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자관계 99.9%, 내가 아빠인데 애 왜 못 데려오냐" 그 이유는 민법에 있습니다
"친자관계 99.9%, 내가 아빠인데 애 왜 못 데려오냐" 그 이유는 민법에 있습니다
드라마 '더 글로리' 속 장면 법으로 뜯어보기
친구 부부의 딸, 알고 보니 내 자식⋯친자 관계 주장할 수 있을까
변호사들 "99.9% 친자 관계 성립돼도⋯법적으로 보면 데려오기 어려워"

지금까지 친구 부부의 딸로 알고 있었던 아이. 그런데 그 아이가 사실 내 자식이라면 어떨까. 최근 공개된 송혜교 주연 넷플릭스 드라마 '더글로리'의 에피소드 중 하나다. /넷플릭스 페이스북 캡처·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지금까지 친구 부부의 딸로 알고 있었던 아이. 그런데 그 아이가 사실 내 자식이라면 어떨까. 최근 공개된 송혜교 주연 넷플릭스 드라마 '더글로리'의 에피소드 중 하나다. 주인공 재준(박성훈 분)은 '친자 확인 검사'를 통해 동창 연진(임지연 분)이 다른 남성과 결혼 후 낳은 예솔이(오지율 분)가 자신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재준이 빨간색과 초록색을 구별하지 못하는 적록색약인 점까지 닮아 있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뒤, 아이를 데려오고 싶었던 재준. 하지만 재준이 도움을 청한 드라마 속 변호사는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변호사는 "재준이 너는 친부가 아닌 생부"라고 강조했다.
드라마 속 내용은 사실일까. 실제로 변호사들에게 자문을 구해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99.9%의 확률로 친자관계가 성립하더라도 재준은 예솔이의 법적인 아버지가 될 수 없다. 생물학적 아버지일 뿐이다.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다.
우선 민법 제844조는 "아내가 '혼인 중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고 규정한다(제1항). 또한 "혼인이 성립한 날부터 200일 후에 출생한 자녀는 혼인 중에 임신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제2항).
다시 말해 연진(예솔 친모)이 남편 도영(정성일 분)과 혼인한 상태에서 예솔이를 임신했다면, 예솔이는 도영의 친딸이 아닐지라도 도영의 자녀로 봐야 한다. 드라마 내용상 연진과 도영은 결혼한 지 10년 됐으며, 예솔은 8살. 이에 비춰보면 연진은 도영과 부부가 된 이후 예솔을 임신·출산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민법에 따라 재준이가 예솔이의 법적으로 부녀관계를 주장하기는 어렵다. 드라마 속 변호사의 조언대로 재준은 법적으로 '제3자'일 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드라마 속 변호사는 "현재 최선의 방법은 '이혼'"이라고 언급한다. '변호사 지세훈 법률사무소'의 지세훈 변호사는 "제3자인 재준의 경우, 실제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봐야 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드라마 속에서도 연진과 도영이 이혼을 해 법적으로 남남이 되는 방법밖에 없다고 조언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지혜 법률사무소'의 류지혜 변호사도 "두 사람이 이혼을 하면, 친자식이 아닌 예솔이의 친권이나 양육권 등을 도영이 주장하지 않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양육비 등을 지급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친생부인의 소'를 통해 법적인 관계를 끊을 생각을 할 수도 있다"며 "그렇게 되어야 재준의 경우 기회가 생긴다"고 말했다.
법률자문

'친생부인의 소'(제847조)는 민법 제844조에 따라 친생(親生)으로 추정받지만 실제로는 아닌 경우 하는 소송이다. 이 소송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드라마의 경우 연진의 남편인 도영이다. 그는 소송을 통해 "예솔이는 내 자녀가 아니다"라는 점을 법적으로 확인받을 수 있다.
이렇게 '친생부인의 소'로 예솔이와 도영의 법률관계가 정리되면, 재준이 '인지(認知)청구' 소송을 제기하면 된다. 인지청구 소송은 혼외자를 자신의 자녀로 인정해 법적으로 부모·자식 관계가 되게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하는 법적 절차다. 인지청구 소송에선 통상 유전자(DNA) 검사로 친자관계를 확인하는데, 재준의 경우 이미 예솔과 친자 관계가 성립한다는 유전자 검사 결과가 있다. 이를 근거로 예솔을 자신의 가족관계등록부에 올리면 된다는 의미다.
지세훈 변호사는 "친생부인의 소는 자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안 날로부터 2년 이내에 해야 한다"며 "만약 그 기간이 지나거나, 도영이가 소송을 원치 않으면 재준이가 예솔이를 친자로 데려올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즉, 재준이가 예솔이의 법적 아버지가 될 수 있는 열쇠는 도영이가 쥐고 있는 셈이었다. "법적 친부가 애를 버리지 않는 한 넌(재준이) 영원한 2순위"라던 드라마 속 변호사의 지적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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