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무사고' 중고차의 배신, 결함 사고에 전과자 될 판
'완전 무사고' 중고차의 배신, 결함 사고에 전과자 될 판
딜러는 '모르쇠', 경찰은 '운전자 책임'…법조계 '무죄 가능' vs '쉽지 않다'

딜러 말을 믿고 산 중고차가 이틀 만에 결함으로 사고를 내 운전자가 벌금형을 받았다./ AI 생성 이미지
“환불·교환·수리 전부 다 된다”는 딜러의 약속을 믿고 산 중고차가 이틀 만에 결함으로 사고를 냈다. 운전자는 250만 원의 벌금형 약식명령을 받았지만, 차량 결함이 원인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법조계에서는 무죄를 다툴 여지가 있다는 희망적인 의견과 결함을 알고 운전한 이상 과실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비관적인 시각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식재판을 통한 무죄 주장과 함께, 판매 딜러에 대한 별도의 법적 조치를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믿었던 '올 양호' 차량, 이틀 만의 추돌 사고
중고차 구매자 A씨의 악몽은 '올 양호, 완전무사고'라고 적힌 성능보증 기록부를 믿는 것에서 시작됐다.
차량을 인수한 지 얼마 안 돼 결함을 느낀 A씨는 즉시 딜러에게 항의했지만, 딜러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성능보증보험 접수마저 거부했다.
결국 A씨는 차를 구매한 지 이틀 만에 엔진 결함으로 추돌 사고를 냈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상) 혐의로 250만 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심지어 사고 당시 차량은 명의 이전조차 완료되지 않은 매매상사 소유였다.
A씨는 "제가 그 당시 차량의 명의자도 아니고 보증보험 접수를 원했는데 딜러가 보증접수도 해주지않아 그냥 탈수밖에 없었던 상황인데, 대체 어떤 주의를 했어야 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네요"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무죄 여지 충분"... 운전자의 불가항력 인정될까?
다수의 법률 전문가는 A씨가 정식재판을 통해 무죄를 주장해 볼 만하다고 진단했다.
법무법인 베테랑의 윤영석 변호사는 "차량 결함을 인지하고, 실행할 수 있는 여러 조치를 시도하였지만 불가항력으로 인해 실행하지 못하였다면, 주의의무를 다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라며 무죄 가능성을 제시했다.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 역시 "중고차의 심각한 결함이 사고의 원인이었다면, 정식재판에서 무죄를 다툴 여지가 충분합니다"라고 힘을 실었다.
김경태 법률사무소의 김경태 변호사는 ▲사고 당시 차량 명의가 이전되지 않은 점 ▲성능상태점검기록부가 허위로 기재된 점 ▲결함 발견 후 딜러가 운전자의 시정 요구를 방치한 점 등을 근거로 운전자에게 모든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함 알고도 운전한 행위가 발목"…현실의 벽
반면, 무죄 판결을 받기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신중론도 제기됐다.
법률사무소 인도의 안병찬 변호사는 "차량 결함이 인정되더라도 차량 결함 사실을 알고도 조치 없이 운전한 경우라면 과실을 부정하기 어려울 것으로 사료됩니다"라고 지적했다. 결함을 인지하고도 운전대를 잡은 행위 자체가 운전자의 과실로 평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건영의 김수민 변호사도 "특히 사고 전 차량 결함이 있음을 인지했음에도 운전을 중단하지 않고 계속 한 행위 자체도 과실 인정에 자료로 사용될 것으로 보입니다"라며 경찰의 주장에 힘을 싣는 의견을 냈다.
통계상 2% 확률의 벽…'형사재판·민사소송' 투트랙 전략 필요
결국 A씨가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는 형사재판에서 사고의 원인이 전적으로 차량 결함에 있었음을 입증해야 한다.
법무법인대한중앙의 조기현 변호사는 "해당 사안의 원인이 차량의 결함에 온전히 있었다는 점을 소명할 수 있다면 정식재판에서 무죄 주장이 가능합니다. 다만 검사가 약식기소한 사안에서 정식재판을 청구하여 무죄를 받을 확률은 통계적으로 2%도 안되기 때문에, 실효성 있는 재판이 되려면 현실적으로 변호사 조력이 반드시 필요하며, 조력하는 변호사의 역량에 따라 재판의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라고 냉정한 현실을 짚었다.
법무법인 반향의 유선종 변호사는 "딜러가 차량의 결함을 은폐하거나 보증 접수를 거부한 사실도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식 재판에서 무죄를 주장하려면 차량 결함을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입증할 수 있는 충분한 증거와 딜러의 의무 불이행에 대한 증거가 필요합니다"라고 조언했다.
법조계는 형사재판과 별도로 딜러를 상대로 허위 성능점검기록부 기재(자동차관리법 위반) 및 결함 은폐(사기) 혐의로 형사 고소를 진행하고, 동시에 계약 해제 및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병행하는 다각적인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