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강희 변호사 1] 대형 로펌 상대 400억 상속분쟁, '구조화'로 승소 이끌다
[인터뷰|김강희 변호사 1] 대형 로펌 상대 400억 상속분쟁, '구조화'로 승소 이끌다
사인증여계약 유효성 다툼, 정황의 흐름으로 승부
개별 증거보다 '전체 이야기'를 설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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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희 변호사는 400억 원대 상속 분쟁에서 방대한 자료 속 핵심을 추려내고 사건을 하나의 설득력 있는 이야기로 구조화해 1·2심 승소를 이끌어냈다.
가족이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400억 원. 사인증여계약(死因贈與契約 · 증여자가 사망한 때 효력이 발생하는 계약)이 진정한 의사였는지, 아니면 누군가의 조작이었는지를 둘러싼 싸움이 시작되었다. 대형 로펌 4곳이 맞붙은 이 상속 분쟁에서, 법무법인 도모 김강희 변호사는 '구조화된 설명'이라는 무기로 승부를 걸었다.
실질적인 당사자는 총 4명이었다. 원고는 김앤장을 선임했고, 피고 3명 중 2명은 각각 지평과 율촌을 선임했으며, 김 변호사는 나머지 피고의 법률대리인이었다. 김 변호사를 제외하면 모두 국내 최정상급 대형 로펌이 맞붙은 구도였다. 그는 이 사건을 통해 "변호사의 판단 하나, 문장 하나가 사건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그리고 최근,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항소기각 판결을 받아내며 사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대형 로펌들이 맞붙은 이 분쟁에서, 김 변호사는 어떻게 승소를 이끌어냈을까.

"진정성을 증명하라"… 정황으로 쌓아 올린 증거의 탑
계약서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사인증여계약의 진정성립을 부정하는 것, 그것이 이 사건의 핵심이었다. 사인증여계약은 증여자의 사망을 조건으로 하기에 그 특성상 직접적인 증거가 제한적이다. 계약서가 존재한다 해도, 그것이 피상속인의 진정한 의사에 따라 작성되었는지가 관건이다.
김 변호사가 맡은 사건 역시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계약서의 형식적 존재가 아니라, 그 문서가 과연 '진정하게' 성립된 것인지였다. 김 변호사는 사인증여계약의 유효성은 결국 개별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여러 정황이 하나의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지가 관건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피상속인의 생전 행적, 가족관계, 재산 형성 과정, 계약 체결 전후의 정황 등을 하나하나 연결해 사실관계를 '디자인'하는 작업에 집중했다. 단편적인 증거의 나열이 아니라, 법원이 자연스럽게 납득할 수 있는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를 위해 수없이 많은 녹취록과 정리되지 않은 자료들을 하나하나 검토·분류했다. 자료의 양이 방대했고 대부분 체계 없이 흩어져 있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우리 주장에 기여할 수 있는 정황을 놓치지 않기 위해 반복적으로 검토하며 사실관계를 재구성했다.
단편적인 문구나 표현 하나라도 전체 맥락 속에서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정리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
방대한 자료 정리는 준비 단계였다. 진짜 승부는 법정에서 벌어졌다.

상대방 증인을 우리 편으로… "한 방 먹었네요"
사건의 전환점은 증인신문 과정에서 찾아왔다.
상대방이 신청한 증인이었지만, 김 변호사는 질문의 방향과 순서를 치밀하게 설계했다. 그 결과, 사건의 핵심 쟁점에 관해 오히려 자신의 주장에 부합하는 진술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그 직후 의뢰인으로부터 "상대방이 한 방 먹었네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변호사로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 중 하나였다.

"개별 증거 하나하나가 아니라, 증인신문을 포함한 전체 절차를 통해 사실관계의 큰 흐름을 어떻게 유리하게 가져올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습니다. 상대방 증인임에도 불구하고 그 진술을 우리 측 주장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한 전략이었죠."

