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수사' 속 상대방 증거, 볼 수 있나? 변호사 9인의 답은
'깜깜이 수사' 속 상대방 증거, 볼 수 있나? 변호사 9인의 답은
경찰 단계선 '열람 불가' vs '신청 가능' 팽팽…검찰 송치 후엔 'OK'

형사 고소 후 경찰 수사 단계에서는 수사의 비밀 원칙상 상대방 증거 열람이 어려우며, 통상 사건이 검찰로 송치된 후에야 변호인을 통해 기록 확인이 가능하다. / AI 생성 이미지
“상대방 쪽에서 지딴에는 협박이 아니었다고 뭔가 증거자료를 낸 모양인데 확인 방법 있을까요?” 거듭된 협박에 직접 형사 고소에 나선 A씨. 하지만 고소장 제출 후 몇 달이 지나도 수사는 더디고, 상대방이 어떤 카드를 꺼내 들었는지 알 길이 없어 답답함만 쌓여간다.
과연 경찰 수사 단계에서 상대방 증거를 열람하는 것은 가능할까? 변호사 9인의 엇갈리는 답변과 법률 규정을 통해 명확한 해법을 알아봤다.
"수사는 비밀" vs "열람 신청 가능"…변호사들 의견도 분분
A씨의 질문에 대해 변호사들의 의견은 크게 갈렸다. 상당수 변호사는 경찰 단계에서의 기록 열람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수사 단계에서는 피의자가 제출한 증거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수사는 재판과 달리 '밀행성'이 유지되는 절차이기 떄문입니다"라고 단언했다.
반면, 제한적으로나마 열람을 시도해볼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경태 변호사는 "우선 피의자가 제출한 증거자료는 사건 담당 경찰관에게 연락하여 열람·등사 신청을 하실 수 있습니다"라고 안내했다.
조은 변호사(법무법인 태강) 역시 "우선, 상대방이 '협박이 아니었다'고 주장하며 자료를 제출했다는 점이 걱정되신다면, 경찰 단계에서 해당 자료를 열람하거나 사본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그는 "하지만 조사 과정 중이라면 경찰이 자료 공개를 제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라고 덧붙이며 현실적인 한계를 지적했다.
이처럼 혼란스러운 상황의 종착지는 '검찰 송치'였다. 박성현 변호사(법률사무소 유)는 "경찰 단계에서는 피고소인이 제출한 증거를 고소인이 직접 열람하거나 복사하기 어려우며, 사건이 검찰로 송치된 후 변호인을 선임하면 사건 기록 열람 및 복사가 가능합니다"라고 명확히 정리했다.
유선종 변호사(법무법인 반향) 또한 "사건이 검찰로 송치된 후 변호사를 통해 사건 기록 열람 및 복사가 가능합니다"라고 말해, 결국 검찰로 사건이 넘어간 뒤에야 기록 확보가 수월해진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느려도 너무 느려요ㅠㅠ"…내 사건, 언제쯤 결론 날까?
A씨가 "예상은 했지만 일의 진척 속도가 정말 느리긴 하네요ㅠㅠ"라고 토로했듯, 수사 기간은 고소인에게 가장 큰 고통이다. 법적으로 경찰은 고소 수리 후 3개월 내 수사를 마치는 것이 원칙(경찰수사규칙 제24조)이지만, 현실은 다르다.
안영림 변호사는 "수사권 조정 이후 사건 적체로 송치, 불송치 결정시까지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라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변호사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경찰 수사 후 검찰로 사건이 넘어가면 처분까지 통상 1~3개월이 더 소요된다. 김정묵 변호사(법무법인 창세)는 "사건이 검찰로 넘어가면, 보통 1~2개월 정도 소요될 수 있습니다"라고 내다봤다.
법률 분석 자료는 경찰 수사 3~6개월, 검찰 처리 1~3개월을 더해 총 4~9개월까지 걸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2025년 11월에 고소한 A씨의 경우, 빨라도 2026년 3월 이후에나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마냥 기다릴 수만 없다면…'의견서 제출' 등 적극 대응 필요
기약 없는 기다림에 지쳤다면 고소인으로서 취할 수 있는 법적 조치가 있다. 먼저 「경찰수사규칙」 제11조에 따라 담당 수사관에게 '수사 진행상황 통지'를 공식 요청할 수 있다.
이와 별개로, 상대방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진규 변호사(법률사무소 수훈)는 현재 A씨의 상황이 "사건 전반에 관하여 피해사실을 정리한 의견서 제출 등의 변론활동이 필요해보이는 사안으로"라고 조언했다. 상대방이 '협박이 아니었다'고 반박하는 만큼, 당시 느꼈던 공포심과 구체적인 피해 사실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해 수사기관을 설득해야 한다는 의미다.
최성현 변호사(법률사무소 새율) 역시 "피의자 측이 제출한 자료에 대해 반박이 필요한 경우, 추가 진술 기회를 요청하여 충분한 소명을 하시는 것이 바람직합니다"라고 강조했다.
만약 수사 끝에 검찰로부터 불기소 처분을 받더라도,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내에 법원에 '재정신청'을 제기해 검찰 처분의 타당성을 다시 한번 다툴 수 있다.
복잡한 형사 절차 속에서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지키기 위해선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통해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