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금 줬는데 처벌불원서는 '먹튀'?…진짜 함정은 따로 있었다
합의금 줬는데 처벌불원서는 '먹튀'?…진짜 함정은 따로 있었다
신호위반 사고, 합의가 끝이 아니다…전문가들 "이것부터 법원에 알려라"

한 운전자가 신호위반 사고 후 합의금을 보냈지만 처벌불원서를 받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신호 위반 교통사고 후 피해자에게 거액의 합의금을 보냈지만, 2주째 가장 중요한 '처벌불원서'를 받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는 운전자의 사연이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송금 내역 등 증거를 법원에 즉시 제출해 합의 노력을 입증하라고 조언했다. 특히 이번 사고는 합의와 무관하게 형사처벌 대상이라며, 서류만 기다리다 감형 기회마저 놓칠 수 있는 '진짜 함정'을 경고했다.
돈은 보냈는데…'묵묵부답' 처벌불원서, 합의금만 뜯겼나
운전자 A씨는 지난 1월 29일 신호 위반 유턴 중 사고를 낸 뒤 형사처벌을 감면받고자 피해자와 합의를 진행했다. 그는 약속한 형사합의금을 모두 전달했지만, 2주일이 다 되도록 피해자 측 변호사로부터 처벌불원서는 감감무소식이었다.
A씨가 재촉할 때마다 상대 변호사는 "조금만 기다려 달라. 처벌불원서를 작성 중이다"라고 둘러댈 뿐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합의 취소와 합의금 반환을 요구하자, 돌아온 대답은 "합의금을 지불하였으면 취소하지 못한다"는 황당한 답변이었다. 돈도 서류도 받지 못한 A씨는 속만 태우고 있다.
진짜 함정은 '중과실'…합의가 처벌 면죄부 아니다
전문가들은 A씨가 서류를 못 받는 문제보다 더 근본적인 법적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A씨의 신호 위반 사고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12대 중과실에 해당한다. 이는 피해자와 합의해도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는 중대 위반 행위다.
법률 전문가들은 "피해자의 처벌불의사 표시가 있더라도 검사는 공소를 제기할 수 있으며, 다만 처벌불의사는 양형에서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될 수 있습니다"라고 분석한다.
즉, A씨가 애타게 기다리는 처벌불원서는 처벌을 없애주는 '만능 열쇠'가 아니라, 재판에서 형량을 줄여주는 중요한 '감경 자료'인 셈이다. 이 사실을 모른 채 시간만 보내다간 재판에서 불리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
"합의서 없어도 '이것'부터 제출하라"…감형 위한 첫걸음
그렇다면 A씨는 무엇부터 해야 할까? 변호사들은 합의서를 받지 못했더라도, 합의를 위해 노력한 사실을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경수 변호사(법률사무소 피벗)는 현재 사건 단계에 따라 대응이 달라져야 한다며, "재판단계라면 변호사와의 통화내역, 녹취, 송금내역 등을 전달하여 합의를 하였지만 피해자 변호사가 게을러 합의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판사에게 명확하게 전달하여야 합니다"라고 조언했다.
이희범 변호사(라미 법률사무소) 역시 "합의금을 지불했는데 상대방이 처불불원서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 송금 내역과 문자 내역을 양형 자료로 제출하시길 바랍니다"라고 덧붙였다. 객관적인 자료를 먼저 제출해 피해 회복 노력을 증명하는 것이 급선무다.
최후통첩 '내용증명', 그래도 버티면 '소송' 카드
재판부에 합의 노력을 알리는 것과 동시에, 서류 제출을 미루는 피해자 측을 압박할 카드도 필요하다.
김경태 변호사(김경태 법률사무소)는 내용증명 발송을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꼽았다. 그는 "합의금 지급 사실과 처벌불원서 미작성 상황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일정 기한(보통 1주일) 내에 처벌불원서를 작성해 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합의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음을 함께 언급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라고 구체적인 방법을 설명했다.
내용증명은 상대방에게 보내는 일종의 '최후통첩'이다. 만약 내용증명을 보내고도 상대방이 버틴다면, 마지막 수단은 민사 소송이다.
박성현 변호사(법률사무소 유)는 "만약 피해자 측이 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민사 소송을 통해 부당이득 반환 청구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합의 이행 의사 없이 받은 돈을 법적으로 돌려받기 위한 절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