증거는 많을수록 좋은가? "선택과 집중이 답이다"
사건은 1심 승소에 이어 최근 항소심에서도 항소기각 판결을 받으며 마무리되었다. 법원은 사인증여계약의 유효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 변호사의 승리는 단순히 증거를 많이 모은 결과가 아니었다. 김 변호사가 사건을 진행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초기에 사건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를 '견디는 것'이었다.
특히 경제범죄나 분쟁 사건은 처음부터 사실관계가 명확한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자료를 충분히 쌓고 전체 구조를 이해하는 데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김 변호사는 증거를 많이 확보하는 것보다, 어떤 증거를 선택하고 어떤 증거를 과감히 버릴 것인지에 더 신경을 썼다고 강조했다.
"실제 실무에서는 모든 자료를 다 제출하는 것이 오히려 법원의 판단을 흐릴 수 있다고 보았고, 법원이 집중해야 할 쟁점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사건을 정리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개별 증거의 유불리를 따지기보다, 전체 사실관계가 하나의 흐름으로 설득력을 갖도록 구성한 점이 주효했습니다. 특히 '왜 이 결론에 이르러야 하는가'를 제3자의 시선에서 끝까지 설명하려고 한 점이 중요했습니다."

경제학 전공, M&A 실무가 만든 차별화된 경쟁력
정황 증거를 하나의 이야기로 엮고, 증거를 선택적으로 구성하는 김강희 변호사의 능력. 이러한 구조화 능력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그는 연세대학교 상경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했다. 재학 중 경영학 및 회계 관련 수업을 함께 수강하며 기업의 재무 구조와 의사결정 메커니즘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쌓았다. 이후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변호사가 되었지만, 경제·경영적 사고방식은 그의 실무 전반에서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변호사 생활 초기, 그는 법무법인 LAB파트너스에서 다수의 M&A 및 기업자문 업무를 수행했다. 단순히 계약서나 법률 리스크를 검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 내부에서 실제로 어떤 논의가 이루어지고 어떤 판단 기준으로 의사결정이 내려지는지를 비교적 내밀하게 접할 수 있었다.
"경제범죄 사건은 자금의 흐름, 거래 구조, 내부 통제 체계와 의사결정 과정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저는 기본적인 경제학적 사고와 회계적 구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숫자와 자료 뒤에 숨겨진 맥락을 읽어내는 데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경제범죄를 전문 분야로 삼아 사건을 수행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전공과 실무 경험, 그리고 사건을 구조적으로 바라보는 사고방식이 가장 잘 발휘될 수 있는 영역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변호사의 본질은 '실력'
경제학 전공, M&A 실무 경험으로 다져진 차별화된 경쟁력. 하지만 김 변호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결국 '실력' 그 자체였다.
"아무리 친절하게 의뢰인을 대하더라도, 사건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변호사로서의 역할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지,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는 사건을 맡으면 무엇보다도 사실관계를 가장 정확하게, 가장 깊이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 기록을 반복해서 보고, 사건의 흐름을 머릿속에 완전히 그릴 수 있을 때까지 정리한다.
또한 그가 절대 타협하지 않는 원칙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건을 처리하지 않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인터뷰 말미에 독자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실력, 구조화, 증거 선택.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핵심은 무엇일까. 그는 그 답을 '설명'에서 찾았다. 법률 분쟁은 생각보다 '설명의 문제'에 가깝다는 것이다. 많은 분들이 사건을 겪으면서 불안해하고 결과만을 먼저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사실관계가 어떻게 정리되고 어떤 논리로 설명되느냐에 따라 사건의 방향은 크게 달라진다.
그는 변호사의 역할은 단순히 법률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을 정리해 의뢰인이 현재 상황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엇이 쟁점인지, 어디까지가 가능성이고 어디부터가 위험인지가 분명해질 때, 비로소 사건은 감정의 영역을 벗어나 합리적인 판단의 영역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400억 원대 상속 분쟁에서 사건의 구조를 설계하고, 정황의 흐름으로 승소를 만들어낸 김강희 변호사. 그는 오늘도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며, 의뢰인이 자신의 사건을 스스로 납득할 수 있도록 돕는 변호사로 남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