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는 프리랜서인데 출퇴근 지시…'내일부터 나오지 마' 구두 통보, 부당해고일까?
계약서는 프리랜서인데 출퇴근 지시…'내일부터 나오지 마' 구두 통보, 부당해고일까?
월급은 30만원대, 회사 사정 휴무는 '유급'이라더니 무급 처리…변호사들 "근로자성 인정 가능성 높아"

프리랜서 계약이라도 출퇴근 관리 등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았다면 근로자로 인정될 수 있다. / AI 생성 이미지
부동산 NPL(부실채권) 회사에 팀장으로 입사한 A씨. 계약서상 신분은 '프리랜서'였지만, 실제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출퇴근 시간을 지키고 출근부까지 작성해야 했다.
입사 한 달여 만에 대표는 A씨에게 “현재로서는 근무를 계속할 수 없다”고 말 한마디로 해고를 통보했다. 약속했던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한 상황이었다.
계약서는 프리랜서인데 사실상 직원처럼 일하다 갑자기 해고당한 A씨, 법적으로 구제받을 방법이 있을까?
계약서엔 '독립 사업자', 현실은 출퇴근·휴무 통제
A씨는 최근 한 부동산 NPL 회사와 12개월짜리 프리랜서 위탁용역계약을 맺고 자산운용부 팀장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계약서에는 '독립된 사업자로서 업무 시간과 장소를 스스로 정하며, 회사는 업무수행방법·근무시간 등을 직접 지휘·감독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회사는 오전 10시 출근, 오후 4시 퇴근을 강제하고 출근부로 근태를 관리했다. 휴무를 쓰려면 사전에 허락을 받아야 했고, 이마저도 원칙적으로 어렵다는 제한을 받았다.
매니저-팀장-본부장-상무로 이어지는 직급체계 아래서 상급자의 영업, 고객 관리, 조직 운영에 관한 구체적인 지시도 받아야 했다. A씨가 속한 자산운용부에만 약 14명이 근무했다.
'유급휴가'라더니 월급은 30만원대…대표의 일방적 해고 통보
A씨는 입사 전 월 200만원의 활동지원비와 50만원 상당의 법인카드를 합쳐 월 250만원 수준의 보수를 받기로 했다. 그러나 7월분으로 받은 돈은 30만원대에 불과했다. 대표는 30일 중 실제 출근한 날만 계산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7월 말부터 약 3주간 회사 사정으로 출근하지 않은 기간에 대해서도 임금을 받지 못했다. A씨가 “유급휴가인 것 아니냐”고 묻자 상무가 “으응”이라고 답한 녹음이 있었고, 이후 재택근무를 지시하며 “잘했다”고 말한 녹취도 있었다.
결국 지난 8월 20일, A씨는 계속 근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대표로부터 “현재로서는 근무를 계속할 수 없다”는 구두 해고 통보를 받았다.
계약서보다 실질이 중요…변호사들 “근로자성 인정 가능성 높다”
변호사들은 계약서의 형식과 무관하게 A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근로자성은 계약 형식이 아니라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일했는지, 즉 '사용종속관계'의 실질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뉴로이어 법률사무소 김수열 변호사는 “실제로는 회사가 출퇴근 시간과 휴무를 통제하고, 직급체계 아래에서 지휘·감독을 받으셨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디센트 법률사무소 임호균 변호사 역시 “출퇴근 시간 통제, 휴무 사전승인, 직급체계 하 업무지시, 출근부 작성 등 실질을 보면 근로자성이 인정될 여지가 상당히 있어 보인다”고 봤다. 법원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사용자가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큰 '프리랜서 계약'이라는 형식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근로자라면 '부당해고'…노동위 구제신청·체불임금 청구 가능
A씨가 근로자로 인정될 경우, 회사의 조치는 여러 법 조항에 위배될 수 있다. 우선 대표의 구두 통보는 부당해고에 해당할 수 있다.
법무법인(유한) 텍스트 박종태 변호사는 “서면 통지 의무 위반(근로기준법 제27조)으로 부당해고에 해당하므로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 및 해고기간 임금 상당액을 청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부당해고 구제신청은 해고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제기해야 한다.
미지급된 임금과 재택근무 기간의 급여도 청구할 수 있다. 법무법인(유한)해송 박준형 변호사는 “회사 사정으로 출근하지 않은 기간에도 실제 재택업무를 했다면 원칙적으로 임금청구가 가능하고, 업무를 하지 못한 기간은 휴업수당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짚었다. 휴업수당은 평균임금의 70%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
다만 A씨가 기대했던 다른 손해배상 청구는 쉽지 않을 수 있다. 법무법인 한강 김전수 변호사는 “12개월 잔여보수와 연 5억~6억 원의 기대수익 전부가 곧바로 손해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계약내용과 수익의 확정성 등을 별도로 따져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변호사들은 절차 진행 순서로 임금 체불에 대해서는 고용노동청에 진정을, 부당해고에 대해서는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우선 진행하고, 이후 민사소송을 검토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