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책배우자 이혼 청구, 10년의 시간과 12억 원으로 책임 씻을 수 있을까
유책배우자 이혼 청구, 10년의 시간과 12억 원으로 책임 씻을 수 있을까
'관계를 회복하려는 아내'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10년간 매달 1000만원. 외도로 가정을 파탄 낸 남편 A씨가 이혼을 위해 아내에게 보낸 돈의 총액은 12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아내는 여전히 '절대 이혼은 없다'며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A씨의 결혼 생활은 이미 오래전 파탄에 이르렀다고 그는 주장한다. “외도를 하기 전부터 혼인 관계는 파탄 상태였다”는 것이다.
결국 다른 여성을 만난 사실이 발각되자 집을 나와 이혼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그의 청구를 기각했다. 혼인 관계를 망가뜨린 ‘유책배우자(혼인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 청구는 허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 때문이었다.
10년의 시간, 파탄의 책임을 씻어낼 수 있을까
그로부터 10년이 흘렀다. A씨는 별거 후에도 매달 1000만원의 생활비를 보내며 경제적 책임을 다했다. 그는 10년의 별거 기간과 성인이 된 자녀들을 근거로 다시 이혼 소송에 나섰다.
일부 변호사들은 긍정적 전망을 내놓는다. 조대진 변호사는 “별거 10년은 상당히 긴 시간으로 사실상 혼인 파탄 상태를 입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순례 변호사 역시 “세월이 경과함에 따라 유책은 희석되고 파탄은 심화되는 상황”이라며 “별거 기간 10년 정도면 이혼이 되는 사례도 많다”고 설명했다.
아내의 '용서', 진심 어린 노력인가 교묘한 보복인가
하지만 법원의 판단을 예측하기 어려운 이유는 아내의 지속적인 관계 회복 노력 때문이다. A씨의 아내는 남편의 외도에도 가정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이혼을 거부하며 자녀와 남편의 만남을 주선하고, 생일 선물을 챙기는 등 관계 개선을 위한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성인이 된 자녀들 또한 “가정이 회복되길 원한다”며 어머니를 지지하고 있다. 법무법인 유안의 조선규 변호사는 “법원은 배우자의 이혼 거부가 오기나 보복 감정이 아닌, 관계 회복 의지에 기반한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우리 법원은 상대방이 오기나 보복심으로 이혼을 거부할 때만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을 허용하는데, A씨의 경우는 이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끝나지 않은 외도, 10년의 세월을 집어삼키다
A씨의 입지를 불리하게 만드는 결정적 요인은 따로 있다. 바로 10년간 지속된 상간녀와의 관계다. 법무법인 쉴드 남천우 변호사는 “별거 후에도 상간자와의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은 혼인 파탄에 대한 의뢰인(A씨)의 책임을 더욱 명확히 하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법원은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예외적으로 허용할 때 ‘유책성이 세월의 경과로 희석되었는지’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A씨처럼 파탄의 원인이 된 부정행위를 현재까지 지속하는 경우, 10년이라는 시간의 힘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휘일 변호사 역시 “유책 사유인 외도 관계를 별거 중에도 지속했고 상간 소송까지 있었던 정황은 법원이 유책성을 더욱 무겁게 볼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유책주의 vs 파탄주의, 법원의 저울은 어디로
결국 A씨의 사건은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유책주의 원칙과 ‘이미 혼인의 실체가 완전히 소멸했다면 이혼을 허용해야 한다’는 파탄주의 예외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사안이다.
법무법인 영웅의 박진우 변호사는 “재판부의 성향에 따라 장기간의 파탄 상태를 인정하여 이혼을 인용할 수도, 혹은 여전히 유책 배우자의 청구라며 기각할 수도 있는, 그야말로 ‘해봐야 아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0년의 별거, 12억 원의 생활비 지급에도 여전히 이혼의 문턱에 선 A씨. 법원의 최종 판단에 이목이 쏠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