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위한 방어였는데…" 교제폭력 정당방위, 인정 기준 현실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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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위한 방어였는데…" 교제폭력 정당방위, 인정 기준 현실화해야

2025. 05. 13 16:00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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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위협'만 강조하는 법의 잣대…지속적 폭력 피해자 보호엔 한계

2025년 5월 9일 금요일 KBS1 라디오 전격시사 방송 장면. /KBS1라디오 유튜브 캡처

교제폭력 피해자가 가해자의 반복되는 폭력에 맞서 자신을 보호하려다 법적 처벌 위험에 놓이는 사례들이 발생하면서, 정당방위 인정 요건의 현실성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KBS 1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한 정진아 변호사는 관련 사건들을 통해, 장기간 지속되는 폭력 상황에서 피해자의 방어 행위가 현행 정당방위 법리에 따라 인정받기 어려운 현실적 측면들을 짚었다.


정 변호사가 언급한 대표적 사례는 지난해 5월 전북 군산에서 발생한 방화치사 사건이다. 해당 사건의 여성 B씨는 5년간 남자친구로부터 심각한 교제폭력에 시달려왔고, 결국 남자친구의 집에 불을 질러 사망에 이르게 했다. B씨는 수사 과정에서 "더 이상 도망칠 곳도, 도와줄 사람도 없다고 생각했다"며 절박했던 심정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변호사는 "B씨는 1심에서 징역 12년, 항소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며 "법원이 B씨가 교제폭력 피해자라는 점을 참작해 감형했지만, 정당방위나 심신미약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 이유로 "당시 남자친구가 잠들어 있어 직접적인 폭행 상황이 아니었고, 살해가 유일한 해결 방법은 아니었다는 점, 그리고 B씨에게 '매맞는 아내 증후군'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의심할 만한 사정이 명확히 보이지 않았다는 점" 등이 재판 과정에서 고려됐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에 따르면, 정당방위는 ▲현재에 부당한 침해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 보호 ▲방어 행동의 상당성(방어 행동이 당시 상황에 비추어 지나치지 않았는지)이라는 법적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정 변호사는 "과거에 이미 끝난 침해나 장래에 일어날지 모르는 위협에 대한 방어, 또는 방어 수위가 과도한 경우는 정당방위로 인정받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이러한 정당방위의 엄격한 요건들은 지속적인 폭력과 통제 하에 놓인 교제폭력 피해자의 특수한 상황을 충분히 포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정 변호사의 분석에 따르면, 피해자는 언제 다시 폭력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 방어 행위를 선택할 수 있으며 이러한 경우 방어 행위의 '현재성' 충족 여부가 법적 판단에서 애매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 변호사는 최근 1964년 발생한 '혀 절단 사건'(성폭행 시도에 저항하며 가해자 혀를 절단한 여성에게 중상해죄 유죄 판결)의 재심 결정 소식과, 2020년 부산에서 이와 유사한 사건에 대해 법원이 정당방위를 인정한 사례를 비교하며, 정당방위에 대한 사회적, 법적 인식이 과거에 비해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여전히 교제폭력 피해자의 방어권 행사에 대한 법원의 문턱은 높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생존을 위한 저항이 처벌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당방위 요건에 대한 전향적인 해석과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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