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폰 내기 전, ‘여죄 파일’ 삭제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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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폰 내기 전, ‘여죄 파일’ 삭제해도 될까?

2026. 03. 19 11:58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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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들 갑론을박 속, 대법원 판례가 제시한 명쾌한 해답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자신의 범죄 증거를 삭제해도 증거인멸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 AI 생성 이미지

A 사건으로 경찰에 휴대폰을 임의 제출해야 하는 상황에서, 만약 A 사건과 무관하지만 다른 범죄(여죄)의 증거가 될 파일이 있다면 삭제해도 될까?


‘안티 포렌식’까지 고려하는 시민의 질문에 변호사들의 의견은 극명하게 엇갈렸지만, 대법원의 판례는 이미 명확한 답을 내놓고 있었다.


삭제는 위험 vs 자기 증거는 무죄...변호사들의 엇갈린 조언


한 시민의 절박한 질문에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은 둘로 나뉘었다. 신중론을 펼친 변호사들은 증거인멸죄 성립 가능성을 경고했다.


김경태 변호사는 향후 수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증거를 인멸하면 증거인멸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디지털 포렌식 조사 과정에서는 삭제된 파일의 복구나 삭제 행위 자체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라며, 이런 정황이 발견되면 의도적 증거인멸로 해석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성현 변호사 역시 파일을 삭제하거나 변경하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반면, 처벌이 어렵다는 의견도 명확했다. 백지은 변호사는 “여죄에 대해 파일을 삭제한 것도 정의상 ‘증거인멸’이 되기는 합니다”라면서도 “하지만 자신의 사건에 대한 증거를 없애는 것은 죄가 되지 않습니다”라고 단언했다.


김일권 변호사도 “안티포렌식을 통해서 여죄 증거자료를 깔끔하게 삭제한다면, 증거인멸죄가 성립하기 어렵습니다”라고 자문했다.


대법원의 명쾌한 결론: '자신의 증거' 인멸은 죄가 아니다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이 논란에 대해, 법원은 이미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자신’의 범죄 증거를 스스로 없애는 행위는 증거인멸죄로 처벌받지 않는다.


형법 제155조 제1항은 증거인멸죄의 대상을 ‘타인’의 형사사건으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형사소송법상 피의자·피고인의 방어권을 인정하는 취지에 따른 것이다.


대법원은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것으로서, 피고인 자신이 직접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자기의 이익을 위하여 그 증거가 될 자료를 인멸하였다면, 그 행위가 동시에 다른 공범자의 형사사건이나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결과가 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증거인멸죄로 다스릴 수 없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도5329 판결).


따라서 수사를 앞두고 자신의 또 다른 범죄 증거가 될 파일을 삭제하더라도, 이는 ‘자기 사건’에 대한 증거인멸이므로 처벌 대상이 아니다.


삭제보다 현명한 방법, '참여권'과 '제출범위 한정'


증거인멸이 죄가 되지 않는다고 해서 파일 삭제가 최선의 방법인 것은 아니다. 법률 전문가들은 삭제 시도 자체가 수사기관의 의심을 살 수 있고, 고도화된 포렌식 기술로 복원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보다 더 안전하고 현명한 방법은 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것이다. 휴대폰 등 저장매체를 ‘임의 제출’할 때, 제출 범위를 명확히 한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6도348)에 따르면, 수사기관은 제출자가 동의한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된’ 정보만 압수할 수 있다. 따라서 임의제출 확인서에 ‘A사건과 관련된 정보에 한하여 제출함’이라고 명시하고, 포렌식 과정에 직접 참여해 수사관이 다른 파일을 열어보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만약 수사기관이 범위를 넘어 다른 죄의 증거를 확보했다면, 이는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해 법정에서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


결국, 섣불리 파일을 삭제하기보다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제출 범위를 명확히 하고 참여권을 행사하는 것이 자신의 방어권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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