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날, 내 통장이 '0원' 됐다"…SNS 대출 문의 한번에 전 재산 동결
월급날, 내 통장이 '0원' 됐다"…SNS 대출 문의 한번에 전 재산 동결
"결백 증명 못 하면 공범"…지급정지 해제, '경찰 불송치'가 관건

SNS 대출 광고를 통해 보이스피싱에 연루된 A씨는 자신도 모르게 범죄 자금 세탁에 이용되어 모든 계좌가 동결되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SNS에 뜬 '간편 대출' 광고를 눌렀을 뿐인데, 다음 날 내 모든 계좌가 동결됐다.
해외 체류 중이던 A씨는 월급과 공과금 이체까지 막힌 주거래 통장을 보며 망연자실했다. 자신은 보이스피싱의 '피해자'라 생각했지만, 은행과 수사기관은 그를 '공범'으로 보고 있었다. 대출 문의 한 번이 불러온 악몽의 시작이었다.
'일단 돈 받고 상품권 사라'…거절 못 한 '철회'의 덫
해외 체류 중이던 A씨의 악몽은 SNS에 뜬 한 대출 광고에서 시작됐다. 대출을 문의했다가 마음을 바꿔 철회 의사를 밝히자, 업체는 교묘한 덫을 놨다. "이미 승인이 나 철회가 어렵다"며 "일단 대출금을 송금받은 뒤 상품권으로 바꿔 보내주면 바로 철회 처리를 해주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대출을 취소하고 싶은 마음에 A씨는 의심 없이 이들의 지시를 따랐고, 이는 보이스피싱 조직이 범죄 수익금을 '세탁'하는 전형적인 수법에 휘말리는 순간이었다.
내 통장이 '범죄 자금 세탁소'?…'지급정지'라는 날벼락
얼마 뒤 A씨는 자신의 주거래 계좌가 지급정지(입출금 등 모든 금융거래가 막히는 조치)됐다는 날벼락 같은 통보를 받았다. A씨의 통장으로 들어온 돈이 다른 피해자에게서 편취한 '피해금'이었고, 그의 계좌는 범죄에 사용된 사기이용계좌(범죄수익금이 오간 것으로 의심되는 통장)로 지정된 것이다.
월급과 공과금 자동이체 등 모든 금융 거래가 마비되면서 A씨의 일상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골든타임 잡아라' vs '은행은 꿈쩍 않는다'…엇갈리는 조언
법률 전문가들은 신속한 초기 대응, 즉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라고 입을 모은다. 박성현 변호사(법률사무소 유)는 "은행에 이의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김일권 변호사는 "대출 알선 사기꾼을 형사고소 해야 지급정지를 풀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다. 배소연 변호사(법률사무소 정로)는 "은행이 이의제기를 받아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관련 형사사건이 모두 종결되어야 지급정지가 해지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핵심은 사기방조 혐의를 벗는 것이다.
서아람 변호사는 "은행은 '경찰의 불송치결정서(혐의가 없다고 내린 경찰의 결론)'가 없는 한 지급정지를 풀어주지 않는 게 보통"이라며 결백 증명에 집중할 것을 강조했다. 자칫 잘못된 진술은 범죄 결과를 용인했다는 미필적 고의(범죄 결과를 확신하진 않았지만, 발생 가능성을 알면서도 용인한 심리 상태)를 인정하는 빌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윤형진 변호사(법률사무소 명중) 역시 "경찰 조사 시 진술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A씨가 지급정지를 풀고 일상을 되찾기 위해서는, 자신이 사기 조직에 속은 '선량한 피해자'임을 수사기관과 금융기관에 적극적으로 소명해야 하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