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실수인가 학대인가… 국제 기준 어긴 '남극의 셰프', 펭귄 핸들링의 결말
단순 실수인가 학대인가… 국제 기준 어긴 '남극의 셰프', 펭귄 핸들링의 결말
펭귄 꼬리 잡기의 법적 책임

펭귄의 꼬리 부분을 잡아 들어 올리는 모습 /남극의 셰프 캡쳐
눈부신 설원 위, 뒤뚱거리는 펭귄은 그 존재만으로도 시청자들의 미소를 자아낸다.
하지만 최근 방영된 프로그램 '남극의 셰프'에서 출연진이 펭귄을 다루는 방식이 포착되면서, 단순한 '귀여움'을 넘어선 법적 논쟁이 점화됐다.
문제의 장면은 출연진이 펭귄의 꼬리 부분을 잡아 들어 올리는 모습이었다. 방송 직후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야생 동물을 저렇게 다뤄도 되는가"라는 우려가 제기됐고, 이는 곧 국제적 기준 위반 논란으로 번졌다.
호주 서호주 정부(DBCA)가 리틀펭귄을 연구 및 모니터링할 때 사용하는 공식 표준작업지침(SOP)에 따르면, 펭귄을 다룰 때는 반드시 몸통과 배, 발로 체중을 지지해야 한다. 지침은 "날개를 잡아당기거나 목만 잡아 들어 올리는 방식은 피하라"고 명시하고 있으며, 이번에 문제가 된 '꼬리를 잡는 포획 방식'은 국제적으로 권장되는 안전한 핸들링 방식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단순한 무지에서 비롯된 실수일까, 아니면 명백한 동물 학대일까. 펭귄의 꼬리를 잡은 이 짧은 순간이 법적으로 어떤 책임을 불러올 수 있는지 상세히 분석했다.
'미어캣 꼬리' 판례가 던지는 경고장
법적으로 이번 사안의 핵심은 '꼬리를 잡는 행위'가 동물보호법상 '학대'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동물보호법 제10조 제2항은 도구 등을 사용하여 상해를 입히거나, 신체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단순히 보기 불편한 것을 넘어, 해당 행위가 동물에게 실질적인 고통을 주었느냐가 쟁점이다.
이와 관련하여 눈여겨볼 만한 판례가 있다. 청주지방법원은 2023년, 동물카페에서 미어캣의 꼬리를 잡아 들어 올린 행위에 대해 동물학대 혐의를 인정한 바 있다(2021고단1895). 재판부는 동물의 신체 구조상 취약할 수 있는 부위인 꼬리를 잡아 체중이 쏠리게 한 행위가 신체적 고통을 유발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펭귄 역시 조류로서 척추동물에 해당하며 동물보호법의 보호를 받는다. 국제 SOP가 꼬리 잡기를 금지하는 이유 또한 펭귄의 척추나 근육에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수의학적 소견을 통해 꼬리를 잡는 행위가 펭귄에게 신체적 손상이나 극심한 고통을 주었다는 사실이 입증된다면, 이는 명백한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는 중대 사안이 된다.
방송사의 '몰랐다'는 변명, 법정에서 통할까?
제작진이나 출연진이 "국제 기준을 몰랐다"고 주장한다면 처벌을 피할 수 있을까. 형사법적으로 동물학대죄는 '고의성'을 요건으로 한다. 즉, 학대의 의도가 있었는지가 중요하다. 출연진이 펭귄을 귀여워하며 무지하여 꼬리를 잡았다면, '확정적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형사 처벌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동물보호법에는 과실범 처벌 규정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여지는 남아있다. "이렇게 잡으면 아플 수도 있겠다"는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촬영을 강행했다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최근 법원은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학대의 고의를 폭넓게 해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민사상 책임이다. 고의가 아닌 과실이라 하더라도, 부적절한 핸들링으로 펭귄이 상해를 입었다면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은 피할 수 없다. 펭귄의 관리 주체(해당 국가의 연구 기관 등)는 제작진과 방송사를 상대로 치료비 및 관리에 대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영상 송출한 방송사, 꼬리 자르기 불가능한 이유
이번 논란에서 방송사는 단순히 영상을 내보낸 플랫폼에 그치지 않는다. 민법 제756조에 따른 '사용자 책임'이 적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방송사는 제작진을 지휘·감독하는 위치에 있으며, 제작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행위에 대해 연대 책임을 진다.
특히 서울고등법원 판례(92나35846)에 따르면 방송사는 방송 내용이 법령에 위반되는지 심사할 의무가 있다. 동물 학대 소지가 있는 영상을 여과 없이 내보낸 것은 방송법 및 동물보호법 제10조 제5항(학대 영상 유포 금지)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 방송사가 사전에 전문가 자문을 구하지 않고 국제 기준에 어긋나는 장면을 그대로 송출했다면, 관리 감독의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되어 법적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결국 "귀여워서"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국제적 기준을 무시한 '무지한 사랑'은 법적 심판대 위에서 '학대'라는 이름으로 결론 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방송 제작 환경에서 동물을 다룰 때는 철저한 사전 조사와 전문가 대동이 필수적인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