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의 셰프' 국가 비축식량 털어 방송했다면, 법조계 ‘3중 중범죄 가능’
'남극의 셰프' 국가 비축식량 털어 방송했다면, 법조계 ‘3중 중범죄 가능’
제작진, 기지 비축 식자재 무단 사용 의혹 확산

MBC '남극의 셰프' 포스터
최근 방영 중인 리얼리티 프로그램 '남극의 셰프'가 때아닌 국유재산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극한의 환경에서 따뜻한 한 끼를 대접한다는 기획 의도와 달리, 정작 셰프와 제작진이 빈손으로 남극에 도착해 기지에 비축된 식량을 축냈다는 의혹이 시작이었다. 단순한 방송 재미를 위한 연출인지, 아니면 국가 예산을 갉아먹은 범법 행위에 이를 정도의 문제인건지 따져봐야 한다는 시청자들의 공분이 거세다.
이 논란의 핵심은 '국가 예산으로 구매한 비상식량'을 방송 제작을 위해 사적으로 유용했느냐에 달려 있다. 만약 사실이라면 이는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는다. 절도죄와 사기죄, 더 나아가 국유재산법 위반이라는 법적 쟁점이 얽힐 수 있다고 분석한다.
"밥 잘 나온다며?"... 연출 뒤에 숨겨진 '빈손 입성' 의혹
사건의 발단은 방송에 비친 남극 세종과학기지의 열악한 식사 환경이었다. 프로그램은 기지의 척박한 식사 상황을 부각하며 유명 셰프가 구세주처럼 등장해 대원들을 구원하는 서사를 그렸다. 그러나 방송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실제 세종기지의 식단은 호텔급으로 잘 나오기로 유명하다"는 반박 증거들이 쏟아져 나왔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제작진이 애초에 식자재를 제대로 챙겨가지 않아 기지 비축 식량을 털어 썼다"는 구체적인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수개월간 고립되어야 하는 남극 기지의 특성상 식량은 생존과 직결된 '전략 물자'다.
수십 명의 제작진과 출연진이 자신들의 준비 부족을 메우기 위해 기지 대원들을 위해 세금으로 비축해 둔 식재료에 손을 댔다면, 이는 대원들의 생존권을 위협한 것과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결국 방송을 위한 '가짜 결핍' 연출이 실제로는 '국가 물자 무단 사용'이라는 실체적 진실을 가리고 있었다는 지적이다. 시청자들은 "남의 식량을 뺏어 생색은 셰프가 낸다", "이건 방송이 아니라 약탈"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몰래 가져갔다면 '절도', 속여서 썼다면 '사기'
법리적으로 볼 때, 이번 사안의 핵심은 제작진이 식자재를 확보한 '과정'에 있다. 남극 기지의 식자재는 명백한 타인의 재물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우선 절도죄(형법 제329조) 성립 가능성을 제기한다. 만약 제작진이 기지 관계자의 명시적인 승낙이나 양해 없이 창고에 있는 식자재를 임의로 꺼내 사용했다면 이는 타인의 점유를 침탈한 행위로 간주된다.
"방송이니까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가져다 썼다 하더라도,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어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반면, 기지 관계자가 식자재 사용을 허락했다면 상황은 달라질까? 여기서 사기죄(형법 제347조)라는 또 다른 쟁점이 부상한다. 만약 제작진이 "식자재를 충분히 가져왔는데 잠시만 빌려 쓰겠다"고 거짓말을 했거나, "방송 홍보 효과를 주겠다"는 식으로 기망하여 승낙을 받아냈다면 이는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다.
법원 판례에 따르면, 비록 피해자(기지 관계자)가 물건을 내어주는 '처분행위'를 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기망(속임수)에 의한 착오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절도가 아닌 사기죄가 성립한다. 즉, '몰래' 가져갔으면 절도, '속여서' 받아냈으면 사기가 되는 셈이다.
"국가 곳간 턴 죄"... 국유재산법 위반이라는 더 큰 덫
더욱 심각한 문제는 해당 식자재가 단순한 사유재산이 아니라 '국유재산'이라는 점이다. 남극 기지의 모든 물품은 국민의 혈세로 구입된 국가의 행정재산이다.
국유재산법 제7조는 법적 절차에 따르지 않고 국유재산을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수익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별도의 형사 처벌을 받게 된다. 형법상 절도나 사기와는 별개로, 국유재산 무단 점유에 대한 책임이 추가되는 것이다.
설령 기지 대장이 "써도 좋다"고 허락했더라도 법적 면죄부를 받기는 어렵다. 국유재산의 사용 허가는 법령에 따른 엄격한 절차와 중앙관서의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장 관계자의 임의적인 승낙만으로는 적법한 사용 권한이 생기지 않는다.
이에 따라 정부는 무단으로 사용된 식자재에 대해 변상금(사용료의 120%)을 징수할 수 있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형사 처벌은 물론, 민사상 손해배상과 행정적 제재까지 '3중고'를 겪을 수 있는 위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