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연락 끊긴 아버지, 갑자기 사망하면 '사채 빚'도 제가 갚아야 하나요?
25년 연락 끊긴 아버지, 갑자기 사망하면 '사채 빚'도 제가 갚아야 하나요?
이혼 후 남처럼 지내온 친부…사망 소식 늦게 알아도 빚 상속 피할 수 있을까

부모와 연락이 끊겼어도 자녀는 1순위 상속인이라 빚도 상속된다. / AI 생성 이미지
A씨는 5살 때 부모님이 이혼한 후 약 25년간 아버지와 연락 한 번 없이 지내왔다. 알코올 중독으로 행실이 좋지 않았던 아버지였다. 3년 전, 아버지가 자신을 경찰서에 실종 신고했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A씨는 그 후 휴대전화 번호까지 바꿨다.
평온하던 삶에 문득 불안감이 찾아왔다. 만약 아버지가 사채나 대출 등 빚만 남기고 사망한다면,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아버지의 빚을 A씨가 전부 갚아야 하는 걸까?
이혼·연락 두절과 무관하게 자녀는 '1순위 상속인'
결론부터 말하면, 법적으로 A씨는 아버지의 1순위 상속인이다. 부모가 이혼했거나, 친권이 어머니에게 있거나, 수십 년간 연락이 끊겼더라도 법적인 친자관계는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상속은 재산뿐만 아니라 빚(채무)까지 모두 물려받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따라서 A씨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아버지의 빚은 그대로 A씨에게 상속된다.
법무법인 베테랑 오승윤 변호사는 "부모가 이혼했거나 친권이 어머니에게 완전히 넘어왔다 하더라도, 귀하와 친부 사이의 '혈족 관계'가 끊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에 따라 친부에게 재산보다 빚이 더 많은 상태로 사망할 경우 그 빚이 자식인 귀하에게 상속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망 사실 '안 날로부터 3개월'…빚 대물림 피할 골든타임
다행히 빚 대물림을 피할 방법은 있다. '상속포기'나 '한정승인' 제도를 이용하는 것이다. 상속포기는 재산과 빚을 모두 물려받지 않겠다고 법원에 신고하는 절차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간이다. 상속포기는 '상속 개시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신고해야 한다. 여기서 '안 날'이란 단순히 사망한 날이 아니라, 피상속인의 사망 사실과 이로 인해 자신이 상속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날을 의미한다.
법무법인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3개월은 친부의 실제 사망일이 아니라 친부가 사망했고 본인이 상속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안 날부터 계산한다"며 "연락이 완전히 끊겨 사망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면 채권자의 청구서나 법원의 서류를 받은 시점이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늦게 알았다는 사실은 객관적인 자료로 증명해야 한다.
법무법인 세현 조현정 변호사 역시 "사망 사실을 안 날을 기준으로 하지만, 그와 같은 사실은 귀하가 서류를 통하여 증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상속포기'가 최선일까?…'한정승인'도 고려해야 하는 이유
상속포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변호사들은 신중한 접근을 권했다. 내가 상속을 포기하면 법적으로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으로 돼, 빚은 다음 순위 상속인에게 넘어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씨가 상속을 포기하면, A씨의 자녀(고인의 손자녀)에게 빚이 대물림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고려할 수 있는 것이 '한정승인'이다.
한정승인은 상속받은 재산의 한도 내에서만 빚을 갚겠다고 신고하는 제도다. 법무법인(유한) 안팍 오정석 변호사는 "질문자님이 상속포기를 할 경우 그 채무가 다음 순위 상속인에게 승계될 수 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질문자님이 '한정승인'을 진행하는 것이 깔끔한 해결책이 된다"고 말했다.
변호사 이신호 법률사무소의 이신호 변호사는 "적극재산이 아예 없다고 판단되면 상속포기를, 적극재산이 일부 확인되면 한정승인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짚었다.
상속포기 전, 아버지 재산엔 절대 손대지 말아야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결심했다면 반드시 지켜야 할 철칙이 있다. 고인의 재산에 절대 손을 대면 안 된다는 것이다. 만약 상속인이 고인의 예금을 인출하거나 부동산, 자동차 등 재산을 처분하면 상속을 단순 승인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법무법인 의담 박상우 변호사는 "포기 전에 친부의 예금 인출, 차량·물건 처분 등 상속재산을 임의로 사용하면 단순승인으로 다툼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사망 소식을 접하면 고인의 재산을 건드리지 말고, 즉시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 등을 통해 재산과 채무 내역을 조회한 뒤 법적 절차를 밟는 것이 안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