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태어나자마자 2천만원 증여하는 요즘 부모들…왜 하필 '2천'일까
아기 태어나자마자 2천만원 증여하는 요즘 부모들…왜 하필 '2천'일까
부모들의 치밀한 절세 플랜
증여세 면제 한도 10년 주기 활용이 핵심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2000만 원을 증여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증여세 공제 한도가 10년마다 리셋되는 점을 활용한 절세 전략이다. /셔터스톡
세상에 갓 태어난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자마자 부모의 머릿속 계산기는 바쁘게 돌아간다. 기저귀 값, 분유 값 걱정이 아니다. 바로 증여세 계산기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2000만 원을 증여했다"는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주 통장에 꽂아줬다", "부모가 미리 준비했다"는 등 사연도 다양하다. 흥미로운 건 이런 조기 증여가 재벌가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서도 이른바 '증여 플랜'을 짜는 경우가 늘고 있다.
도대체 왜, 갓 태어난 아기에게 2000만 원이라는 거금을 쥐여주는 걸까? 그 속에는 법의 테두리를 영리하게 이용한 10년 주기의 비밀이 숨어있다.
"10년마다 리셋"... 증여세 0원의 마법
비밀의 열쇠는 바로 '증여재산공제' 제도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부모나 조부모가 미성년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할 경우 10년간 합산하여 2000만 원까지는 증여세를 내지 않는다.
여기서 핵심은 10년 주기다. 증여세 면제 한도는 10년마다 다시 채워진다. 즉,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2000만 원을 증여하면 세금 한 푼 없이 재산을 물려줄 수 있다. 그리고 정확히 10년 뒤인 10세 때, 다시 2000만 원을 증여해도 세금은 0원이다.
20세가 되어 성인이 되면 공제 한도가 5000만 원으로 늘어나니, 그때 또 5000만 원을 비과세로 증여할 수 있다.
만약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증여하지 않고 10살 때 처음 2000만 원을 준다면 20살이 되어서야 다음 기회가 온다. '0세 증여'는 남들보다 10년 일찍 증여 사이클을 시작해, 비과세 혜택을 한 번이라도 더 챙기려는 부모들의 전략인 셈이다.
복리 효과는 덤... 시간은 아이 편이다
일찍 증여할수록 누릴 수 있는 또 다른 이점은 바로 복리 효과다.
태어나자마자 받은 2000만 원을 연 5% 수익률 상품에 투자한다고 가정해보자. 10년 뒤엔 약 3200만 원, 20년 뒤 성인이 될 즈음엔 5300만 원, 30세가 되면 8600만 원으로 불어난다. 단순히 돈을 물려주는 것을 넘어, 자산이 스스로 불어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하는 것이다.
게다가 부모 입장에서는 미리 재산을 떼어줌으로써 나중에 낼 상속세를 줄이는 효과도 볼 수 있다. 부모의 재산이 줄어드니, 먼 훗날 자녀들이 낼 상속세 부담도 자연스럽게 낮아지는 원리다.
할머니·할아버지 찬스 썼다면? 30% 할증 주의해야
부모를 건너뛰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주에게 직접 증여하는 경우(세대생략 증여)도 많다. 부모에게 갈 때 한 번, 다시 손주에게 갈 때 또 한 번 내야 할 세금을 한 번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증여세 산출세액의 30%를 할증해 과세한다. 단, 미성년자인 손자녀가 20억을 초과해 받으면 40% 할증된다.
물론, 2000만 원 공제 한도 내에서 증여한다면 세금 자체가 0원이므로 할증세액도 발생하지 않는다. 조부모가 손주에게 2000만 원을 쾌척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고는 필수... 꼼수 부리다간 '세금 폭탄'
증여세 신고는 10년 합산 과세의 기준점이 된다. 신고를 해둬야 나중에 "이 돈은 10년 전에 받은 거라 이번 증여랑 합산하면 안 돼요"라고 증명할 수 있다.
또한, 단순히 자녀 명의로 통장을 만들어 돈을 넣었다 뺐다 하거나, 부모가 자금을 대주면서 자녀 명의로 주식이나 부동산을 사는 '명의신탁' 행위는 엄격히 금지된다. 자금 출처 조사가 나오면 꼼짝없이 증여세를 토해내야 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