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이 변호사를 바꿨다”…피해자 불안케 한 ‘열람복사신청’의 진짜 의미
“피고인이 변호사를 바꿨다”…피해자 불안케 한 ‘열람복사신청’의 진짜 의미
1심 유죄 판결 후 날아든 통지서 한 장. 법률 전문가들은 “새로운 전략을 짜기 위한 통상적 절차”라면서도 “피해자 역시 반격에 나설 마지막 기회”라고 조언한다.

항소심을 앞두고 변호사를 교체한 가해자가 '기록 열람 및 복사 신청'을 했다는 사실이 피해자 A씨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끝난 줄 알았는데”…가해자의 ‘서류 한 장’이 피해자를 다시 공포에 빠뜨린 이유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가해자. 끝났다고 믿었던 악몽이 '기록 열람 및 복사 신청'이라는 통지서 한 장으로 다시 시작됐다.
항소심을 앞두고 변호사까지 바꾼 피고인의 움직임에 피해자 A씨는 밤잠을 설쳤다. '대체 무슨 꿍꿍이일까. 나를 또 공격하려는 걸까?' 끝나지 않은 싸움의 서막이었다.
끝나지 않은 악몽, ‘열람복사신청’의 정체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피고인의 이런 행동이 “통상적인 절차”라고 입을 모은다. 새로운 변호사가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파악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단계라는 것이다.
법무법인 에이파트 김태용 변호사는 “항소심에서 변호인이 바뀌면, 법원이 가진 날것 그대로의 기록 전체를 직접 검토해야 제대로 된 변론 전략을 세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전 변호사가 놓친 쟁점을 찾거나, 판결의 허점을 발견하기 위한 필수 과정이라는 의미다. 이는 피고인에게 보장된 방어권 행사의 일환이다.
‘무죄 주장’ 강화? 혹은 ‘합의’ 시도?
그렇다면 이 '통상적 절차' 뒤에 숨은 피고인의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전문 변호사들은 크게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한다.
첫째, 더 공격적인 무죄 주장이다. 서아람 변호사는 “새로운 변호사까지 선임했다면, 단순히 감형만 노리기보다 무죄 주장을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새 변호사는 기록을 샅샅이 훑어 1심 판결의 논리를 깨거나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흔들 새로운 무기를 찾으려 할 것이다.
둘째, 감형을 위한 '합의'나 '형사공탁' 시도일 수 있다. 율도 합동 법률사무소 정성열 변호사는 “피해자와의 합의를 위해 연락처를 확보하려 열람복사신청을 했을 수 있다”고 봤다. 만약 피해자가 연락처 제공을 거부하면, 피고인은 법원에 돈을 맡기는 '형사공탁' 제도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려 할 수도 있다.
“항소심이 진짜 승부처”…피해자의 반격 카드
전문가들은 어떤 경우든 피해자가 수동적으로 지켜봐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특히 항소심은 사실관계를 다툴 수 있는 마지막 재판(사실심)이기에 더욱 그렇다.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대법원은 법리 해석의 오류만 따지는 법률심이라 '피고인이 거짓말을 한다'거나 '형량이 너무 가볍다'는 주장은 항소심이 마지막 기회”라고 못 박았다.
피해자는 변호사를 선임해 상대방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의견서를 내거나, 재판부에 피해 사실과 심경을 다시 한번 강력히 진술할 수 있다. 피고인과 마찬가지로 피해자 역시 재판 기록을 열람하고 복사할 권리(형사소송법 제294조의4)가 있다.
결국 피고인의 '열람복사신청'은 불안의 신호인 동시에, 피해자에게 '이제 당신의 목소리를 다시 낼 시간'이라고 알려주는 신호탄이다. 법정의 추는 아직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그 추를 정의의 방향으로 멈추게 할 마지막 힘은, 바로 피해자의 적극적인 대응에 달려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