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도피 사기범의 착각
베트남 도피 사기범의 착각
'영장 반환됐으니 괜찮다?' 변호사들 '입국 즉시 체포'

사기죄로 재판 중 베트남으로 도피해 추가 범죄까지 저지른 남성이 '구속영장 반환'을 보고 안전한 귀국을 기대했다. / AI 생성 이미지
재판 중 베트남으로 도피해 추가 사기까지 저지른 남성. 여권이 무효화된 불법체류자 신세로 전락한 그는 '구속영장 반환' 소식을 접하고 “이제 한국에 들어가도 괜찮을까”라는 희망을 품었다.
그러나 법률 전문가들은 “공항에서 즉시 체포될 것”이라며 그의 착각을 일축하고, 자진 귀국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경고했다.
"영장 반환됐다는데"…재판 중 베트남 도피범의 위험한 착각
사기죄로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또 다른 사기 사건으로 재판을 받던 A씨. 그는 재판에 불출석한 채 2025년 8월,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하러 베트남으로 떠났다.
그가 한 일은 사설 도박 사이트의 전화 상담(TM) 업무였다. A씨의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베트남 현지에서도 중고나라를 이용한 소액 사기를 계속 저질렀다.
결국 한국 법원은 재판에 계속 불참하는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2025년 12월 그의 여권은 효력을 잃었다. 이후 A씨는 여권도, 비자도 없는 불법체류자 신세로 베트남에 숨어 지내왔다.
그러던 중 그는 자신의 사건을 검색하다가 '구속영장 반환'이라는 기록을 발견했다. A씨는 “구속영장이 없는 상태라 혹여나 한국에 다시 가면 잡히지 않고 잘 들어갈 수 있을까요?”라며 희망 섞인 질문을 던졌지만, 이는 법적 현실과 동떨어진 위험한 착각이었다.
"입국 즉시 체포"…전문가들, '영장 반환'의 진짜 의미 경고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상황이 매우 위중하며, '구속영장 반환'이라는 기록을 오해해서는 안 된다고 한목소리로 경고했다.
법무법인 쉴드의 조재황 변호사는 “‘영장 반납’은 통상 집행기간 경과 등으로 미집행 상태가 법원에 환회된 것을 뜻할 수 있으나, 사유가 해소되지 않으면 재청구·재발부가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영장의 효력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는 더욱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그는 “피의자가 해외로 출국하여 영장 유효기간 내에 신병을 확보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지자 수사기관이 법원에 종이 영장을 반납한 절차적 기록”이라며 “한국에 입국하시는 즉시 공항 출입국 시스템에서 수배 사실이 확인되어 현장에서 체포되고 구치소로 인계된다”고 단언했다.
법무법인 오른 백창협 변호사 역시 “국내에 입국한다면 구속이 될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결국 A씨가 기대하는 '조용한 입국'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단수여권'으로 자진 귀국뿐…변호사 선임이 최우선
전문가들은 A씨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현실적 해법은 ‘자진 귀국’이라고 입을 모았다. 현재 A씨는 여권이 무효화된 상태라 정상적인 여권 재발급은 불가능하다.
법무법인 도모 고준용 변호사는 “현지에서 여권을 재발급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잘라 말했다. 대신 베트남 주재 한국 대사관이나 영사관을 통해 귀국을 전제로 한 1회용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아 입국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베트남 현지 불법 체류에 대한 과태료 납부 등은 선행되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작정 귀국하기 전에 국내 변호사를 먼저 선임하는 것이다.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귀국 전 변호사를 유선이나 온라인으로 선임한 뒤 귀국하면 공항에서부터 변호사 조력을 받아 일단 체포되더라도 즉시 석방되도록 조치할 수 있고, 이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다”며 변호사 조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변호사 서아람법률사무소의 서아람 변호사 역시 “지금은 시간을 끌수록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신속한 법적 대응을 촉구했다.
해외 도피 생활을 청산하고 법의 심판을 받되,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법적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A씨에게 남은 유일한 선택지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