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산 22억 건물, 바람난 남편 명의로 돼…암 투병 아내가 자녀에게 남겨줄 수 있을까?
내가 산 22억 건물, 바람난 남편 명의로 돼…암 투병 아내가 자녀에게 남겨줄 수 있을까?
남편 믿고 맡긴 재산, 유언장만으로는 못 지켜
명의 되찾는 소송과 '처분금지' 조치가 시급

남편 명의로 된 재산은 유언장만으로 자녀에게 물려줄 수 없다. / AI 생성 이미지
A씨의 어머니 B씨는 시가 22억 원에 달하는 건물의 지분 절반을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등기부상 주인은 남편인 C씨다. 과거 B씨가 자신의 돈으로 건물을 사면서 명의만 남편 앞으로 해뒀기 때문이다.
문제는 남편 C씨가 최근 외도를 저지른 데다, B씨는 폐암 재발로 투병 중이라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만약 B씨가 갑자기 세상을 떠날 경우 남편 C씨가 이 건물을 마음대로 팔아버리거나 재혼 후 새 가족에게 줄까 봐 걱정이 태산이다.
B씨가 자녀들에게 재산을 물려주겠다는 유언장을 작성해 두면, 남편의 처분을 막고 재산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을까?

유언장만으로는 역부족…남편 명의 재산엔 법적 효력 없어
결론부터 말하면, B씨가 유언장을 남기더라도 현재 남편 C씨 명의로 된 재산에는 아무런 법적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 법적으로 유언은 유언을 남기는 사람의 재산에 대해서만 효력이 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하영우 변호사는 "현재 아버지 명의의 50퍼센트 지분은 원칙적으로 아버지 재산이므로, 어머니가 작성한 유언장이나 증여계약서만으로 자녀에게 묶어둘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제이디종합법률사무소 전종득 변호사 역시 "유언의 목적권리가 유언자 사망 당시 상속재산에 속하지 않으면, 유언은 원칙적으로 효력이 없다"고 짚었다. 변호사들은 지금 상태를 방치하면 C씨가 건물을 팔거나 담보를 설정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핵심은 '명의신탁'…실소유주가 어머니라는 점 입증해야
이 문제를 풀기 위한 법적 열쇠는 '명의신탁' 관계를 인정받는 것이다. B씨가 돈을 모두 냈고 C씨는 이름만 빌려준 것일 뿐, 실질적인 소유주는 B씨라는 점을 법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는 "법률혼 관계인 부부 사이에서 조세 포탈이나 강제집행 면탈 등의 불법적인 목적이 없다면, 예외적으로 명의신탁 약정은 유효하게 인정된다"며 "따라서 어머니께서는 아버지에게 맡겨둔 50퍼센트의 지분에 대해 언제든지 명의신탁 약정을 해지하고 소유권 반환을 청구할 정당한 권리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증명하려면 과거 B씨가 건물 매매대금을 송금했다는 금융거래 내역, 매매계약서, 명의를 빌리게 된 경위를 입증할 자료 등이 결정적인 증거가 된다.
남편이 팔기 전에…'처분금지가처분'으로 재산부터 묶어야
변호사들은 C씨가 지분을 마음대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막는 조치가 가장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소유권을 되찾아오는 소송을 제기하기에 앞서, 법원에 '부동산처분금지 가처분'을 신청해 재산을 묶어둬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우선 이민철 변호사는 "지금은 외삼촌 지분 매수보다 아버님 지분을 묶어두는 부동산처분금지 가처분을 최우선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버님의 임의 매각이나 담보 제공을 막아둔 상태에서, 지분 반환 소송이나 재산분할을 통해 지분을 자녀분들에게 이전하는 구조를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C씨는 해당 지분을 다른 사람에게 팔거나 은행에 담보로 잡는 등의 행위를 할 수 없게 된다.
시간과의 싸움…어머니 사망하면 권리관계 더 복잡해져
이 모든 법적 절차는 B씨가 살아 있을 때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B씨가 명의를 정리하지 못한 채 먼저 세상을 떠나면, 상황은 훨씬 더 불리하고 복잡해진다.
이민철 변호사는 "가장 유의할 점은, 이를 정리하지 못한 채 어머니가 먼저 돌아가시면 어머니의 지분 반환 청구권마저 아버님을 포함한 상속인들에게 쪼개져 상속되면서 권리관계가 매우 불리하고 복잡해진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즉, '내 지분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B씨의 권리를 남편인 C씨도 일부 상속받게 되는 모순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따라서 가장 확실한 방법은 B씨가 생전에 ①처분금지 가처분으로 재산을 묶고 ②명의신탁 해지 소송으로 지분을 되찾아 온 뒤 ③자녀들에게 직접 증여하거나 유언으로 남기는 것이다.
법무법인 KB 김태안 변호사는 "차선책으로 자녀분들을 수익자로 확정하는 유언대용신탁 등의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등기부에 공시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며 "부동산 등기부에 신탁 사실이 기재되면 아버지가 마음대로 재산을 팔거나 다른 사람에게 증여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