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긁고 연락처 남겼는데 일주일째 '묵묵부답'…이것도 뺑소니일까?
차 긁고 연락처 남겼는데 일주일째 '묵묵부답'…이것도 뺑소니일까?
전화는 안 받고 "바쁘다" 문자 한 통뿐…블랙박스 영상 있어도 보상 막막

주차된 차량을 긁고 연락처만 남긴 채 연락을 피하는 가해자는 인명피해가 없어 뺑소니는 아니지만, 물피도주에 해당할 수 있다. / AI 생성 이미지
약 일주일 전, A씨는 주차해 둔 자신의 차량 측면에서 A4용지 크기의 긁힌 자국을 발견했다. 가해 차주가 남긴 연락처가 있어 전화를 걸었지만, 일주일이 되도록 상대방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돌아온 것은 “급한 사정이 있어 전화가 어렵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 한 통뿐이었다. 블랙박스 영상과 현장 사진까지 확보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연락처를 남기고도 사고 처리를 회피하는 상대방. 이 경우도 뺑소니로 처벌할 수 있을까? A씨는 차량 수리비를 제대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
연락처 남겼으니 괜찮다?…'인명피해 없는' 물피도주는 달리 봐야
결론부터 말하면, 사람이 다치지 않은 주차장 사고는 일반적인 뺑소니(도주치상)와는 다르게 봐야 한다. 변호사들은 인명 피해가 없어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도주치상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빛솔 법률사무소 정민환 변호사는 "주차된 차량만 손괴되고 인명피해가 없는 사고라면, 일반적으로 말하는 특가법상 ‘뺑소니(도주치상)’에 해당하는 사안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물건만 파손하고 현장을 떠나는 이른바 ‘물피도주’에 해당하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도로교통법은 사고 운전자가 피해자에게 인적사항을 제공할 의무를 규정한다.
연락처를 남겼더라도 사고 처리를 회피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법률사무소 도결 이환진 변호사는 "연락처를 남겼더라도 사고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거나, 피해자와의 연락·조치를 회피한 정황이 있으면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문제로 다툼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법무법인 쉴드 박수범 변호사는 "가해 차주가 실제 연락 가능한 연락처를 남기고 현재도 문자 답변을 통해 연락 자체는 이어지고 있는 정황이라면 형사상 도주로 단정하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기다리지 말고 신고부터 하세요"…변호사들의 공통된 조언
변호사들은 가해자의 연락을 마냥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중요한 것은 형사 처벌 여부보다 신속한 피해 보상이라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백헌 유상배 변호사는 "가해자의 자발적 연락을 기다리기보다 관할 경찰서 교통사고조사계에 정식으로 사고 접수를 진행하는 것도 하나의 해결책"이라며 "경찰에 사건이 접수되면 담당 수사관이 가해 운전자를 직접 호출하여 조사를 진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경찰 신고를 통해 가해자의 신원과 보험 가입 여부가 확인되면 보상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법무법인 해답 김무룡 변호사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은 보험을 통한 처리"라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상대가 계속 연락을 피하면, 우선 본인 자동차보험의 '자기차량손해'로 먼저 수리한 뒤 보험사가 상대에게 구상하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고 조언했다.
법률사무소 새율 윤준기 변호사 역시 "상대방 차량 번호를 알고 있다면 그 차량의 보험사를 확인해 직접 사고를 접수할 수 있고, 가해자 본인이 협조하지 않아도 미접수 신고로 절차가 진행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