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갑질에 극단적 선택한 캐디…사망 2년 만에 직장 내 괴롭힘 인정
관리자 갑질에 극단적 선택한 캐디…사망 2년 만에 직장 내 괴롭힘 인정
근로자 아닌, 특수고용노동자였던 캐디
노동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아니라 보호 어려워"
법원 "직장 내 괴롭힘 인정, 유족에 1억 7000만원 배상하라"

관리자의 지속적인 괴롭힘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골프장 캐디가 숨진 지 약 2년 만에 법원에서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인정받았다. /셔터스톡
"뚱뚱해서 못 뛰는 거 아니잖아. 뛰어라. 계속 뛰어"
지난 2019년, 건국대 학교법인이 운영하는 경기도 파주의 한 골프장에 취업한 20대 여성 A씨. 그는 '캡틴'이라 불리는 관리자 B씨의 폭언과 모욕에 시달렸다. B씨는 다른 캐디들도 들을 수 있는 무전으로 A씨에게 위와 같이 말하며 공개적으로 질책했다. 윽박을 지르는 것도 기본이었고, 외모 비하도 일상이었다.
급기야 A씨는 캐디 인터넷 카페에 부당함을 항의하는 글을 썼지만 20분 만에 삭제됐다. 이후 A씨는 퇴직 처리됐고, 약 2주 뒤 A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19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민사1부(재판장 전기흥 부장판사)는 A씨의 유족이 관리자 B씨와 건국대 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유족에게 약 1억 7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동안 A씨는 사망한 지 2년이 지나도록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받지 못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제76조 2항)의 적용을 받으려면 피해자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여야 하는데, 캐디는 '특수고용노동자(고용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업무위탁계약 등을 통해 노무를 제공함)'이기 때문이었다. 즉, 근로자가 아니기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였다.
결국 A씨 유족 측은 법원의 문을 두드렸고, 법원은 이를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B씨는 캐디를 총괄·관리하는 지위상 우위를 이용해 A씨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고 근무 환경을 악화시켰다"고 판단했다.
이어 "가해자가 직장에서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죄를 넘어 다른 사람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켰다면 그 피해자가 반드시 (법으로 규정한) 근로자여야 할 필요는 없다"고 봤다. 캐디와 같은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해서도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다.
직장갑질119 측에선 "이번 판결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더라도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할 수 있음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캐디를 비롯한 특수고용 노동자와 플랫폼 노동자, 위탁계약 노동자 등은 근로계약을 맺지 않아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근로기준법의 사용자와 노동자 개념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