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번 줄게요, 혼자 보고 오세요"…200만원 삼킨 유령 중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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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번 줄게요, 혼자 보고 오세요"…200만원 삼킨 유령 중개사

2026. 06. 04 15:58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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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서류로 76명 울린 신종 수법…'피해금 회수' 가능할까

공인중개사 사칭 사기범이 비대면 계약과 위조 서류로 76명의 계약금을 가로챘다. / AI 생성 이미지

부동산 앱으로 집을 보던 A씨. 공인중개사를 자칭한 남성에게 계약금 200만 원을 보낸 직후 그는 감쪽같이 사라졌다.


"집주인 사정으로 동행이 어렵다"며 집 비밀번호만 알려주는 대담함, 문자로 날아온 완벽한 위조 서류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같은 계좌에 돈을 보낸 피해자는 어느새 76명으로 늘었고, 이들은 절망 속에서 공동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집주인 핑계로 비대면 계약 유도…서류까지 완벽했다"


사건은 지난 5월 27일 시작됐다. 부동산 앱에서 마음에 드는 월세집을 찾은 A씨는 다음 날 집을 보러 갔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자 자신을 공인중개사라고 소개한 남성에게서 전화가 왔다. "집주인이 날짜를 잘못 알려줘서 같이 볼 수 없으니, 비밀번호를 알려주겠다"는 것이었다.


혼자 집을 둘러본 A씨는 계약을 결심했고, 사기범은 5월 28일 문자로 가계약서와 중개사무소 등록증, 공제증서, 등기부등본까지 보내왔다. 모든 것이 진짜 같았다.


A씨는 '집주인 남편'이라는 사람의 계좌로 계약금 200만 원을 송금했다. 그러나 본계약 날짜를 상의하자던 그는 다음 날부터 연락이 두절됐고, 전화기는 꺼져 있었다.


단톡방에 모인 76명의 피해자…"당장 길에 나앉을 판"


A씨는 5월 30일, 사기 피해 정보 공유 사이트 '더치트'에서 자신이 돈을 보낸 계좌가 사기 계좌로 등록된 것을 보고서야 사기를 당했음을 깨달았다.


피해자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는 이미 50명이 있었고, 그 수는 순식간에 76명으로 불어났다.


A씨는 6월 1일 경찰에 고소장을 냈지만 당장 닥친 현실이 더 막막했다. 6월 25일 이사가 예정돼 이삿짐센터와 입주 청소까지 예약했고, 현재 사는 집에는 다음 세입자가 들어오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병원까지 알아보고 있다. 심지어 사기범이 도용한 부동산 사무소의 실제 중개사 역시 "같은 내용의 연락을 계속 받고 있어 경찰에 신고해 둔 상태"라고 밝혀, 범행이 치밀하게 계획된 조직적 사기임을 짐작게 했다.


전문가들 "명백한 사기죄…피해금 회수는 범인 검거에 달려"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전형적인 사기 범죄라고 입을 모은다. 법무법인 도모의 김상훈 변호사는 "본 사건은 부동산 중개업자를 사칭하여 임대차 계약을 매개로 계약금을 편취한 전형적인 기망 행위입니다"라며, 사기죄 외에도 공인중개사법 위반, 사문서 위조·행사 등 여러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피해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피해금 회수' 가능성에 대해, 법무법인 쉴드의 조재황 변호사는 "돈을 돌려받는 부분은 결국 피의자 특정과 계좌추적, 현금인출·대포폰 사용 여부, 공범 유무에 따라 달라지며, 다수 피해자 사건은 병합수사로 흐름과 인출동선이 잡히면 일부라도 환급될 여지도 있습니다"라고 설명하며 섣부른 낙관을 경계했다.


다만, 법률사무소 필승의 김준환 대표변호사는 "가해자들이 처벌 수위를 낮추기 위해 합의를 요청해 올 때, 형사 합의 절차를 통해 피해 금액(200만 원)을 돌려받는 것이 실무적으로 가장 신속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 조언해, 범인 검거 시 합의를 통한 회수 가능성도 열어두었다.


우울증 앓는데…'정신적 피해' 보상, 재판에선 쉽지 않아


사기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은 가능할까? 법조계에서는 재산 범죄의 경우 정신적 피해(위자료)가 인정되기는 까다롭다는 것이 중론이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통상 경제적 피해에 대해서 민사소송을 통해 다투면 정신적 피해는 인정되지 않습니다"라고 명확히 했다.


그러나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조재황 변호사는 "정신적 피해는 별도로 치료기록이 쌓이면 손해배상 청구에서 위자료로 주장할 수 있으나, 형사절차만으로 자동 배상되는 구조는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라고 말해, 별도의 민사 소송과 구체적인 입증 자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결국 A씨가 우울증 진단서나 치료 기록을 확보해 사기 사건과의 인과관계를 증명해야 위자료를 주장해 볼 수 있다는 뜻이다.


다수의 변호인들은 피해자들이 힘을 합쳐 수사기관에 병합 수사를 요청하고, 변호인 의견서를 통해 피해 규모와 심각성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 신속한 범인 검거와 피해 회복의 첫걸음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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