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전복차 2차 추돌 운전자, 어째서 '사망사고 가해자'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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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전복차 2차 추돌 운전자, 어째서 '사망사고 가해자'가 됐나

2025. 09. 30 19:38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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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치사 혐의' 입건

"사망 원인 불명, 무죄 다툴 여지 충분"

'예측 불가능성' 증명이 관건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평범한 퇴근길, 어둠이 삼킨 도로 위에서 A씨의 눈에 들어온 건 형체 없는 거대한 쇳덩이였다.


'쿵' 하는 굉음과 함께 에어백이 터지고 나서야, 자신이 무언가를 들이받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음주운전으로 이미 전복된 차량을 2차 추돌해 운전자를 숨지게 한 혐의(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로 입건된 A씨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사건은 지난 어느 날 밤 10시 30분경, 편도 2차선 도로에서 발생했다.


A씨는 제한속도 80km 구간을 67km로 주행 중이었다. 그의 아반떼 차량이 들이받은 것은 도로 2차로에 뒤집혀 있던 렉스턴 차량. 1차 사고로 전복된 렉스턴은 후미등이 하늘을 향해 있어 A씨 시야에서는 보이지 않는 '어둠 속 장애물'에 불과했다.


A씨는 "충돌 직전까지 브레이크는커녕 차량 존재 자체를 인지할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그러나 사망 결과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A씨에게 치사 혐의를 적용하고 벌점 100점을 부과했다.


보이지도 않는데 피하라고? '안전운전 의무'의 딜레마

이번 사건의 첫 쟁점은 A씨에게 전방주시 등 '안전운전 의무' 위반 과실을 물을 수 있는지다. 안전운전 의무란 운전자가 전방을 잘 살피고 안전하게 운전해 사고를 미리 막아야 할 포괄적인 책임을 뜻한다.


경찰은 사망사고인 만큼, 이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보고 A씨를 입건했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과실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JY법률사무소 이재용 변호사는 "후미등조차 보이지 않는 비정상적 상황에서 제한속도보다 낮은 속도로 주행했다"며 "운전자가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했음에도 피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 사고'였음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내 충격에 숨졌나, 이미 숨졌나 '원인 불명' 부검 결과

설령 A씨에게 일부 과실이 인정되더라도, A씨의 추돌과 사망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면 형사처벌은 불가능하다. 이번 사건의 가장 극적인 지점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사망한 1차 사고 운전자의 사인은 '알 수 없음'으로 결론 났다. 갈비뼈 골절 등이 확인됐지만, 이것이 1차 단독사고 때문인지, A씨의 2차 추돌 때문인지 명확히 가려내지 못한 것이다.


법무법인 오른 백창협 변호사는 "사망 원인이 불명확하고, 2차 추돌로 사망할 것이라는 '예견 가능성'도 없었음을 다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신의 박지영 변호사 역시 "피해자가 1차 사고로 이미 사망했거나 치명상을 입었다면, 2차 추돌은 사망의 직접 원인이 아니므로 무죄 주장이 가능하다"며 유사 사건 무죄 판례를 언급했다. A씨의 추돌이 사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가능성이 법적으로 매우 중요한 셈이다.


"일단 '가해자' 만들고 본다" 억울한 처벌 피하려면

전문가들은 A씨가 억울한 '가해자' 멍에를 쓰지 않으려면 수사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법무법인 성지 파트너스 최정욱 변호사는 "사망사고가 나면 수사기관이 책임질 사람을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며 "스스로 방어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혐의를 벗기 어렵다"고 말했다.


검찰 단계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는 것이 최선이다. 무혐의가 확정되면 100점의 벌점 등 행정처분도 취소 소송을 통해 되돌릴 수 있다.


평범했던 일상이 한순간의 사고로 송두리째 흔들린 A씨. 그가 법정에서 '예측 불가능했던 비극'을 증명하고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지 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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