 하였습니다"라고 항변했다. 실제로 그의 설득과 노력으로 수년간 원만하게 지낸 기간도 있었다.


갈등이 다시 불거진 것은 한 달 전, 사소한 말다툼이 가벼운 쌍방 폭행으로 번지면서부터다. 양측이 합의해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지만, 이를 계기로 별거가 시작됐다.


의뢰인은 "소송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별거 기간도 길어질 텐데… 별거로 인해 혼인 파탄으로 보나요? 저는 기각하려는 입장입니다"라고 간절함을 호소했다.


별거, 그 자체는 파탄 아니다…법원이 보는 '진짜' 기준


법률 전문가들은 '별거'라는 사실만으로 법원이 곧바로 혼인 파탄을 인정하지는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법률사무소 무율 김도현 변호사는 "단순히 별거가 장기간 되었다고 하여 혼인파탄에 이르렀다고 일률적으로 판단하진 않습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단순한 물리적 거리만이 아니라 부부 간의 유대와 의무를 완전히 단절했는지가 판단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즉, 법원은 물리적 거리보다 관계 회복을 위한 의지와 노력이 단절되었는지를 더 중요하게 본다는 의미다.


하지만 별거가 장기화되고 회복 노력이 없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법무법인 정담 김현수 변호사는 "따라서 별거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불리하니, 어떠한 형태로든지 동거할 의사를 표시하여 혼인 유지를 위한 노력이 있었음을 증거로 남겨야 합니다"라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베테랑 윤영석 변호사 역시 "이혼 기각을 원하신다면 별거 중에도 가정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보이시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강조했다.


민법 제840조와 판례가 말하는 '회복 불가능한 파탄'


법원은 무엇을 근거로 '회복 불가능한 파탄'을 판단할까? 핵심은 민법 제840조 제6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있다.


대법원은 이를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라 함은 부부간의 애정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할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그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라고 정의한다(대법원 2021. 3. 25. 선고 2020므14763 판결).


여기서 중요한 점은 '별거의 원인'과 '회복 노력'이다. 의뢰인의 사례처럼 소송을 앞두고 시작된 별거는 그 자체를 파탄의 직접적인 증거로 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 소송 과정의 일부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계 회복 노력 없이 서로 책임 공방만 벌인다면 법원은 혼인 파탄을 인정할 수 있다(부산가정법원 2020. 7. 9. 선고 2018드합200795, 202111 판결).


또한 의뢰인이 주장하는 쌍방 폭행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몇 차례의 폭행, 모욕적인 언사는 가정불화의 와중에서 서로 격한 감정으로 오갔고 폭행이 비교적 경미한 것이라면 이는 민법 제840조 제3호 소정의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판례가 있다(대법원 1986. 6. 24. 선고 85므6 판결).


이혼 기각 이끄는 '결정적 증거' 만드는 법


결국 이혼 청구를 기각시키기 위한 전략의 핵심은 '혼인 관계 회복을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을 '객관적 증거'로 남기는 것이다.


변호사들은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제시했다. 김형민 변호사는 "질의자님은 혼인관계 유지를 희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언행이 담긴 증거자료를 많이 확보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배우자에게 꾸준히 연락하며 대화를 시도하거나(문자, 카카오톡), 부부 상담을 제안하고, 소송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떨어져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는 기록을 남기는 것이다(법무법인 제이앤씨 김민소 변호사, 법무법인 유안 안재영 변호사).


법률사무소 새양재 홍현기 변호사는 한 발 더 나아가 "상대방과 만남을 갖고 대화를 나누고, 다시 동거를 하도록 설득하시는 것이 기각을 위한 방법입니다"라고 적극적인 행동을 주문했다.


이처럼 이혼 소송이라는 극한의 대립 속에서도 가정을 지키려는 꾸준하고 진실된 노력을 구체적인 증거로 만들어 재판부에 보여주는 것만이, 파탄의 문턱에서 가정을 지켜낼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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