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금 안 주면 그만? 선임의 성추행, 가해자가 웃지 못하는 진짜 이유
합의금 안 주면 그만? 선임의 성추행, 가해자가 웃지 못하는 진짜 이유
가해자는 '묵묵부답', 피해자는 '속앓이'…전문가들 “섣부른 합의 제안은 독, 기소 후가 진짜 협상 타이밍”

군 성범죄 가해자가 합의를 거부하면, 피해자는 전략적 기다림이 필요하다. 군형법상 '기소'가 가해자를 압박하는 강력한 카드이기 때문이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합의는 없다”는 가해자의 침묵 앞에 군 성추행 피해자는 무력할까. 7개월간의 악몽을 끝내기 위해 법률 전문가들이 꺼내 든 카드는 '기소 후 협상'과 '민사소송'이라는 두 자루의 칼이었다.
선임에게 7개월간 힘을 이용한 구속과 간지럼, 허벅지와 엉덩이 등 신체 접촉을 당한 한 군인이 있었다. 그는 용기를 내 가해자를 형사 고소했지만, 돌아온 것은 가해자의 맞고소와 기나긴 침묵이었다.
피해자는 “군인 성추행은 기본이 징역형이라는데, 합의로 끝내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 고통스러운 질문에 어떤 해법을 제시했을까.
섣부른 합의 제안은 '독'…가해자는 왜 침묵하나
피해자는 하루빨리 악몽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전문가들은 피해자가 먼저 합의를 제안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자칫 협상의 주도권을 잃고, 역공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법률사무소 장우의 이재성 변호사는 “피해자가 먼저 합의를 제안하면, 가해자 쪽에서 합의금을 노린 허위 신고로 주장할 빌미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의 조기현 변호사 역시 “먼저 합의를 요구할 경우 사안에 따라 공갈이나 무고 등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며 법적 위험성까지 경고했다.
그렇다면 가해자는 왜 침묵하는 것일까. 법무법인 시우의 김연수 변호사는 “상대방도 아직 검찰 수사 중이고 기소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합의를 제안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소가 이루어지고 사건이 형사법원으로 넘어가면 그때 합의를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수사 단계에서는 혐의를 부인하며 버티다가, 재판에 넘겨져 실형 가능성이 커져야 비로소 합의 테이블에 나올 것이라는 예측이다.
형사처벌과 별개…'민사소송'으로 피해 보상 길 열려
가해자가 끝내 합의를 거부한다면 피해자는 보상받을 길이 없는 걸까. 전문가들은 형사 절차와는 별개로 ‘민사소송’이라는 또 다른 구제 수단이 있다고 강조한다.
법률사무소 필승의 김준환 변호사는 “형사소송은 범죄행위에 대한 처벌을 구하는 절차이고, 민사소송은 범죄행위로 입은 손해에 대한 금전 배상을 구하는 절차”라며 두 절차가 별개임을 분명히 했다. 즉, 형사 합의가 무산되더라도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통해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등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민사소송에서 승리하기 위한 중요한 열쇠는 형사재판 결과에 있다. 김연수 변호사는 “형사재판에서 유죄판결이 나와야 민사에서도 이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피해자는 왜 형사재판의 유죄 판결을 자신할 수 있을까. 바로 군 성범죄에만 적용되는 무거운 처벌 규정 때문이다.
징역형만 있는 군 성범죄…'기소'가 압박 카드
피해자가 초조해하지 않고 기다릴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군 성범죄의 무거운 처벌 수위에 있다. 군형법상 강제추행(군인등강제추행)은 벌금형 규정 없이 오직 '1년 이상의 유기징역'만으로 처벌된다.
리라법률사무소의 김현중 변호사는 “군인등강제추행은 벌금 규정이 없고 징역형만 법에 규정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김경태 법률사무소의 김경태 변호사 역시 “군인에 의한 성추행은 일반 성추행보다 더욱 엄중하게 처벌되며, 대부분 실형이 선고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가해자에게 엄청난 압박으로 작용한다. 혐의가 인정돼 재판에 넘겨지는 순간, 벌금형으로 끝날 가능성이 사라지고 ‘징역’이라는 현실적 공포와 마주하게 된다.
군법무관 출신인 노영주 변호사는 “검찰 조사 이후 피의자 측에서 합의를 시도하는 연락이 올 가능성이 크다”며 “먼저 연락하기보다는 가해자의 연락을 기다려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결국 ‘기소’라는 검찰의 결정이 피해자에게 가장 강력한 협상 카드가 되는 셈이다.
전문가들 조언 “감정적 대응보다 전략적 접근을”
전문가들의 조언을 종합하면, 피해자의 최선의 전략은 ‘기다림’과 ‘준비’다. 감정적으로 먼저 합의를 시도하기보다, 검찰의 기소 결정을 기다리며 협상의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
이후 가해자가 합의를 제안해오면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합당한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만약 합의가 결렬되면 형사재판 결과를 바탕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
조기현 변호사는 “적절한 배상을 받고 합의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현실적으로 변호사 조력이 필요하며, 조력하는 변호사의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