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워 창밖 봤다가 '스토킹' 고소? 황당한 사연
시끄러워 창밖 봤다가 '스토킹' 고소? 황당한 사연
공장 소음에 창밖 봤더니 '감시'라며 적반하장 협박

3년간 공장 소음에 시달리던 주민이 창밖을 내다봤다가 스토킹범으로 고소당할 위기에 처했다. / AI 생성 이미지
3년간 공장 소음과 개 짖는 소리에 시달리다 창밖을 내다본 주민이 스토킹범으로 몰릴 황당한 처지에 놓였다. 공장 측은 '계속 쳐다봤다'며 스토킹처벌법 위반으로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법조계는 '소음 원인 확인은 정당한 이유에 해당하고, 자신의 집에서 밖을 본 것만으로 처벌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분석했다. 오히려 지속적인 소음 피해에 대해 증거를 확보해 맞대응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3년간의 소음 지옥, 참다못해 창밖을 본 대가
단독주택에 3년째 거주 중인 A씨의 안방 창문은 바로 뒤 공장 마당을 향해 있다. 문제는 이 공장에서 밤낮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소음이었다. 간판을 제조하는 작업 소리와 마당에서 키우는 개 짖는 소리는 A씨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안겼다.
결국 A씨는 작년부터 소음이 발생할 때마다 창문을 통해 공장 쪽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시간은 길지 않았다. 밤이나 주말에 시끄러울 때마다 1분에서 10분 남짓 밖을 내다보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공장 측은 A씨의 이런 행동을 문제 삼으며 “계속 쳐다봤으니 스토킹으로 고소하겠다”고 통보했다. A씨는 “내 집 안방에서 밖을 쳐다본 것인데 처벌받을 수 있느냐”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내 집서 창밖 본 것도 죄?'...스토킹 성립의 3가지 열쇠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행위가 스토킹 범죄로 처벌받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입을 모았다. 스토킹 범죄가 성립하려면 ①정당한 이유 없이 ②지속·반복적으로 접근하거나 지켜보는 행위로 ③상대방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켜야 한다. 하지만 A씨의 경우는 이 요건들을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박철현 변호사는 “소음 원인을 확인하려는 목적은 스토킹의 '정당한 이유 없음' 요건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즉, 쳐다본 행위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반소정 변호사 역시 “내 집 안방 창문을 통해 밖을 보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주거의 자유와 사생활의 영역”이라며 범죄로 규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속·반복성' 요건에 대해서도 전종득 변호사는 “소음이 날 때만 잠깐 확인하는 수준이라면 범죄로 평가되기 어렵다”고 봤다. 법무법인 명륜 오지영 변호사는 “자신의 주거 공간에서 밖을 쳐다본 것일 뿐 상대방 공간을 침해한 것이 아니므로 스토킹으로 인정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공장 측의 고소 협박이 소음 문제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겁주기용’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쫄지 말고 증거 확보'...가해자에서 피해자로, 전세역전 카드
전문가들은 A씨가 위축될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공장의 소음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불필요한 분쟁을 피하기 위해 직접 창밖을 보는 대신 다른 방법을 택하라는 것이다.
홍수경 변호사는 “사람을 지켜보는 방식보다는 소음 자체를 기록하는 방법으로 대응하는 편이 좋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소음 발생 날짜와 시간, 소음 정도를 기록한 일지 작성 ▲소음측정 앱이나 영상을 활용한 증거 확보 등이 추천됐다.
이렇게 확보된 증거는 향후 법적 분쟁에서 A씨의 행위가 '정당한 이유'에 근거했음을 입증하는 강력한 자료가 된다. 나아가 A씨는 소음 피해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최성현 변호사는 “공장의 심야·주말 소음은 소음진동관리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며 “관할 구청이나 환경부에 민원을 제기하거나 경찰에 신고하는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까지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