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게 강간범으로 몰렸습니다. 상대 여성 진술서를 볼 수 있나요?"
"억울하게 강간범으로 몰렸습니다. 상대 여성 진술서를 볼 수 있나요?"
성폭행 허위 신고 여성은 5개월째 잠적
무고 입증하려 해도 수사기록 벽에 막혀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어느 날 파출소로부터 연락을 받은 남성 A씨. 한 여성이 자신을 강간 혐의로 신고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A씨는 임의동행으로 파출소에 출석해 진술서를 작성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곧바로 여성을 무고 혐의로 진정하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나섰다. 하지만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 A씨를 신고했던 여성이 수사관의 연락을 피한 채 5개월째 잠적해버린 것이다.
무고를 입증하려면 여성의 최초 진술이 무엇보다 중요했지만, A씨는 그 내용을 전혀 알 길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는 결국 변호사들에게 "여성의 진술서를 열람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변호사들 "사실상 불가능"
A씨는 '정보공개청구' 제도를 통해 자신을 옭아맨 여성의 진술서와 본인의 진술서를 확보하려 했다. 하지만 변호사들의 답변은 절망적이었다. 수사가 진행 중인 단계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
법무법인(유한) 한별의 이주한 변호사는 "형사사건 기록은 원칙적으로 정보공개법상 비공개 대상"이라며, 특히 성범죄 관련 진술서는 "피해자 보호, 수사 공정성, 2차 피해 방지를 이유로 비공개 결정이 내려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정보공개 아닌 '열람·등사'가 길..."수사 종결 후가 기회"
그렇다면 A씨는 자신의 진술서조차 볼 수 없는 걸까? 변호사들은 '정보공개청구'가 아닌 다른 절차에 주목했다.
법률사무소 새율의 윤준기 변호사는 "수사가 종결되면 형사소송법에 따라 피해자는 수사기록 열람·등사권이 인정된다"며, 정보공개청구가 아닌 수사기록 열람·등사 신청이라는 별도 절차를 통해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절차 역시 언제 하느냐가 핵심이다.
섣불리 정보공개를 청구했다가 거부 이력만 남기기보다, 수사 종결이라는 때를 기다리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라는 의미다.
'혐의없음' 받은 후가 골든타임...무고 입증의 열쇠
A씨에게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무엇일까. 법무법인 에스엘 이성준 변호사는 "수사가 종결(특히 '혐의없음' 불송치 결정)된 직후 무고죄 고소를 위한 권리구제를 목적으로 정보공개청구를 할 경우, 고소인의 개인정보를 가린 상태로 열람할 수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결국 A씨가 증거를 손에 쥘 가장 확실한 방법은, 먼저 강간 혐의를 벗는 것이다. '혐의없음' 처분을 받은 뒤, 이를 근거로 무고 사건의 피해자 자격에서 정식으로 기록 열람을 요청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