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억 가로챈 깡통전세… 자백·초범에 실형 피했다
6억 가로챈 깡통전세… 자백·초범에 실형 피했다
보증금이 매매가 웃돈 '동시진행'
법원 "위험 떠넘긴 중대범죄"
자백·초범 사정에 실형 피했다

전세보증금으로 매매대금을 치르는 동시진행 거래에서 보증금 반환 위험을 숨겼다면 사기 책임이 문제 될 수 있다. / AI 생성 이미지
깡통전세 구조를 숨기고 세입자 3명에게서 보증금 합계 6억 4200만 원을 받은 컨설팅업체 직원들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B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사회봉사명령도 함께 붙었다. A씨에게는 120시간, B씨에게는 80시간이 명령됐다.
다만, 재판부는 전세사기를 "서민의 생활 기반을 흔드는 중대범죄"로 봤지만 피고인들이 잘못을 인정한 점과 초범 또는 동종 전과가 없는 사정 등을 고려해 실형까지는 선고하지 않았다.
전세 광고 뒤에 숨은 '동시진행' 깡통전세 위험
세입자들이 전세 광고를 보고 계약했다는 점이 이 사건의 출발점이었다. 그러나 뒤에는 전세보증금으로 매매대금을 치르는 동시진행 거래가 숨어 있었다.
동시진행 거래는 전세와 매매가 한꺼번에 맞물리는 구조다. 세입자에게서 받은 전세보증금으로 매매대금을 치르고 자기 돈 없이 소유권을 넘겨받을 사람을 붙인다.
전세보증금이 실제 매매가보다 높거나 거의 같으면 위험은 커진다. 집값이 떨어지거나 새 소유자에게 돈이 없으면, 계약이 끝날 때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워진다.
법원은 이 사건을 깡통전세 조성을 통한 동시진행 거래로 봤다. 건축주, 분양대행업자, 컨설팅업자, 무자본 갭투자자가 위험을 세입자에게 넘기고 이익을 취하는 구조였다는 판단이다.
피고인들은 빌라 소유자에게 이런 거래를 제안하고 전세 광고를 보고 찾아온 세입자들에게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도록 했다. 그러나 새 소유자가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수 있다는 위험은 알리지 않았다.
피해 보증금 6억 4200만 원...깡통전세 위험 숨겨
A씨에게 인정된 범행은 세입자 2명과 관련됐다. 각각 보증금 1억 9500만 원, 2억 4200만 원의 전세계약이 문제 됐다.
B씨에게 인정된 범행은 다른 세입자 1명과 관련됐다. 보증금은 2억 500만 원이었다. 세 사건을 합치면 피해 보증금은 6억 4200만 원에 이른다.
법원은 전세 계약서, 계좌거래내역, 등기부등본, 이체내역 등을 근거로 범행을 인정했다. 피고인들의 법정 진술도 증거가 됐다.
사기죄에서 중요한 것은 돈을 받은 결과만이 아니다. 상대방이 계약을 할지 말지 판단할 중요한 사정을 숨겼는지도 본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깡통전세 위험을 숨긴 점이 세입자들을 속인 행위라고 판단했다.
중대범죄라면서도 자백·전력에 갈린 형량
재판부는 전세사기를 가볍게 보지 않았다. 판결은 전세사기가 주택시장의 거래질서를 흔들고 서민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보증금을 이익 추구 수단으로 삼는 범죄라고 지적했다.
피고인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위험한 거래를 진행했고 피해 회복을 위해 별다른 노력도 하지 않았다는 점도 불리하게 봤다.
다만 법원은 피고인들이 잘못을 인정한 점을 고려했다. A씨는 다른 종류의 벌금 전력 외에는 처벌 전력이 없었고 B씨는 초범이었다. 법원은 피고인들이 확정적 고의를 가지고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과 실제 취득한 수익이 아주 크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도 함께 봤다.
그 결과 실형은 피했다. A씨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B씨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보증보험 가능성도 형사책임 면죄부는 아니다
전세사기 사건에서 보증보험은 피해 회복의 통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법원은 보증보험 가입 가능성을 피고인들에게 근본적으로 유리한 사정으로 보지 않았다.
세입자가 나중에 보증기관에서 보증금을 돌려받더라도, 그 손해가 공적 자금이나 보증기관으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은 전세 광고를 보고 계약한 세입자에게 동시진행 거래와 무자본 매수인의 보증금 반환 위험을 알리지 않았다면, 전세 계약서가 형식상 정상적으로 작성됐더라도 사기 책임이 남을 수 있고 보증보험 가능성도 면죄부가 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