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세계' 속 경찰 위장수사, 현실에서는 어떨까…위장수사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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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세계' 속 경찰 위장수사, 현실에서는 어떨까…위장수사의 함정

2025. 11. 13 15:49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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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디지털 성범죄에 첫 도입

범죄 의도 없는 사람 유발하면 무죄

마약·보이스피싱 확대 목소리

영화 '신세계'는 거대 범죄 조직 골드문을 무너뜨리기 위해 경찰이 조직 내부로 잠입시킨 언더커버(위장수사 요원) 이자성(극중 이정재)의 이야기다. /영화 '신세계' 스틸컷

경찰이 신분을 속이고 범죄 조직에 잠입해 일망타진하는 영화 '신세계'. 영화 속 이야기 같던 '언더커버' 수사는 2021년 9월, 대한민국에서 실제 제도가 됐다. 하지만 현실은 영화와 다르다. 자칫 잘못하면 함정수사 논란으로 피의자가 무죄를 받을 수 있어, 수사관은 합법과 불법의 아슬아슬한 경계에 서야 한다.


'N번방'이 쏘아 올린 위장수사, 성과는?

위장수사 제도가 도입된 배경은 'N번방', '박사방' 같은 텔레그램 성착취물 사건이다. 로엘 법무법인 박지현 변호사는 12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서 아동 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대응하고, 텔레그램처럼 증거 확보가 어려운 범죄를 잡기 위해 2021년 9월 아동청소년성보호법 개정으로 처음 도입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딥페이크' 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2024년 하반기에는 성폭력처벌법 개정으로 피해자가 성인인 경우에도 위장수사가 가능해졌다.


성과는 놀라웠다. 올해 9월 기준으로 765건의 위장수사가 실시돼 무려 2,171명이 검거됐다. 박 변호사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미성년자들의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 역시 위장수사 덕에 범인들을 검거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당시 10대 범인들은 4만 4천 개가 넘는 성착취물을 판매하며 깐깐한 신분 인증을 요구했다. 경찰은 법원의 허가를 받아 구매자로 위장 잠입했으며, 신분 인증을 통과해 이들을 안심시킨 뒤 일망타진에 성공했다.


마약 수사, 합법인가 회색지대인가

여기서 중요한 법적 쟁점이 발생한다. 현행법상 위장수사는 오직 디지털 성범죄에만 국한된다.


진행자인 이원화 변호사는 "최근 마약범죄에도 확대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며 "그렇다면 현재 마약범죄엔 위장수사를 전혀 못 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현실은 회색지대에 가깝다. 박지현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마약범죄에 위장수사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경찰은 마약 판매상을 잡기 위해 구매자로 위장해 접근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위장수사법'이 아닌, 오래된 대법원 판례 때문이다.


우리 법원은 위장수사를 두 가지로 나눈다.


  1. 기회제공형(합법): 이미 범죄 의도를 가진 사람에게 범행 기회를 주거나 용이하게 해주는 수사. (예: 마약 판매상에게 "마약 사고 싶다"고 접근하는 것)
  2. 범의유발형(불법): 범죄 의도가 없는 사람을 부추기거나 계략을 써서 범죄를 저지르게 만드는 수사.


즉, 현재 마약 수사는 이 '기회제공형' 판례에 기대어 아슬아슬하게 이뤄지고 있다.


"매일 전화해 강권"… 무죄가 된 함정수사

이 경계선은 어디일까. 박지현 변호사는 2007년 실제 무죄가 선고된 '범의유발형' 사건을 소개했다.


사건은 이렇다. 경찰이 정보원 임씨를 이용해, 과거 마약 투약 전과가 있던 김씨에게 매일 전화해 마약을 강권했다. 결국 김씨가 유혹에 넘어가 마약을 투약하는 순간 경찰이 덮쳤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불법으로 봤다. 박 변호사는 "재판 과정에서 경찰이 집요하게 마약을 강권한 계략이 드러나 결국 무죄를 선고받았다"고 말했다.


핵심 기준은 수사기관의 과도한 개입이다. 박 변호사는 "수사기관이 적극적으로 사술이나 계략을 쓰고, 거부하기 어려운 유혹이나 금전적 대가를 제공해 범의가 없던 사람에게 범의를 유발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강조했다.


'신세계'가 되려면..."사후 감시 장치" 필요

미국, 독일, 프랑스 등은 마약 같은 중대범죄에도 위장수사를 폭넓게 허용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사전 허가는 물론, 수사 이후 인권 침해 여부를 따지는 사후 감사 같은 강력한 감시 체계를 갖췄기 때문이다.


박지현 변호사는 "마약이나 보이스피싱처럼 온라인에서 급속히 확산되는 범죄에 위장수사제도 활용이 필요하다"면서도, "명확한 기준이 없다면 인권침해나 수사기관의 권한 남용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영화 '신세계'처럼 성공적인 수사를 하면서도 인권 침해를 막으려면, 법원의 사전 허가를 더 구체화하고 해외처럼 사후 감사 제도를 도입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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