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사고, 합의도 전에 가해자에게 벌금 500만원?
횡단보도 사고, 합의도 전에 가해자에게 벌금 500만원?
피해자가 치료 중인데…가해자 약식기소, 피해자 구제 방법은?

횡단보도 사고 피해자가 치료 중 합의 없이 가해자에게 벌금형 약식기소가 내려졌다./ AI 생성 이미지
횡단보도를 건너다 12대 중과실 교통사고를 당해 인대가 파열된 A씨. 최소 2~3개월의 치료가 필요하고 수술 가능성까지 남은 상황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가해자와의 합의는 고사하고 자신의 피해 규모조차 확정되지 않았는데, 검찰이 가해자를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한 것이다.
A씨는 "피해 정도가 확정된 이후에 합의하고 가해자 압박하려다가 합의도 안 된 상태에서 벌금으로 끝나게 생겼습니다"라며 "황당하고 골때립니다"라고 토로했다. 가해자를 압박해 정당한 합의를 이끌어내려던 계획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검사가 마음먹으면 7일 내 공판 가능"…정식재판 요청이 '열쇠'
변호사들은 아직 절망하기엔 이르다고 조언한다. 핵심은 검찰의 약식기소에 제동을 걸 '정식재판'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예준 신선우 변호사는 피해자가 취할 가장 강력한 대응으로 "담당검사에게 엄벌 의견, 현재 치료경과, 미합의 사정을 정리해 제출하고 검사가 정식재판을 청구해 달라 요청하는 것"을 꼽았다.
그는 "피해자는 약식명령을 송달받지 않으므로, 검사에게 송달된 후 7일이 실무상 골든타임"이라며 "지금 즉시 사건번호로 담당검사실에 연락해서 약식명령 발령일과 정식재판 청구 가능 기한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 "약식 명령이 발부되기 전에 신속히 '피해 정도도 확정되지 않았고, 합의 진행도 제대로 되지 않았는데 검사가 서둘러 약식 기소하였다'는 점을 법리적으로 정리한 피해자 변호인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여 해당 사안을 정식 재판에 회부해줄 것을 요청하셔야 하겠다"고 조언했다.
법원의 직권 혹은 검사의 청구로 정식재판이 열리면, 법정에서 피해 상황을 제대로 알리고 양형에 반영시킬 기회를 다시 얻을 수 있다.
"형사 벌금은 끝이 아니다"…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그대로
만약 정식재판으로 전환되지 않고 약식명령이 확정되더라도 모든 게 끝난 것은 아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형사처벌과 민사배상은 완전히 별개의 절차라고 입을 모은다.
법무법인 명륜 오지영 변호사는 "형사처벌과 민사배상은 별개의 절차이므로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여전히 가능합니다"라고 명확히 밝혔다. 법무법인(유한) 한별의 이주한 변호사 역시 "약식기소는 형사 책임을 신속히 확정하는 절차일 뿐, 이것이 곧 피해 회복이나 손해배상 문제까지 끝났다는 의미는 아닙니다"라고 설명했다.
즉, 가해자가 국가에 벌금을 냈다고 해서 A씨의 치료비, 일하지 못한 손해(휴업손해),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배상할 책임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오히려 형사처벌 기록은 민사 소송에서 가해자의 과실을 입증하는 유리한 증거가 될 수 있다.
대한중앙의 하영우 변호사는 "형사 벌금으로 끝났다고 해서 가해자가 꿀을 빠는 구조는 아닙니다"라며 민사 절차를 통한 적극적인 권리 구제를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