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계약서도 안 썼잖아, 그냥 나갈래" vs. "무슨 소리? 너 '무단결근'이야"
"근로계약서도 안 썼잖아, 그냥 나갈래" vs. "무슨 소리? 너 '무단결근'이야"
구두로도 가능한 근로계약⋯근로계약서 작성과 근로관계 성립은 별개의 일
회사가 무단결근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 가능⋯다만, 법원에서 인정할지는 미지수

출근한 지 일주일이 다 되도록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는 회사. 7일째 되는 날부터 출근하지 않았더니 "업무에 차질을 줬으니 소송하겠다"는 연락을 해왔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기사 본문과 관련 없는 참고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새로운 회사에 첫 출근을 한 A씨. 설렌 마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6일이 지나도록 회사는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고, 4대 보험도 들어주지 않았다.
A씨는 6일째 되는 날, 그만 다닐 생각을 굳혔다. 다음 날부터는 출근하지 않았다. 그러자 회사는 "인수인계를 하지 않으면 손해배상 청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A씨는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았으니 책임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사안을 살펴봤다.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았으니 A씨가 책임질 일은 없을까. A씨는 "계약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변호사들은 "그렇지 않다"고 봤다. 이미 근로관계가 성립됐다고 했다.
법무법인 다움의 이성준 변호사는 "근로계약은 구두로도 가능하다"면서 "근로계약서 작성과 근로관계 성립은 별개"라고 설명했다.
우리 법원은 묵시적인 근로계약까지 인정한다. 지난 1972년 대법원은 "사용자와 근로자 관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서로 간에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체결된 계약이 있어야 한다"(72다895)고 밝혔다.
이러한 기조로 봤을 때, 갑자기 출근을 거부하는 A씨의 행위는 무단결근으로 볼 수 있다.
공동법률사무소 인도 안병찬 변호사는 "불충분하더라도 인수인계를 해주고 나오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다만 회사가 A씨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부분은 별도로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이다. 근로기준법 제17조에서 근로계약서의 작성과 근로자에게 교부 의무를 사용자에게 부과하고 있고 이를 어길 경우 사측은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따라서 A씨는 고용노동부에 이를 신고하면 된다.
변호사들은 A씨의 행위를 무단결근 행위로 볼 수 있는 이상 "회사는 (A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성준 변호사는 "회사 측에서 '근로자의 무단결근으로 업무에 차질이 생겨 손해가 발생했다는 것을 입증하면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법원은 이런 소송을 아주 까다롭게 판단한다.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법무법인 감천의 서수완 변호사는 "법원은 대부분의 판결에서 갑작스러운 퇴직에 따른 손해배상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인정되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A씨 사례처럼 근로계약서도 없고, 퇴사의 의사를 밝힌 다음 날부터 무단결근해 회사로부터 손해배상 청구를 받은 사안(울산지법 2013나1211)에서 법원은 "회사의 업무에 다소 불편을 초래한 점은 인정되나, 이러한 행위로 인해 회사에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이 인정되지 않는다"면서 회사의 청구를 기각한 사례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