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 살해 후 '캐리어 유기'한 사위 신상공개, 아내는 비공개…그 이유는?
장모 살해 후 '캐리어 유기'한 사위 신상공개, 아내는 비공개…그 이유는?
'시체유기' 혐의만 적용된 아내는 현행법상 신상공개 대상 범죄에 해당하지 않아

'대구 캐리어 사건' 피의자 조재복 /연합뉴스
대구 칠성동 신천변에 50대 여성의 시신을 담은 캐리어를 유기한 이른바 '대구 캐리어 사건'의 주범인 사위 조재복(26)의 신상정보가 대구경찰청 심의위원회를 통해 공개됐다.
반면 조씨의 강압에 못 이겨 시신 유기 과정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된 아내 최모(26)씨는 신상공개 대상에서 제외됐다. 같은 사건에 연루됐지만, 신상공개 여부가 엇갈렸다.

사위는 '존속살해', 아내는 '시체유기'…수사로 갈린 범죄 혐의
이번 사건에서 부부의 신상공개 여부를 가른 결정적 요인은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각기 다르게 적용된 '범죄 혐의'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사망한 장모 A씨는 딸인 최씨를 보호하기 위해 좁은 원룸에서 부부와 함께 살아왔다.
딸에 대한 사위 조씨의 가정폭력은 혼인 직후부터 이어져 온 것으로 조사됐다. 조씨는 장모를 장시간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존속살해 및 시체유기 등)를 받는다.
반면 아내 최씨는 살인 행위에는 가담하지 않고 남편의 강압에 의해 시신을 유기하는 과정에만 소극적으로 가담한 것으로 조사되어 '시체유기' 혐의만 적용되었다. 이러한 적용 혐의의 차이는 곧바로 신상공개 제도를 규율하는 법률의 적용 여부로 이어지게 된다.
현행법상 신상공개 요건의 핵심, '특정중대범죄' 해당 여부
우리 법은 피의자의 신상을 무분별하게 공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특정중대범죄법)을 제정하여 엄격한 기준을 두고 있다.
신상공개 여부를 판단할 때 가장 먼저 따지는 전제조건은 피의자가 저지른 범죄가 법에서 정한 '특정중대범죄'에 속하는지 여부다. 이 문턱을 넘어야만 범행수단의 잔인성과 피해의 중대성, 충분한 증거, 공공의 이익이라는 나머지 세부 요건을 검토하게 된다. 사위 조씨에게 적용된 '존속살해죄'는 살인 범죄로서 법이 정한 특정중대범죄에 명확히 포함된다.
반면, 아내 최씨에게 적용된 '시체유기죄'는 이 법에서 열거하는 특정중대범죄 목록에 포함되지 않는다.
엄격하게 제한된 신상공개 대상…법치주의 원칙에 따른 결정
결과적으로 아내 최씨는 자신이 받고 있는 범죄 혐의 자체가 신상공개 요건을 원천적으로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심의 대상조차 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는 신상공개 제도가 국민의 알 권리와 범죄 예방이라는 공익을 추구하면서도,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그 대상을 중대 강력범죄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법의 취지가 반영된 결과다.
공개 과정에서도 피의자가 유죄로 확정되기 전이라는 점, 즉 무죄추정의 원칙이 함께 명시되도록 하고 있다. 아무리 대중의 공분을 사는 사건의 공범이라 할지라도, 법률이 정한 테두리를 벗어나 자의적으로 신상을 공개할 수는 없다는 형사법의 대원칙이 적용된 사안으로 볼 수 있다.
