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 신고할게" 전 여친의 거짓말…법의 심판은 가능할까
"강간 신고할게" 전 여친의 거짓말…법의 심판은 가능할까
헤어진 연인의 보복성 신고, 무혐의 후 3년의 고통…법조계 "무고죄 입증, '적극적 증명'이 관건"

전 여자친구의 허위 강간 신고로 고통받은 남성이 5년 만에 무고죄 고소를 준비한다. / AI 생성 이미지
"너 강간으로 신고하겠다." 헤어지자는 말에 앙심을 품은 전 여자친구의 한마디는 한 남성의 삶을 송두리째 무너뜨렸다. 3년 전 허위 강간 신고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그가 겪은 고통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제 그는 법의 이름으로 정의를 되찾고자 한다. 법률 전문가들은 무고죄 처벌의 열쇠가 '허위 사실에 대한 적극적 증명'에 달려있다고 분석한다.
이별 통보가 불러온 악몽…5년간의 끝나지 않은 고통
사건은 2021년 4월 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남성이 교제하던 여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하자, 상대는 "너 강간으로 신고하겠다"는 협박과 함께 실제로 경찰에 그를 강간 혐의로 신고했다.
한순간에 성범죄 피의자로 전락한 그는 약 2개월에 걸친 경찰 조사 끝에 2021년 5월 31일, 혐의를 벗었다. 경찰은 증거 불충분으로 불송치(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법적 결백이 그의 삶을 원상 복구해주지는 못했다. 그는 상담글에서 "허위 신고로 인해 극심한 심리적 고통을 겪었고, 명예가 실추됨은 물론 자살을 결심할 정도로 삶이 무너졌다"고 처참한 심경을 토로했다.
5년이 지난 지금, 그는 자신을 나락으로 밀어 넣은 거짓 신고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 변호사들의 문을 두드렸다.
무고죄, 법의 잣대는 엄격하다…'허위'와 '고의' 입증해야
남성의 복수는 가능할까? 법률 전문가들은 무고죄 고소가 가능하지만, 그 문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한다. 법적 분석에 따르면 무고죄(형법 제156조)의 공소시효는 7년으로, 2021년 4월에 발생한 이 사건은 아직 고소할 시간이 남아있다. 그러나 무고죄가 성립하려면 '타인을 형사처벌 받게 할 목적'으로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을 신고했다는 두 가지 핵심 요건을 모두 입증해야 한다.
대법원 판례(2018도2614)는 단순히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신고 내용이 허위라는 점에 대한 '적극적 증명'이 있어야 한다고 명시한다. '증거가 부족하다'는 소극적 증명만으로는 허위사실로 단정할 수 없다는 의미다.
또한 신고자가 진실이라고 믿었다면 고의가 부정될 수 있지만, 허위일 가능성을 알면서도 무시했다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어(대법원 2022도3413) 법리적 공방이 치열할 전망이다.
"가능성 높다" vs "쉽지 않다"…변호사들의 엇갈린 시선
법률 전문가들은 남성의 사연에 대해 '처벌 가능성'과 '입증의 어려움' 사이에서 신중한 의견을 내놓았다. 다수는 상대방의 '협박' 발언이 고의성을 입증할 유력한 증거라고 봤다.
김정묵 변호사는 "경찰 조사에서 상대방의 진술이 신빙성을 잃어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는 사실은 허위 신고를 입증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라고 분석했다. 정찬 변호사 역시 "상대방이 강간으로 신고하겠다는 발언 이후 실제로 신고를 한 점은, 고의성을 입증하는 데 중요한 근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높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안영림 변호사는 "무고죄의 공소시효가 남아있으므로 무고죄로 고소 가능합니다. 다만, 실무상 강간 사건이 혐의없음 처분되었다고 해서 무고죄가 곧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허위로 고소하였음이 '적극적으로 증명'되어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무고죄 고소 사건 역시 무혐의로 종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라고 실무상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민경철 변호사도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인 진실에 반하는 허위의 사실이라는 것은 진실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소극적 증명으로 부족하고, 허위라는 것을 입증하는 적극적인 증명이 있어야 합니다"라며 적극적 증명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승패 가를 결정적 증거…'카톡 대화', '통화 녹음' 확보해야
그렇다면 무고죄 입증을 위한 '스모킹 건'은 무엇일까? 변호사들은 허위성과 고의성을 뒷받침할 객관적 증거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신고 전후의 대화 기록이 핵심으로 꼽혔다.
이창엽 변호사는 "강간으로 신고하겠다라는 상대방의 발언이 담긴 녹취록이 있을까요? 문자나?"라고 물으며 협박 발언이 담긴 직접 증거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권민정 변호사는 한발 더 나아가 "이 경우 성관계 등을 할 때 합의하에 한 것이 명백해 보이는 정황증거(직후의 카톡)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무고 입증이 가능할 거 같습니다"라며 성관계가 합의에 의한 것이었음을 보여주는 객관적 자료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 외에도 경찰의 '불송치 결정서'와 그 이유, 사건의 전후 사정을 아는 제3자의 증언, 정신적 피해를 입증할 진료기록 등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거짓말로 한 사람의 인생을 파괴한 대가, 법의 심판대에 그 무게를 물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