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기사 찾으려고 잠깐 핸들 잡았다가 벌금 900만원…이거 깎을 수 있나요
대리기사 찾으려고 잠깐 핸들 잡았다가 벌금 900만원…이거 깎을 수 있나요
지하 주차장 안에서 2m 운전⋯벌금 900만원 나와
"대리기사 찾으려고 잠시 운전한 건데, 억울해"
변호사들의 판단은?

부득이한 사정으로 차를 가지고 연말 술자리 모임에 참석했던 A씨. 이후 귀가를 위해 대리기사를 불렀지만, 한참이 지나도 감감무소식. 알고 보니 차를 세워 둔 지하 주차장이 넓어 대리기사가 헤매고 있던 것. 기다리다 지친 A씨는 대리기사가 기다리는 곳으로 직접 가기 위해 운전대를 잡게 됐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A씨는 연말모임에서 술을 마신 뒤 대리기사를 불렀다. 그런데 A씨가 있던 건물 지하 주차장이 넓어 대리기사가 위치를 헤맸다. A씨는 할 수 없이 대리기사를 찾기 위해 직접 운전대를 잡았다. 주차장 내부에서 잠깐 운전하는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했다.
A씨가 주차장에서 2m가량 운전했을 무렵, 누군가 A씨 차량을 멈춰 세웠다. 해당 주차장 직원 B씨였다. B씨는 A씨에게 "음주운전 한 거 아니냐"며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했다. A씨가 대리기사를 찾으려고 잠시 운전한 것이라고 자초지종을 설명했지만, B씨는 끝내 음주운전 신고를 했다.
곧이어 경찰이 출동해 A씨의 음주측정을 했고, 다소 높은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나왔다. 이후 A씨는 '벌금 900만원'의 약식명령이 나왔다. 일부러 음주운전을 한 것도 아니고, 면허가 정지되거나 취소되지도 않았는데 벌금 액수가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한 A씨. 정식재판을 청구하면 벌금을 줄일 수 있을지, 변호사에게 물었다.
우선, 음주운전의 경우 형사처벌과 별개로 면허정지나 면허취소 등 행정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 다만 A씨가 이런 행정처분을 피할 수 있던 이유는 혈중알코올 농도와 별개로 음주운전을 한 장소가 '주차장'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대법원은 "운전면허의 취소 사유인 음주운전은 도로 이외의 곳을 운전한 경우까지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차량을 운전한 곳이 도로교통법이 정한 도로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면 면허 취소 등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2013두9359).
그렇다고 해서, 음주운전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도로교통법은 도로 이외의 곳에서 운전을 했더라도 음주운전으로 처벌하고 있기 때문이다(제2조 제26호·제44조 제1항). 또한, 변호사들은 A씨 벌금 액수를 바탕으로 봤을 때 면허취소 수준이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법무법인(유한) 동인의 이철호 변호사는 "음주운전 처벌기준의 주된 요소는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라며 "운전한 거리나 음주운전을 하게 된 경위 등이 고려되지만 부차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도로교통법은 운전 시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 0.08% 미만이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 △0.08% 이상 0.2% 미만이면, 1년 이상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1000만원 이하 벌금 △0.2% 이상이면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제148조의2)으로 처벌한다. 면허 정지 기준은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 면허 취소의 경우 0.08% 이상이다.
공동법률사무소 로진의 최광희 변호사도 "벌금 900만원이 나왔다면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이었을 수 있다"고 했다. 법무법인 명재의 최한겨레 변호사 역시 "A씨의 음주 측정 결과,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렇다면, 정식으로 재판을 받아보려는 A씨 생각에 대해서 변호사들은 어떤 의견일까. 이에 대해 변호사들의 의견은 나뉘었다.
최한겨레 변호사는 "정식재판을 청구해 대리기사를 부르려다 실패했다는 점 등을 주장해 벌금을 낮춰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A씨가 대리기사를 불렀고, 기사가 도착한 상황에서 다소 짧은 거리를 운전한 정황 등이 인정된다면 감액될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다만,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지나치게 높았다는 등의 사정이 있다면 달라진다. 이철호 변호사는 "초범이 아니거나, 음주수치가 높았다면 정식재판청구를 하더라도 감액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법률사무소 태희의 김경태 변호사도 "벌금이 줄어들지 않고 늘어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