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결혼, 무효로 해주세요"…사기결혼의 '골든타임' 3개월
"이 결혼, 무효로 해주세요"…사기결혼의 '골든타임' 3개월
배우자 거짓말에 '이혼' 아닌 '취소' 원하는 피해자…전문가들 "증거 갖고 서둘러야"

배우자 사기로 혼인이 파탄 나도 '혼인 무효/취소'는 인정받기 어렵다. / AI 생성 이미지
신혼을 송두리째 앗아간 배우자의 거짓말. 경찰까지 출동하는 소동 끝에 남은 건 깊은 상처와 ‘이혼’ 기록에 대한 억울함이다.
피해자는 결혼 자체를 없던 일로 만들고 싶다며 '혼인 무효 또는 취소'를 호소하지만, 법의 문턱은 높고 시간은 촉박하다.
법률 전문가들은 '사기를 안 날로부터 3개월'이라는 제척기간을 넘기면 '취소'는 불가능하다며, 신속한 증거 확보와 법적 대응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호적을 깨끗이 정리하고 싶다"…'혼인 무효'가 하늘의 별 따기인 이유
신혼 기간 중 배우자의 심각한 기망 행위와 정서적 불안정으로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고 밝힌 A씨. 그는 배우자와 그 가족의 적반하장식 태도에 큰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며, 단순 '이혼'이 아닌 '혼인 무효'나 '취소'를 통해 자신의 기록을 바로잡고 싶다는 간절함을 내비쳤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혼인 무효'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법무법인 재현의 김정세 변호사는 "혼인 무효는 혼인 의사가 아예 없었던 경우(민법 제815조), 취소는 사기·강박에 의한 혼인(제816조)에 한해 가능합니다. 법원이 요구하는 "사기"는 혼인 의사 자체를 좌우할 본질적 기망(기혼 사실 은폐 등)이며, 성격·태도에 대한 기망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 실무입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규희 변호사 역시 "실제로 결혼식을 올렸거나, 함께 살 의사로 혼인신고를 했다면 그 과정에 기망이 있었다 하더라도 혼인의 합의가 없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혼인 무효 판결을 받기는 상당히 까다롭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처음부터 결혼할 의사 자체가 없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는 극히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인정된다는 것이다.
'취소'의 문턱, 기회는 '사기를 안 날로부터 3개월' 뿐
그렇다면 '혼인 취소'는 가능할까? 다수의 전문가들은 '취소'의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무엇보다 시간이 관건이라고 강조한다.
법무법인 연우 백지예 변호사는 "사기를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청구해야 하므로, 시기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라고 조언했다.
클리어 법률사무소 김동훈 변호사도 "사기로 인한 혼인 취소는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3개월 내에 소를 제기해야 하는 제척기간이 존재하므로, 이 기간을 넘기지 않도록 신속히 대응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3개월'이라는 제척기간(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법정 기간)을 단 하루라도 넘기면, 아무리 명백한 사기 행위가 있었더라도 법적으로 혼인을 '취소'할 길은 사라진다. 결국 '이혼' 소송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게 되는 셈이다.
'취소'와 '이혼' 동시 공략, 가장 현실적인 전략
시간이 촉박하고 요건이 까다로운 만큼, 전문가들은 보다 현실적인 '투트랙' 전략을 제시했다. 혼인 취소를 주장하면서도,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재판상 이혼과 위자료 청구를 함께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신사 법무법인 김연주 변호사는 "현실적으로는 혼인취소 인정 여부를 검토하면서 동시에 이혼 및 위자료 청구를 함께 준비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법원은 혼인취소 요건이 엄격하기 때문에, 이를 대비한 대안으로 이혼 청구를 병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구체적인 소송 설계 방안까지 제시했다. 그는 증거 수집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카톡, 녹음, 경찰 출동 기록, 가족 대화, 혼인 전 설명과 실제 사실이 다른 자료를 즉시 모으시고, 소장에는 혼인무효확인을 주위적으로, 혼인취소와 위자료를 예비적으로 함께 설계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라고 조언했다. 주된 청구가 기각될 경우를 대비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최대치 위자료 원한다면"…승패 가를 열쇠는 '증거'
A씨가 원하는 '법이 허용하는 최대치의 위자료'를 받기 위해서도 결국은 증거 싸움이다. 김정세 변호사는 "'법이 허용하는 최대치 위자료'를 원하신다면, 무효·취소가 아니라 위자료 증액 입증에 에너지를 집중하셔야 합니다"라고 지적했다.
신혼이라는 짧은 혼인 기간은 위자료 산정에 불리할 수 있지만, 기망 행위의 악질성과 폭언, 경찰 출동과 같은 명백한 파탄 책임을 입증하면 이를 상쇄하고 더 높은 위자료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지헌 임대환 변호사는 "112 신고이력, 사건접수 내역, 진단서·상담기록, 폭언 녹음, 카톡, 주변인 진술을 모아 '기망의 내용'과 '혼인 파탄의 경위'를 시간순으로 구성하셔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객관적 증거들은 혼인 취소와 이혼 소송 양쪽 모두에서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열쇠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