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오면 수배" 경찰 통보…왕복 4시간 거리, 꼭 가야 하나?
"안 오면 수배" 경찰 통보…왕복 4시간 거리, 꼭 가야 하나?
먼 거리 경찰서 출석 요구, 거부하면 체포? 전문가들 해법은

왕복 4시간 거리의 경찰서 출석을 요구받은 피의자는 '사건 이송'이나 거주지 근처에서 조사를 받는 '촉탁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 / AI 생성 이미지
사기 혐의로 왕복 4시간 거리 경찰서 출석을 요구받은 A씨. 날짜 변경도 거부당하고 "안 오면 수배"라는 경고까지 받았다. 피의자의 편의와 수사기관의 재량이 충돌하는 상황.
'관할 이송'과 '촉탁 조사'는 가능한지, 무작정 불출석하면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 법률 전문가들의 답변을 통해 긴급 진단한다.
"왕복 4시간, 날짜 변경 불가"…막막한 피의자의 호소
사기죄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앞둔 A씨는 날벼락 같은 통보를 받았다. 조사 장소가 자신의 집에서 왕복 4시간이 넘게 걸리는, 전혀 무관해 보이는 경찰서로 지정된 것이다.
A씨는 "날짜 변경을 말씀드렸는데 절대 안 된다고만 하신다"며 "만약 출석하지 못할 경우엔 수배 내린다고 한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먼 거리에, 수사관의 강경한 태도까지 더해져 A씨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궁지에 몰렸다.
방법은 있다…'사건 이송'과 '촉탁 조사' 요청
변호사들은 원칙적으로 수사 관할을 피의자 마음대로 바꾸긴 어렵다고 설명한다. 형사소송법상 관할은 범죄 발생지, 피의자 주소지 등을 기준으로 정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사건 이송'을 공식 요청하거나, 여의치 않다면 '촉탁 조사'를 신청해볼 것을 제안했다. 촉탁 조사는 사건 담당 경찰서가 피의자 거주지 관할 경찰서에 조사를 대신 부탁하는 제도로, 먼 곳까지 가지 않고도 조사를 받을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다.
다만 법률사무소 가온길의 백지은 변호사는 "경찰서에 주거지 관할 경찰서로 이송해달라고 요청해볼 수 있으나, 고소사건의 경우 고소인이 접수한 경찰관서에서 수사가 진행되는 것이 보통입니다."라며 요청이 항상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정당한 사유 없는 불출석은 체포 사유" 강력 경고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피의자가 임의로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는 상황이다. 단순히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조사에 불응하는 것은 법적으로 '정당한 사유'로 인정받기 어렵다.
법무법인 대환의 김상훈 변호사는 "먼 거리에서 수사가 이루어지니 불출석한다는 것은 정당한 불출석 사유가 아니며, 이런 이유로 불출석할 경우 실제 체포될 수 있습니다."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법무법인 건영의 김수민 변호사 역시 "이송 문제로 출석을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 발부사유이니 유의하시는게 좋겠습니다."라며 섣부른 행동에 주의를 당부했다.
경찰의 출석 요구에 정당한 이유 없이 반복적으로 불응하면, 경찰은 법원에 체포영장을 신청해 강제로 신병을 확보할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A씨가 들은 '수배'의 실체다.
감정싸움 대신 '변호인' 통해 일정 조율해야
개인의 요청이 계속 거부당하는 상황이라면 법률 전문가를 통해 대응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해법으로 꼽힌다. 캡틴법률사무소의 박상호 변호사는 "수사관과 감정적으로 다투는 것은 좋지 않기 때문에 변호인을 통해 조사일정을 조율해 보셔야 할 것으로 사료됩니다."라고 조언했다.
변호인은 피의자를 대신해 수사기관에 관할 변경이나 촉탁 조사를 공식 요청하고, 피의자의 구체적인 사정을 논리적으로 설명해 수사 일정을 조율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김경태 변호사는 "필요한 경우 법률대리인을 통해 이러한 절차를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라며 변호인의 조력을 적극 활용할 것을 권했다.
결국 수사기관의 강경한 태도에 감정적으로 맞서기보다는, 법적 절차에 따라 자신의 방어권을 지키는 것이 구속 수사와 같은 최악의 상황을 피하는 현명한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