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셨냐는 질문에 도망쳤습니다” 20시간 뒤 자진 출석, 그의 운명은?
“술 마셨냐는 질문에 도망쳤습니다” 20시간 뒤 자진 출석, 그의 운명은?
변호사들 “현장이탈 사유 소명이 관건”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A씨는 며칠 전 한 피로연 자리에서 약 두 시간 반 동안 맥주 두 잔과 소주 세 잔을 마셨다. 대리운전이 가능한지 미리 확인까지 했지만, 자정이 넘어 귀가하려 하자 대리기사는 잡히지 않았다. 결국 A씨는 직접 운전대를 잡았고, 시내 도로 40km를 달렸다.
운전 시작 약 한 시간 뒤인 새벽 1시 30분, 뒤따라오던 차가 상향등을 번쩍이며 A씨를 압박했다. 근처 건물에 차를 세우자 뒤차 운전자가 다가와 “술 마셨냐”고 물었다.
A씨는 순간적인 압박감과 마찰에 대한 두려움에 차를 남겨둔 채 현장을 떠났다. 뜬 눈으로 밤을 새운 그는 다음 날 오후 경찰서에 자진 출석했고, 밤 9시가 되어서야 음주측정에 응했다. 측정된 혈중알코올농도는 0.022%. 처벌 기준(0.03%)에 못 미치는 '훈방' 수치였다.
20시간 뒤 0.022%...법은 '운전 당시'를 본다
측정 수치가 기준 미만이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법은 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를 기준으로 처벌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경찰은 A씨의 음주량, 음주 시간, 체중 등을 바탕으로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운전 시점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으로 추산할 가능성이 높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운전과 측정 사이의 시간 간격이 약 20시간으로 매우 길다는 점을 지적했다.
법률사무소 유 박성현 변호사는 “운전 시점과 측정 시점 사이에 약 20시간 이상 경과했다면, 운전 당시 수치는 이미 소실되어 음주운전 입증이 어려운 상황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더신사 법무법인 장휘일 변호사 역시 “20시간가량 경과 후 0.022%가 나왔다면 당시 수치는 상당히 낮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사기관이 역산 결과를 토대로 기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법무법인 오른 백창협 변호사는 “이동 거리가 상대적으로 길어 초범이라도 처벌 수위가 높을 여지가 존재한다”며 “재발방지대책에 중점을 둔 양형 자료 준비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주인가 회피인가…현장이탈, 최대의 덫
A씨에게 더 큰 덫이 될 수 있는 것은 '현장이탈' 행위다. 수사기관은 이를 '단속을 회피하기 위한 고의적 도주'로 판단할 수 있다. 이 경우 음주운전 혐의와 별개로 음주측정 거부죄가 적용될 수 있으며, 이는 통상 음주운전보다 더 무겁게 처벌된다.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차량을 놔두고 도주한 정황 등은 불리한 상황”이라고 경고했으며,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는 “현장 이탈 사안은 도주로 판단되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수사 도중 구속영장이 발부될 수도 있다”고 심각성을 강조했다.
따라서 현장을 떠난 이유를 어떻게 설명하느냐가 사건의 향방을 가를 핵심 열쇠다.
법무법인 에스엘 이성준 변호사는 “야간에 신원 불명의 차량이 상향등을 비추며 따라와 위협을 느꼈고, 운전자가 차에서 내려 다가오는 상황에 신변의 위협과 압박감을 느껴 일단 그 자리를 피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와 같이 구체적으로 진술하여 도주 의사가 없었음을 강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진 출석하여 조사에 협조한 사실 역시 적극적으로 피력해야 할 부분이다.
모든 변호사들은 입을 모아 “초기 경찰 조사가 결정적”이라고 강조했다. 변호사 서아람 법률사무소의 서아람 변호사는 “음주운전 사건은 초기 진술 한 문장으로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며 “진술서 초안을 혼자 작성하지 말고 변호인의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