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급작스러운 사망, '위탁관리 계약' 가족이 대신 이어받아야만 하나요?
아버지의 급작스러운 사망, '위탁관리 계약' 가족이 대신 이어받아야만 하나요?
위탁관리(위임)계약은 당사자 한쪽이 사망하면 계약 종료

돌아가신 아버지가 한 위탁계약. 계약 상대측은 아버지의 사망을 알렸음에도 "계약서대로 관리를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경우 A씨 가족들이 계약을 이어받아야만 하는 걸까? /셔터스톡
A씨의 아버지는 지방에서 작은 농장을 운영하며 여생을 보냈다. 그러다 농장 근처 기업과 계약을 체결했다. 농장 일부를 기업에 대여하고, 그곳에서 키우는 실험용 농작물을 관리까지 해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A씨의 아버지가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계약을 체결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A씨는 이에 기업 측에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양해를 구했다. 그런데 기업 측은 "계약서대로 농장 관리를 해달라"며 "인력 등은 A씨 측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A씨의 어머니는 농장을 관리할 만한 몸 상태가 아니다. A씨 역시 다른 지역에서 일을 하고 있기에 농장을 관리할 수 없다.
그런데도 기업 측은 '계약서대로 이행'만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 이 경우 A씨 가족들이 계약을 이어받아야만 하는 걸까? 계약을 파기하면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될까? 변호사에게 도움을 구했다.
변호사들은 우선 계약서의 상세한 내용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통상적인 계약관계였다면, A씨 아버지의 사망으로 해당 위탁 관리 계약은 종료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HY의 황미옥 변호사는 "A씨의 아버지가 생전에 한 계약은 농장에 대한 임대차계약과 그 농장의 위탁관리계약이 혼재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만약 이러한 분석대로라면, 농장의 임대차계약은 계약 만기까지 지속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농장을 대신 관리하는 내용의 계약은 민법에 따라 종료됐다고 봐야 한다고 황미옥 변호사는 말했다.
위탁 관리 계약은 민법상 위임 계약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민법 제690조에 따르면 '위임은 당사자 한쪽의 사망이나 파산으로 종료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종합하면, 기업 측이 요구하는 대로 A씨의 가족들이 농장 관리를 대신 이어받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법무법인 명재의 이소임 변호사 역시 "용역 계약은 위임의 성격으로, 수임인(이 경우 A씨 아버지)가 사망함에 따라 위임관계가 종료된다고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A씨 가족들은 계약서에 별다른 예외 약정이 없는지만 살펴보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사자 일방의 사망에도 불구하고 계약이 종료되지 않는다'와 같은 예외적인 약정이 없다면, 손해배상 책임이 없거나 적을 것으로 봤다.
민법상의 위임계약은 민법 제689조 제1항에 따라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 또한, 이로 인해 상대방이 손해를 입는 일이 있어도 그것을 배상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것이 원칙으로 본다. 상대방이 불리한 시기에 계약을 해지한 때에는 해지가 부득이한 사유에 의한 것이 아닌 한,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제689조 제2항)는 조항도 있긴 하다. 하지만, 그 손해배상의 범위는 "적당한 시기에 해지되었더라면 입지 아니하였을 손해에 한한다"고 법원은 판단한다(대법원 2012다71411, 판결)
이 경우 A씨의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사망하였으니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고, 별도의 약정 등이 있었다고 해도 그 손해배상의 범위는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황미옥 변호사는 "별다른 사유가 없다면 기업 측에게 A씨 아버지의 사망 사실을 내용증명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알리고, 이로써 위임계약이 종료되었음을 확인시켜 주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